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경기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이동찬 학생회장이 둘째 날 경기가 끝난 후 심판진들에게 던진 말이다.

격앙된 감정을 억누른 채 내뱉은 이동찬 씨의 이 한마디는 '심판 판정 불공정'에 대한 경희대생의 분노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2001년도 국가대표선발 최종전 둘째 날인 어제(17일) 크고 작은 '판정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회 첫째 날(16일)에 있었던 '불공정한 판정'에 반한 용인대 학생의 '경기장 점거 집단농성'이 있은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경기는 오전 9시 정시 지난 날에 있었던 '집단 점거농성'의 여파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였다. 게다가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점거 집단농성이 또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소문까지 나돌아 경기장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경기는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었다. 비록 심판판정에 대한 크고 작은 항의가 계속 이어졌지만 이는 '경기 때면 언제나 있어 왔던 항의' 정도였다.

하지만 '사건'은 오후 5시 경 대회 둘째 날의 마지막 경기인 여자부 미들급 용인대의 윤현정과 경희대의 오정희가 맞붙은 결승전에서 시작되었다.

승자전에서 올라온 경희대의 오정희는 패자전에서 올라온 용인대의 윤현정에게 6대 9로 패한 뒤 두 번째 경기를 가졌다(이번 대회는 패자전의 형식을 취해 패자전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는 승자전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에게 내리 두 판을 이겨야 우승할 수 있다).

하지만 경희대의 오정희는 이어 벌어진 두 번째 경기 3회전에서 1분 7초를 남기고 경기를 포기했다. 당시 경희대의 오정희가 2대 5로 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경희대의 오정희가 '기권'을 한 이유다. 오정희는 '시합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부상을 입지도' 또는 '이길 마음이 없어서도'가 아니라 바로 '심판판정의 불공정함' 때문에 경기를 포기했다.

경희대의 이경호 코치는 1회전 1대 1 동점 상황에서 "(상대선수의) 발이 스치기만 했는데 점수를 주느냐"고 항의하기 시작했으며 이 후 이 같은 경우는 2회전과 3회전에서도 계속 발생했다.

관중석에서는 "심판 xx들 대체 뭐 하는 x이야?"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경희대 전익기 교수 또한 2회전 경기 도중 경기가 진행되던 코트로 나와 "이게 시합이야?", "왜 발끼리 스치기만 해도 점수를 줘?"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결국 경희대의 오정희는 '어차피 해도 안되는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용인대의 류병관 감독 또한 용인대 윤현정의 승리가 선언되자 박수를 치던 용인대 응원단에게 "뭐 잘했다고 박수를 쳐!"라며 호통쳤다.

경기 후 분노한 것은 경희대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집단 점거농성을 벌였던 용인대 학생들 또한 "이번 경기는 분명히 잘못 되었다"며 "우리는 정정당당한 승리를 원한다"며 분노했다.

이 후 10여명의 경희대 태권도학과 학생회 임원들은 경기장에 모여 있던 심판진들에게 다가가 "(불공정한 판정에 대해) 더 이상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며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제 심판을 비롯한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와 선수들의 사이에는 넘지 못할 너무나도 '높은 벽'이 생기고야 말았다. 태권도, 과연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일까?
2001-04-19 00:3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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