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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올림픽 회관에서 만난 고성희(38) 국제빙상연맹(이하ISU) 심판을 만났다. 고 심판은 국내에 단 세명뿐인 ISU 피겨 스케이팅 심판. 그렇기에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피겨의 든든한 '시선'이 돼 주고 있다. 지난, 8월에 열린 <2011 아시안트로피> 대회에서는 대한민국 팀 단장을 맡아, 우리 선수들을 다독인 '따뜻한 마음'이 되어줬다.

ISU 심판과 대한민국 피겨 대표팀 단장으로 종횡무진 활동하는 고성희 심판, 고 심판은 <2011아시안트로피> 대회 때의 대한민국 단장 활동에 대해 말을 꺼냈다. 고 심판의 말에서는 대한민국 피겨 선수들을 아끼는 진심이 묻어났다.

"대한민국 팀 단장이, ISU 심판만큼 어려운 활동임을 느꼈다.(웃음) 그 자리에 있으면 한 명 한 명을 안 이뻐할 수가 없다. 직접 눈으로 우리 아이들의 열정을 봤기 때문에 말이다. 한 선수가 못해서 울 때는 가슴 아프고, 또 다른 선수가 잘할 때는 가슴이 벅차 오른다. 단장이란 역할을 통해 우리 피겨 선수들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한민국 피겨 선수들의 꿈은 '월드 와이드'!

9명의 국가대표를 비롯해, 대한민국 피겨 선수가 대거 출전한 <2011아시안트로피> 대회. 이 대회에서 우리 대한민국팀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여자 시니어, 주니어, 노비스. 남자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런 자신감으로, 대한민국 어린 선수들의 꿈은 더욱 큰 무대를 향하고 있다. 바로 동계 올림픽 무대이다. 고성희 심판은 그런 아이들에게 희망찬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예전에는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사실, 나 자신부터 그랬다.(웃음) 그런데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때, 긴장된 연기 순간에 떨지않고 집중해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보고, 머리털이 솟는 느낌이었다. 당시엔 연아가 만든 건, 정말 말도 안 돼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한참 후에서야 열심히 하면, 올림픽 피겨 금메달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IMG@고성희 ISU 심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피겨여왕 김연아의 금메달 순간'을 꼽았다. 그리고 '김연아의 태릉 훈련'이 가져다 준 긍정 효과에 대해 들려줬다.

"연아라는 샘플은, 아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참가하는데 의의' 같이 안이한 안주가 아니라, 현실로 금메달이란 비전을 갖게 됐다. 연아가 오면 어린 국가대표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탄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계적인 메달리스트와 땀 흘리면서 스케이팅 한다는 게 아이들한테 꿈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따라한다. 그런 모습에 (국가대표 선수의) 코치 분들도 좋아하신다. 연아가 가져다 준 긍정효과다."

대한민국 피겨사 100년 만에 이뤄낸 올림픽 금메달, 두 번째 꿈은 과연 가능할까? 분명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피겨 환경과 지원은 척박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의 열정이 뜨겁기에, 지금 대한민국 피겨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백년 만에 일궈낸 피겨 금메달이기에, 두 번째라고 결코 시시한건 아니다. 아무도 쉽다고 생각 안한다. 혹 누군가 피겨 금메달이 쉽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말 피겨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하지만....... 이제 우리 아이들의 꿈은 월드 와이드다. '니가 하나 봐라' 같은 사소한 경쟁대신, '나도 해봐야지!' 같은 큰 꿈을 갖고 앞으로 나가고 있다."

국가대표를 꿈꿔라! 대한민국 피겨 미래들!

꿈을 위한 첫 관문은 피겨 국가대표 발탁이다. 재능 있는 피겨 유망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시점. 국가대표 10인에 발탁되는 것은 분명, 만만치 않은 일이다. 부단한 연습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ISU 고성희 심판은 국가대표를 꿈꾸는 이들에게 '끈기'를 조언해줬다.

"국가대표를 돠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상비군 후보, 대표후보, 청소년 대표, 꿈나무 대표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대표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갖는 게 중요하다. 간혹 (국가대표를) 쉽게 이룰 거라는 기대 때문에 지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너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지치지 않고, 참고 노력한다면 길은 열려있다."

@IMG@꿈꾸는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터들에게 고성희 ISU 심판은 큰 힘이다.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피겨 스케이터에게, 대회에서 자국 심판이 함께하는 것만큼 든든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가 국제 대회에 나갔을 때, 우리 심판이 있고 없음의 차이가 크다. 평가가 공정하다지만, 자국 심판이 없으면 선수들은 위축된다. 과거, 선수시절 내 자신이 그랬다. 심판 석에, 우리나라 사람이 한명 있으면 그것만으로 큰 힘이 됐다. 자신을 알아봐주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말이다."

선수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고성희 ISU 심판은 심판 배정을 맡은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꼼꼼히 챙겨본다고 말했다. 그런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는. 공부는 필수였다.

"판정이라는 게 심판이 좀 부족할 수도 있고, 의도가 아니게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이런 부분을 줄이고 선수가 믿을만한 심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저 심판이 했다면 '맞다'는 믿음이 갈수 있는 심판이 되어야 한다. 심판은 끊임없이 바로바로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해서 선수, 코치보다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한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평가를 하는 고성희 ISU 심판이지만, 심판 활동 중 한 가지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 2011 동계 아시안 피겨 여자 싱글 경기 때의 일이다. 당시, 고 심판은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 심판으로 참여했다.

"(동계아시안게임때) 심판 종목 배정을 놓고 추첨을 했다. 한마디로 추첨을 해서 심판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때, 제가 손을 들어 여자 싱글 종목 들어가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민정이가 4대륙 때도 좋고, 아시안 게임 때도 가능성 있어 보이고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불이익이 없도록 공정하게 심판을 봐줘야겠다고 생각해 자원을 했다."

고성희 ISU 심판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민정이의 경기가 시작하자, 그때는 정말 평가자 이기에 앞서 '민정아! 제발 실수하지마!' 라는 생각이 들고, 제가 다 긴장하면서 경기를 봤다. 누구를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마음보다,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당시 민정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멋진 연기를 펼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민정이가 첫 메달을 가져온 게 너무 행복했고, 소름 끼쳤다. 최초 메달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피눈물이 나는지, 민정이와 연아는 아마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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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회에 나가면 '대한민국 선수' 생각에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는 고성희 ISU 심판. 그런데 그런 고 심판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한 해외 스케이터가 있었다. 뜻밖의 주인공은 바로 은반 위의 전설 커트 브라우닝이었다. 20여년도 훨씬 전인, 1988년 고성희 심판은, 동계 올림픽을 보며 커트 브라우닝의 4회전 점프와 연기력에 반해 팬이 됐다고 한다.

"이번 (올댓 서머) 아이스쇼 때 관람석에서 커트 브라우닝을 봤다.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봤다. 그런데 머리가 벗겨져서 너무 속상했다. (웃음) 당시 연기력과 멋진 4회전 점프에 반해, 저 사람이다. 생각했었는데......아무튼 다시 보게 돼서 추억이 되살아나고 좋았다.(웃음) 당시 데낄라였나? 그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커트의 데낄라였던 것 같다. 그거 한번 보면 사람 자체에 빠지게 된다."

커트 브라우닝의 환상적인 연기를 보며 꿈을 키웠던 한 스케이터는 이제 대한민국 피겨의 든든한 '시선'이 됐다. 23년 전의 커트의 환상적인 연기처럼, ISU 고성희 심판의 눈을 사로잡을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터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ISU 심판 고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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