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의 데뷔 음반 'Super Real Me' 표지

아일릿의 데뷔 음반 'Super Real Me' 표지 ⓒ 빌리프랩/하이브

 
케이팝 거대기업 하이브가 새로운 걸그룹을 등장시켰다. 지난 25일 데뷔 EP < Super Real Me >를 발표한 아일릿(ILLIT, 민주-이로하-원희-모카-윤아)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여름 JTBC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오디션 <알유넥스트>를 통해 발탁된 멤버들로 구성된 아일릿은 르세라핌, 뉴진스에 이은 하이프표 세 번째 신인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역시 오디션(엠넷 <아이랜드>)을 통해 결성된 같은 레이블 선배 엔하이픈이 방송 종영 후 두 달 만에 정식 데뷔한 것에 비해 아일릿의 시작은 더디기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초 6인조로 완성되었던 조합은 갑작스런 멤버 탈퇴로 인해 5인 체제로 축소되었고 해를 넘겨 올해 3월이 되어서야 아일릿이 정상가동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서바이벌 예능의 기세를 모아 빠른 시일 안에 데뷔 음반을 발표하고 정식 활동에 돌입하는 것과 비교했을때 아일릿은 늦어진 준비 과정에 따른 시행착오가 빚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놓은 < Super Real Me >와 머릿곡 'Magnetic'은 하이브답게 엄청난 물량 공세로 듣는 이들의 귀를 자극한다.

이지 리스닝 + 웹툰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향 받은 콘셉트
 
 아일릿의 데뷔 음반 'Super Real Me' 티저 영상의 한 장면

아일릿의 데뷔 음반 'Super Real Me' 티저 영상의 한 장면 ⓒ 빌리프랩/하이브

 
하이브 표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선배 팀들의 이름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것은 아일릿으로선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특히나 최근 케이팝 시장에서 새로운 기조로 등장한 '이지 리스닝' 형식의 악곡 구성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릿만의 개성은 데뷔작 곳곳에 녹아 들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복고적인 사운드 구성이 없진 않지만 가급적 최신 유행 요소를 적극 수용하면서 웹툰, 일본 애니메이션 속 소녀들의 이미지를 몽환적으로 구현한다. 데뷔 쇼케이스에서 '엉뚱 발랄'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했던 것처럼 아일릿의 전반적인 그림은 인기 애니메이션 <슈가슈가룬> <꿈빛 파티시엘> <아이엠스타! 꿈의 오디션> 등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감지되고 있다.  

​이는 서브컬처 마니아로도 유명한 프로듀서 방시혁 의장의 성향이 가미된 것이 아닌가라는 추정을 낳게 한다. <알유넥스트> 1위를 차지했던 멤버 원희를 비롯한 구성원 상당수가 이와 같은 작품 속 주인공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점 또한 데뷔 음반의 방향성을 이와 같이 설정하게 만든 요인이 될 수 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사운드​
   
 아일릿 'Magnetic'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아일릿 'Magnetic'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빌리프랩/하이브

   
음반의 인트로에 해당되는 1분 40초 짜리 'My World'는 예전 싸이월드 BGM 음악에 견줄 만큼 익숙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채워졌다. 그런데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멤버들의 허밍과 코러스에 몽환적인 효과를 덧붙이는 등 판타지적인 성격을 교집합으로 활용하고 있다. 

​타이틀 곡 'Magnetic'은 아일릿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트랙으로 손꼽을 만하다. 최신 이지리스닝 장르의 극대화를 시도하면서도 좀 더 빠른 비트를 활용하며 멤버들이 지닌 이미지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숏폼 세로 화면에 최적화된 다채로운 손동작 안무와 반복적인 효과음은 이 곡만의 강력한 중독성을 내뿜는다.  

​중도에 좌초했지만 이달의 소녀 초기 음악부터 루셈블, 혹은 허밍 어반 스테레오가 하이브를 통해 작품을 내놓는다면 이와 같은 성향의 음악을 만들지 않을까라는 발칙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뒤이어 울려퍼지는 'Midnight Fiction', 'Lucky Girl Syndrome'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 익숙한 느낌의 음악들이지만 아일릿이라는 팀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슈퍼 신인 탄생​
 
 아일릿 'Magnetic'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아일릿 'Magnetic'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빌리프랩/하이브

 
단 4곡, 1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런닝 타임은 이 팀이 지닌 모든 것을 음반 하나에 담아내기 쉽지 않은 분량이다. <알유넥스트>를 통해 멤버들의 성장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뭔가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에서 < Super Real Me >는 험난한 케이팝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진 신인의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노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곡 모두 10대들의 생각을 담아낸 듯한 가사와 더불어 파스텔톤 이미지를 덧씌운 일관성 있는 콘셉트는 아일릿을 눈 여겨볼 만한 그룹으로 손꼽게 만든다. 하루 아침에 케이팝 시장을 뒤집어 놓겠다라는 원대한 야심보단 잔잔하게 그 속에 스며들겠다는 의도처럼 풀이된다. ​

탄탄하고 안정된 프로덕션이 뒷받침되면서 아일릿의 < Super Real Me >는 제법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가치를 담아냈다. 새로운 슈퍼 신인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으로선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아일릿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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