김민재와 정우영의 분데스리가 '코리언더비'에서 정우영이 웃었다. 정우영은 오랫동인 기다려온 리그 첫 골을 자신의 친정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결승골로 터뜨리며 기쁨이 두 배가 됐다. 김민재는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했으나 이번에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5월 4일 오후 (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2라운드에서 홈팀 슈투트가르트가 바이에른 뮌헨을 3-1로 격파했다.
 
3위 슈투트가르트는 승점 67점(21승 4무 7패)으로 2위 바이에른(승점 69점, 22승 3무 7패)과의 격차를 2점으로 좁혔다. 올시즌 레버쿠젠에게 12년만에 리그 우승을 내준 바이에른은 이제 2위 자리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바이에른이 한 시즌 리그에서 7패나 당한 것도 2011-12시즌(2위) 이후 12년만이다.

이날 경기에서 바이에른의 김민재는 선발로 출장했고, 슈투트가르트의 정우영은 후반 교체 투입되며 코리언 더비가 성사됐다. 전반에 한골씩 주고받으며 1-1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후반 27분 정우영이 교체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후반 38분 정우영은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어받아 반대편에서 달려들어 날카로운 헤더로 골망을 가르며 승부의 균형을 깼다.
 
기세를 탄 슈투트가르트는 후반 추가시간에 음붐파가 세 번째 골까지 터뜨리면서 승기를 잡았다. 바이에른은 전반 해리 케인의 PK로 한골을 만회하는데 그치며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정우영에게 바이에른은 독일에서의 첫 소속팀이었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터운 빅클럽 바이에른에서 쉽게 자리를 잡지못한 정우영은 프라이부르크와 바이에른 2군을 거쳐 슈투트가르트에서 활약 중이다.
 
소속팀 슈투트가르트는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켰지만, 정우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카타르 아시안컵 등 연이은 국가대표팀 차출로 소속팀에서는 확고한 주전 입지를 다지지 못한 상태였다. 정우영은 2위 싸움의 중요한 고비였던 바이에른과의 홈 맞대결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에도 알리고, 자신을 쓰지않은 친정팀에게도 복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반면 김민재는 이번에도 본인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부진한 징크스를 거듭하며 고개를 숙여야했다. 김민재는 주중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팀이 허용한 2실점에 모두 관여하면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현지 여론의 뭇매를 맞은바 있다.

특히 한발 앞서서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김민재 특유의 수비스타일이 독이 됐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경기후 노골적으로 "너무 욕심이 많았다"며 김민재의 경기력을 대놓고 저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다시 2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에른이 주축 수비수 데 리흐트의 부상으로 센터백 가용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민재로서는 여론을 반전시킬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또다시 팀의 대패로 빛이 바랬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이날 패배에서 불구하고 김민재가 실점에 책임을 져야할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바이에른의 수비 조직력은 재앙에 가까웠다. 더블 볼란치로 투입된 수비형 미드필더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와 하파엘 게헤이루가 초반부터 쉽게 뚫리며 슈투트가르트의 파상공세에 주도권을 내줬다. 김민재와 호흡을 맞춘 센터백 에릭 다이어가 경기중 상대 선수와 충돌하여 머리에서 피를 흘리다 하프타임에 다요 우파메카노로 교체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다.
 
정우영의 2번째 골 상황을 막지못한 것도 김민재의 책임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김민재는 기라시를 막는데 집중하고 있었고, 풀백 알폰소 데이비스의 잘못된 위치 선정으로 인하여 정우영을 놓치면서, 김민재가 뒤에서 쇄도하는 선수까지 체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민재는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과 달리 이날은 큰 실수가 없었고 4번의 공중볼 싸움에서 모두 승리했으며 패스성공률도 93%로 준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근의 부진에 대한 평가를 바꿀 정도로 인상깊은 활약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김민재가 이날 수비 상황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바이에른이 슈투트가르트에게 크게 밀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슈투트가르트의 공세 속에서 수비진은 전혀 손발이 맞지 않았고 라인을 조율하고 빌드업을 주도할 리더도 보이지 않았다. 바이에른 정도되는 팀이 3실점이나 내준 것은 특정 선수나 수비진만이 아니라 팀 전체의 책임이라고 봐야한다.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하필 두 번의 수비 실수가 모두 직접적인 실점으로 연결되면서 김민재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면, 슈투트가르트전은 현재 바이에른의 부진의 근본 원인이 김민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투헬 감독은 레버쿠젠이나 슈투트가르트처럼 강하고 정교한 압박을 구사하는 팀을 상대로 시즌 내내 효과적인 대응 전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김민재만 하더라도 불과 1년 전까지 수비로 정평이 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는 선수였다. 적극적인 전진 수비 스타일이나 언어가 다른 동료들과의 소통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바이에른에 오자마자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취급되고, 자신감과 폼은 모두 하락했다.
 
김민재에 비하여 다른 수비수들의 활약상이 월등한 것도 아니고, 팀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가장 큰 책임은 선수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못하는 감독의 몫이다.
 
바이에른은 오는 9일 레알 마드리드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유럽챔피언스 4강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올시즌 무관 위기에 놓인 바이에른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경기다. 부상자가 많은 바이에른 수비진의 사정상, 김민재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바이에른의 불안정한 수비 조직력을 가지고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우는 레알의 홈구장에서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연 벼랑 끝에 놓인 김민재와 바이에른의 극적인 반전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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