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어느덧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2013년 9월 추석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래 <슈돌>)는 '일에만 매진해 온 아빠들의 좌충우돌 육아 도전기'로 화제를 모았고 그해 11월 정규 편성되어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슈돌>에 출연했던 아이들만 해도 103명에 달한다. 10년 전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타블로의 자녀 이하루는 어느덧 중학교에 입학했고, 추성훈의 자녀 추사랑도 훌쩍 커버린 모습의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온 <슈돌>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8월 2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에서 <슈돌> 연출을 맡은 손자연 PD를 만났다. 그는 <슈돌>이 대한민국 대표 육아 예능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사랑받아 온 비결로 '무해한 힐링'을 꼽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무해한 방송이라고 (시청자들이) 말씀해주시더라. 그게 힐링의 포인트라, 10년 동안 (방송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처럼 콘텐츠가 많고, 하나라도 더 튀고 더 자극적이어야 살아남는 시대에 저희는 너무 그런(자극적인) 게 없는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막 하나를 쓸 때도 이런 말은 쓰지말자, 아무리 이게 요즘 유행이라도 쓰지 말자, 자극적으로 아이를 몰아붙이는 편집은 하지 말자, 이건 장기적으로 우리한테도 아이들한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주 시사하고 편집하고 다시 보면서 또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다. 이게 이렇게 가면 재미는 있지만 괜찮을까 한번 더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게 가장 어려운 점이자 다른 점이기도 하다."


제작진들이 '슈돌' 촬영하며 놀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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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아빠의 육아라는 게 낯설고 신기했던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아빠도 육아에 참여하는 게 당연해진 시대가 됐다. 이 역시 그동안 아빠의 육아를 계속해서 담아온 <슈돌>의 힘이 컸지만, 그런 반면 계속해서 새로움을 찾아나가야 하는 방송으로서의 고민도 많다.

손자연 PD는 "10년 동안 저희 프로그램의 주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24시간인데 아빠가 아이를 육아하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를 한번도 돌보지 않았던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좌충우돌 24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실제로 육아를 잘하는 아빠들이 많다. 요즘은 엄마 아빠가 같이 육아를 하는 시대"라며 "옛날과 똑같은 이야기로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시청자들이 10년 동안 사랑해주신 부분을 유지하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슈돌>에 합류하고 1년 7개월 가량을 보냈다는 손자연 PD는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제작진들은 다들 처음엔 깜짝 놀란다고 고백했다.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아이들이 먼저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면 모든 스태프가 하던 일을 멈추고 카메라 다 끄고 집을 비워준다. 모든 게 아이 중심이다. 처음 온 PD든, 작가든, 스태프들도 다 '여긴 다른 프로그램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스케줄에 따라 촬영 일정이 정해지다 보니, 가족마다 촬영 날짜도 모두 제 각각이다.

"촬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동안만 촬영한다. 너무 늦게까지 촬영하면 안 되니까 아이가 자야하는 시간에 맞춰서 아침일찍부터 저녁까지 촬영하고, 카메라 장비나 세팅은 촬영 전날에 한다. 미리 아이와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찍은 것에 비해 알맹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중간에 잠도 자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너무 힘들어 할 수 있으니 중간중간 쉬어야 한다. 어떤 프로그램은 하루종일 찍으면 2주 분량을 만들어 내지만 우리는 vcr 한 편을 겨우 만드는 정도다.

