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팀의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했다.

IBK기업은행 알토스 구단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이소영과 계약기간 3년에 연봉총액 7억 원(연봉 4억5000만원+옵션2억5000만원), FA 이주아와 계약기간 3년에 연봉총액 4억 원(연봉3억3000만원+옵션7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소영과 이주아는 "이번 FA를 통해 실력과 가치를 인정해 준 알토스 배구단에 감사 드린다"며 "다가오는 시즌 최선을 다해 팀이 우승을 달성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이 2020-2021 시즌 GS칼텍스 KIXX '트레블'의 주역이자 이번 시즌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7년 만에 봄 배구로 이끈 이소영과 프로 입단 후 지난 6시즌 동안 4번이나 챔프전을 경험했던 이주아를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지난 세 시즌 연속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던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씻어내고 봄 배구에 복귀하기 위함이다. 과연 이소영과 이주아는 다가올 2024-2025 시즌 기업은행을 다시 강 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소영-이주아 동시영입으로 전력 대폭강화
 
 이번 시즌 정관장을 7년 만에 봄 배구로 이끈 이소영은 다음 시즌 기업은행의 봄 배구 진출을 위해 코트를 누빌 예정이다.

이번 시즌 정관장을 7년 만에 봄 배구로 이끈 이소영은 다음 시즌 기업은행의 봄 배구 진출을 위해 코트를 누빌 예정이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기업은행은 지난 2021-2022 시즌 개막 후 주장 조송화 세터의 무단이탈사건과 서남원 감독, 김사니 감독대행의 경질과 사퇴 등으로 대단히 어수선한 초반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2021년 12월, 기업은행은 남자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후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던 김호철 감독을 팀의 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현역 은퇴 후 이탈리아 파르마의 감독에 부임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 넘게 남자팀만 이끌었던 김호철 감독의 첫 여자팀 도전이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 부임 후에도 세 시즌 동안 5위, 6위, 5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브리트니 아베크롬비와 아시아쿼터 폰푼 게드파르드, FA 황민경 등이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17승19패 승점 51점으로 선전했지만 승점 7점이 부족해 봄 배구가 무산됐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 3월 19일 김호철 감독과 2+1년의 조건에 재계약했고 이번 FA영입을 통해 확실한 지원을 해줬다.

비록 시즌 막판 발목부상을 당하며 봄 배구 출전이 좌절됐지만 이소영은 이번 시즌 정관장이 7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번 시즌 26경기에 출전한 이소영은 37.95%의 성공률로 215득점을 올렸고 43.80%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72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을 제외하면 현재 V리그에서 이소영만큼 조화로운 공수균형을 갖춘 아웃사이드히터를 찾기도 쉽지 않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루키 시즌부터 흥국생명의 통합우승 멤버로 활약했던 미들블로커 이주아는 만 23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챔프전을 4번이나 경험했을 정도로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이주아는 이번 시즌에도 블로킹 4위(세트당 0.62개)와 속공 5위(47.03%)를 기록했을 정도로 검증된 기량을 자랑했고 185cm의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어 신장(180cm)이 다소 아쉬운 '블로킹 여왕' 최정민과 좋은 콤비가 될 수 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팀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대형 FA 2명을 동시에 영입한 기업은행은 이제 정관장과 흥국생명에 제출할 보호선수 명단을 꾸리는데 머리를 써야 한다.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와 주장 신연경 리베로, '블로킹 여왕' 최정민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면 기업은행은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이나 작년에 FA로 영입했던 '밍키' 황민경, 벤치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준 육서영 등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선수 내준 정관장-흥국생명의 대응은?
 
 이주아가 떠난 흥국생명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전력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주아가 떠난 흥국생명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전력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FA 2명을 영입한 기업은행이 단숨에 전력을 끌어 올렸다면 팀의 핵심선수를 빼앗긴 정관장과 흥국생명은 다음 시즌 전력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정관장은 3년 전 19억 5000만원을 투자해 야심 차게 영입했던 이소영을 봄 배구에서 1경기도 써보지 못하고 기업은행으로 보내게 됐다. 정관장은 이날 팀 내 FA 박은진과 박혜민, 노란 리베로를 모두 붙잡았지만  아웃사이드히터 포지션은 3년 만에 이소영을 영입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문제는 현재 FA시장에 남아있는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소영과 함께 아웃사이드히터 최대어로 꼽혔던 강소휘는 지난 12일 3년 24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받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계약했다. 2001년생 정지윤도 3년 16억5000만원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잔류를 선택했다. 고의정과 김주향, 김미연 등 다른 FA 아웃사이드히터들은 기존의 박혜민, 이선우, 김세인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은퇴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김연경을 어렵게 설득해 현역생활을 이어가게 만든 흥국생명도 이주아의 이적으로 전력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작년 김연경의 절친이자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하며 강력한 미들블로커 라인을 구축했던 흥국생명은 이주아의 이적으로 김수지의 파트너를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흥국생명의 미들블로커 자원인 김나희는 높이에서, 김채연은 내구성에서 각각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아의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었던 입단동기 박은진은 15일 원소속팀 정관장과 연봉총액 3억5000만원(연봉3억원+옵션5000만원)에 재계약하며 잔류를 선택했다. 아직 2022-2023 시즌 블로킹 1위(세트당 0.83개)를 차지했던 한수지가 시장에 남아있지만 강소휘와 한다혜 리베로(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팀을 떠난 상황에서 GS칼텍스가 팀의 정신적 지주인 한수지마저 순순히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정관장과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기업은행으로부터 데려올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FA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정관장은 공수를 겸비한 황민경이나 공격력이 좋은 육서영이 보호선수에서 제외될 것을 기다려야 한다. 흥국생명은 1년 전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던 유망주 임혜림을 재영입하거나 많은 팬들을 거느린 김희진을 지명해 V리그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기구단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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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FA시장 IBK기업은행알토스 이소영 이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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