매주 촬영하는 날도 정해져 있지 않다. 가족마다 촬영일이 다 다르다. (박주호 선수의 자녀) 나은이는 학교에 다니니까 학교를 빠지지 않기 위해 주말에 촬영한다. 김준호 선수는 해외경기가 굉장히 많아서 한 달에 뺄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제이슨 아빠도 다른 방송 스케줄이 있고. 모든 건 아빠와 아이 스케줄에 맞춘다. 저희는 팀마다 스케줄이 다르고 편집 스케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방송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촬영하기 어려운 대상이 동물, 아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슈돌>의 아이들 역시 제작진이 아무리 열심히 사전 조사를 하고 준비하더라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엄마 아빠에게 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 먹는 것이 뭔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등 사전조사를 굉장히 많이 한다. 평소에 아빠랑 어떻게 지내는지, 아빠랑 많은 시간을 보내봤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하지만 아이가 이걸 좋아한다고 해서 가져갔는데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방향에 맞춰서 그때그때 수정해야 한다. 아빠가 이걸 준비했는데 아이가 '싫어!' 한다면 그걸 자연스럽게 살리기도 한다. 육아엔 정답이 없다. 실제 생활에서도 내 아이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저희가 아무리 준비하고 계획해도 100% 뜻대로 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아이의 컨디션과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한다."

가끔 떼를 쓰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아이들과 함께 촬영하면서도 손자연 PD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오해받지 않고, 예쁘게 보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편집과 자막을 여러 번 확인하며 신경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 PD는 "TV 영상매체가 그렇겠지만 이 아이들의 모든 부분을 (시청자들이) 아실 수는 없다. 이런 부분도 있고 저런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다"며 "당연히 아이들이니까 울 때도 있고 떼를 쓸 때도 있다. 아빠 말을 안 듣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한다. (시청자들도) 다들 그렇게 자라셨을 것이다. 영상으로 봤을 때 혹시라도 아이들이 오해받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가장 고민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활로 찾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코로나 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때에는 촬영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촬영 때문에 전염병에 걸리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전 확인을 해야 했다. 의심 증상만 있어도 촬영을 접었던 적도 많다.

손 PD는 "촬영 전에 무조건 자가 키트 검사를 했다. 촬영 전날 출연자 집에 카메라를 세탕하러 가는 날에 한 번, 촬영일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하는데 스태프들에게 모두 차에서 내리지도 말라고 하고 검사했다. 한 줄인 걸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서 단체카톡방에 공유하고 난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집에서도 무조건 마스크를 끼고 있고 스태프든, 출연자든 열이 나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으면 촬영하다가도 접고 들어왔다"며 "당시엔 모든 게 어려웠다. 물론 저희도 욕심이 나고 촬영하고 싶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부모님도 걱정되니까 (촬영을) 접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0년 전 일요일의 최고 인기 예능이었던 KBS 2TV <해피 선데이>의 코너로 시작했던 <슈돌>은 금요일 오후 10시 자리를 거쳐 현재 화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평일, 8시 30분이라는 이른 저녁은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다소 낯설고 이른 시간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손자연 PD는 주 시청자층인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편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후 10시, 11시에 방송됐다. 그렇지만 요즘은 평일 심야시간에 TV를 보는 시청자층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 같다. 특히나 <슈돌>은 아이와 가족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시간대를 당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 중에는 아이들도 많아서 '너무 늦게 한다, 아이들이 (방송을) 보다가 끄고 자야한다', '보고 자겠다, 안 된다고 싸운다'는 얘기가 많았다. (타깃) 시청자층에 이 시간대가 안 맞다고 느꼈다. 10년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평일 좀 더 이른 시간대가 맞다고 생각해서 옮기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더 편안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TV 시청자 수가 줄어든 대신, <슈돌> 역시 여타 예능 콘텐츠들처럼 유튜브 등 온라인 포맷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2021년 KBS 예능 유튜브 채널에서 독립해,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슈돌>은 현재 구독자수 47만 명을 기록하며 젊은 세대들과도 활발히 소통 중이다.

손자연 PD는 "지금 아이들의 모습도 올리고, 예전에 방송했던 것들도 아카이브 형식으로 올린다. 미방분(방송하지 않은 분량)을 공개하기도 한다. '아이클라우드'라는 코너로 아이돌 멤버들과 함께 하는 콘텐츠도 만든다. 저희도 TV 보다는 동영상 클립 콘텐츠로 (슈돌을) 많이 소비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TV는 TV대로, 동영상 클립은 동영상대로 '투 트랙 전략'으로 가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청률뿐만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까지 신경쓰게 된다는 손 PD는 "지난해 <슈돌>이 KBS 내에서 비드라마 부문 동영상 조회수 1위였다. 저희도 조회수를 많이 보게 된다. 온라인 콘텐츠를 위주로 보는 젊은 층도 우리 아이들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구나 체감하고 있다. 이제는 유튜브 콘텐츠 성격에 더 맞다 싶은 것들은 따로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한편 <슈돌>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10년이란 시간 동안, 반대로 출산율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통계청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인구 동향'에 따르면 2분기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0까지 떨어져 전년 동기 대비 0.05명이 줄었다. 

손자연 PD는 "예전과 달라진 결혼, 출산, 육아 등 현실을 반영하고 거부감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희가 가야 할 방향인 것 같다. 이제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저희가 '아이를 낳으세요, 아빠도 육아를 하세요'라는 캠페인처럼 방송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슈돌>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행복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는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가족이 주는 힘, 아이가 주는 행복함'을 긍정적으로 보여드리려고 한다. 비혼이든,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자유 의지의 문제이지 않나. 요즘은 아이를 낳지 않아도 '랜선이모, 랜선삼촌'이라고들 하지 않나. 이 분들도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함을 느끼는 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슈돌>을 보는 시청자들이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몫의 전부인 것 같다.

또 반대로 육아가 너무 이상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도 한다. 현실의 육아가 무엇인지, 현실의 가족생활이 무엇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가족들이 이겨나가면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드리려고,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슈퍼맨이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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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째 오후 4-6시 책임지는 '라디오 시대'의 뚝심

[장수프로] MBC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1995년 첫 방송된 MBC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아래 <라디오 시대>)는 올해로 29년째 청취자의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는 박정언 PD는 <라디오 시대>를 MBC 라디오의 또 다른 간판 프로그램 <여성시대>에 비유하며, "예를 들어 <여성시대>가 함께 울어주는 친구라면 <라디오 시대>는 옆에서 같이 웃어주는 친구같다"고 표현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에서 진행된 <라디오 시대> 녹음 현장에 다녀왔다. 매일 오후 4시 5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시대>는 요일에 따라 코너별로 나누어서 미리 녹음을 할 때도 있다. 이날 진행된 녹음은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 코너였다. "함께 웃어주는 친구"답게 녹음 현장 역시 웃음이 가득했다. 오후 3시쯤 스튜디오에 도착한 DJ들은 간단하게 제작진과 대화를 나눈 뒤 익숙하게 대본을 건네받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대본 사이에 DJ들이 던진 농담 한 마디에 갑자기 웃음꽃이 피기도 하고, 효과음 삽입을 위해 녹음을 수정하기도 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한 시간여 동안 녹음을 마친 뒤 4시부터는 곧바로 스튜디오를 이동해 생방송이 이어진다. 녹음을 마무리 하자마자 제작진과 DJ들은 일사불란하게 생방송 준비에 돌입했다. "늘 고증의 작업 필요하다"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는 1995년 시작된 <라디오 시대>와 함께 긴 세월을 달려 온 간판 코너다. 청취자가 보내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 사연을 제작진이 각색하고 DJ와 성우 김영선, 남유정씨가 리얼하고 맛깔나게 재연하는 것. 이날도 제작진들은 인터뷰에 앞서 '사연 속 주인공이 시티폰을 사용했을 법한 나이인가'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정언 PD는 "보내주신 사연을 어떻게 각색하면 재미있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시대적인 설정을 어떻게 하면 들으시기에 편할까에 대한 논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윤용 작가도 "사연은 보통 짧기 때문에 라디오에서 (DJ들과 성우들이) 재연하기 위해서는 살을 붙일 수밖에 없다. 가장 합리적으로 시대 상황을 표현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시티폰 소리가 그때 들어가도 되나. 늘 고증의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PD 2명, 작가 3명, 엔지니어 1명. 총 6명이 <라디오 시대> 제작진의 전부다. 엔지니어는 스케줄에 따라 매번 바뀐다는 점을 감안하면 <라디오 시대>에만 전념하는 스태프는 5명 뿐이라는 이야기다. 100명도 넘는 스태프가 모이는 TV 프로그램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이지만, 이들은 매일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박정언 PD는 "MBC 라디오는 역사가 긴 프로그램들이 많다. 오래된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전통이나 명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청취자 분들에게 어필을 해야 하는 이중적인 과제가 앞에 놓여있어, 늘 어렵다"라며 말했다. 라디오는 매일 생방송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하루 종일 준비한 코너와 대본이 있더라도 그날 생방송 분위기에 따라 정해진 게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고. 이윤용 작가는 "있는 코너를 아예 날려버릴 때도 있고 없는 코너를 급하게 만들 때도 있다. 모든 것은 그날 방송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바뀐다. 저희는 청취자들의 문자 반응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까 모든 방송은 청취자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날이었던 20일에는 코미디언 배연정이 출연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배연정 선생님과 방송 전에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말씀을 잘하시고 (이야기가) 풍부하시더라. 그래서 선생님 출연 전에 작은 코너가 있었는데, 그걸 없애고 바로 선생님과 이야기를 시작했다"라고 귀띔했다. 언제나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 청취자 반응이 좋을 때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와 같이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에도 생방송은 갑작스럽게 바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피해자 애도를 위해 준비한 코너들을 모두 바꾸어야 했다. 박정언 PD는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을 때 우리가 어떻게 청취자와 깔깔 웃을 수 있겠나. 그럴 땐 준비한 대본을 날리고 즉석에서 문자를 받고 신청곡을 들려드리기도 한다"라며 "'웃음은 묻어나는 편지'는 저희 시그니처 코너이지만 의도도 웃음이고 결과도 웃음이어야 한다. 그런 시기에 차마 그런 코너들을 방송할 수 없었다. 정규 코너를 한동안 중단하고 사연과 신청곡으로만 진행했다"라고 털어놨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라디오 시대>는 코로나 최전선에 있는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했다. <라디오 시대>가 긴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DJ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7년째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정선희, 문천식 DJ는 때론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콩트 연기로, 때로는 위로와 공감이 담긴 목소리로 청취자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이윤용 작가는 두 DJ에 대해 "두 분 다 정말 솔직하시다. 그래서 라디오를 오래할 수 있는 것 같다. (방송에서) '티격태격' 하는 남매처럼 보이지 않나. 그게 연기가 아니라 진짜다. 정말 가족같은 느낌으로 솔직하게 대해 주신다. 라디오에는 가식이 엿보이면 오래 갈 수 없거든. 그런 면에서 정말 훌륭한 DJ다. 제작진에겐 이런 DJ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박정언 PD도 "희한하게도 라디오는 (매스미디어지만) 일대일 매체같은 느낌이다. 이 사람의 목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가슴 아픈 사연을 읽을 때, 분노할 때 그 감정이 듣는 분들에게도 뚜렷하게 전달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데도 가감 없이 끌어 당겨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시는 재능이 있다"라고 말했다. 1979년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를 발표한 지도 40년이 훌쩍 지났다. OTT, 유튜브 등 콘텐츠의 흐름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라디오는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28년째 매일 같은 시간 청취자와 만나고 있는 <라디오 시대>의 미래는 어떨까. 박정언 PD와 이윤용 작가는 "가장 착한 친구"로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이스 공감' PD "관객 덕에 버틴 20년, 섭외 1순위는 이소라"

[장수프로] EBS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 황정원 PD

EBS 대표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이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국내외 최정상 아티스트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록, 팝, 재즈, 클래식, 국악 등 장르와 관계없이 좋은 음악, 멋진 무대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한 <스페이스 공감>은 지난 2004년 4월부터 지금까지 31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에 47만20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해왔다. EBS의 장수 프로그램인 <스페이스 공감>(아래 <공감>)의 연출자 황정원 PD를 지난 2월 22일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공감>은 EBS 일산 사옥 1층 라이브 홀에서 매주 가수들의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편집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곳간 대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9년간 모아온 아카이브 영상들을 편집해서 공개하고 있다. 대신 공연은 중단된 상태다. 황정원 PD는 "20주년을 맞아 <공감>을 새로운 포맷으로 바꾸기 위해, 6개월의 기획 기간이 주어졌다. 원래 그 기간 동안 공연과 방송을 하지 않고 재방송을 하는 조건이었는데 시간이 아깝더라. 공연을 못하는 것도 속상하고, 6개월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청자분들과의 20년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었다. 20여 회차 동안 한 편당 하나의 주제로 기념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황 PD는 아카이브 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관객과 공연이 더욱 그리워졌다고 말했다. "'헬로 루키', 현실적 문제로 제작 중단" 신인 뮤지션 등용문으로 불리는 '헬로 루키'는 지난 2007년부터 지속되어온 <공감>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데이브레이크, 실리카겔 등 걸출한 뮤지션들을 배출해왔지만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무대가 중단되었다. 지난 2022년 황정원 PD가 <공감>에 복귀하면서 '헬로 루키'를 되살렸으나, 아쉽게도 지난해 역시 프로젝트를 이어가지 못했다. 황 PD는 "저도 그렇고 스태프들에게도 (헬로 루키는) 항상 마음에 남아 있는 존재다. 2022년에는 코로나 이슈로 인해 3년 동안 못하고 있었던 때로, 이번에도 못하면 진짜 (앞으로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헬로 루키'에는 별도의 인력과 제작비가 많이 필요한 편인데, 당시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저희끼리 했다. 지난해에는 정말 제작비가 없어서 편성이 되지 않았다. '헬로 루키'는 후원 파트너사 없이는 제작이 어렵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파트너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올해에도 정말 저희는 하고 싶지만,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19 이후 공연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타격을 입은 곳은 '헬로 루키' 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의 인디 뮤지션 지원 사업이었던 '온스테이지' 역시 지난해 13년 만에 문을 닫았다. 황정원 PD는 "같은 길을 걸어가던 동지를 잃은 마음"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공감>에서 만나는 아티스트들에게서 "설 무대가 없다"는 현실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결국 '헬로 루키'를 비롯한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공연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공감>이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이 남는다. 황 PD는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음악을 듣는 환경도 바뀌었고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보고 다양한 대중음악을 듣게 만드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고민은 계속 하고 있다"면서도 음악에 대한 진지함 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공감>은 그동안의 '곳간' 아카이브 영상들을 공개하며 젊은 시청자 유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뮤지션이 <공감>의 무대에 올랐다. '포크의 거장' 한대수,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부터 손열음, 임윤찬 등 클래식 아티스트까지. 팝 스타 제이슨 므라즈는 물론이고 태국의 국민 밴드 슬롯머신도 <공감>을 통해 한국 음악 팬들을 만났다. 장르에 관계 없이 대중음악 전반을 아울러 온 <공감>만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나,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아이돌 가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황정원 PD는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은 가수들 보다는 "다른 매체에서 잘 소개되지 않는 대중음악을 조금 더 조명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섭외하고 싶은 아티스트로 이소라를 꼽았다. 황 PD는 "제가 워낙 이소라 님 팬이기도 하지만, 그 분만의 목소리와 매력을 <공감>으로 잘 담아내서 100년 후에도 누군가가 볼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좋은 공연을 꼭 시청자 분들께도 영상으로 전해드리고 싶은데 아직 출연해주신 적이 없어서 너무 아깝다는 마음이 들고 꼭 한 번은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4월 1일 스무 살이 되는 <공감>은 20주년 특집 기획을 준비 중이다. 황정원 PD는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다. 그동안 <공감>이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성실한 목격자로서 기록해왔는데, 그 중에 명반 100장을 꼽아보면 어떨까 했다. 100장들 가운데 20개의 에피소드를 선택해서 특별한 형식으로 방송을 해보려고 기획하고 있다. <공감>의 라이브홀 개관일이 2004년 4월 1일이다. 올해 4월 1일에 명반 100장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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