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세계로 퍼진 것은 2차대전 미군을 통해서였다. 문화제국주의 첨병이란 비판도 다 근거가 있는 얘기.
ⓒ CocaC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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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상품의 대명사 코카콜라. 자기 상징색인 빨강을 알리기 위해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각인시켜버린 것처럼 문화 지배로 상품을 팔고 동시에 상품을 팔며 미국 문화를 퍼트리는 대표 선수다.

고향인 미국 본토에서는 비만 주범으로 공격받고, 해외에서는 환경 파괴나 노동 착취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여전히 코카콜라는 건재하다. 유엔 가입국보다 코카콜라 먹는 나라가 많고, 코카콜라 없는 나라는 쿠바, 이란, 북한 등 공교롭게도 미국이 이름붙인 '악의 축' 멤버들과 겹쳐진다.

제임스 딘과 리바이스 청바지의 관계처럼 이른바 문화 제국주의 첨병이라 비판받는 미국 상품이라면 할리우드 영화와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코카콜라라면 특별히 PPL(간접광고)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피자건 햄버거건 뭘 먹는다 싶은 장면에선 자동으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코카콜라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유리병 디자인도 할리우드 출연의 이유가 된다. 풍만한 여성을 본떠 만들었다는 이 코카콜라 유리병은 손에 딱 들고 있으면 뭔가 자세도 나오고, 어디 올려놓으면 모양도 괜찮았고 경쟁자라 할 펩시콜라에 비한다면 확실히 개성 있는 소품이었다.

 코카콜라 성공 비결 중에는 독특한 유리병 디자인도 있다. <부시맨>(1980)에선 아예 '신의 물건'으로 칭송받는다.
ⓒ 20C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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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유리병의 영화 출연이 잦다 보니 지나치게 강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경우들이 있다. 주목받는 것은 확실하지만 코카콜라는 마시라는 얘기인지는 고개가 갸웃거리는 그런 장면들이다. 강자의 여유인지, 개성이 넘친 결과인지 아니면 코카콜라에 대한 지능형 안티인지 그 진상이 궁금해진다.

어린 시절 TV에서도 여러 번 봤던 <그날이 오면>(1959)은 냉전시대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다루고 있다. 남반구에서 작전하던 미군 잠수함이 임무를 마치고 부상하는데 이미 북반구는 핵전쟁으로 전멸해 버린 뒤였다. 방사능이 남반구로 오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보내는 하루하루를 그리고 있는, 흑백이라 더 우울하게 느껴지는 그런 영화였다.

생존자가 없을 것 같았던 미국 본토에서 의미 불명의 모스 신호가 오고, 잠수함이 확인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방사능을 무릎 쓰고 찾아가 보니 커튼 줄에 매달린 코카콜라 유리병이 홀로 무전기 스위치를 누르고 있었던 것. 생존자 구출에 대한 기대가 허무로 바뀌는 그 장면에 등장한 코카콜라 유리병은 판매에 도움이 되었을까?

 <그날이 오면>(1995). 오른쪽은 2000년 리메이크작 원제는 < On the beach >.
ⓒ 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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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은 2000년 TV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는데,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코카콜라 유리병은 최후의 생존자로 등장한다. 시대가 변한만큼 유리병으로 반사된 햇볕이 노트북 컴퓨터 터치패드를 건드렸다는 복잡한 설정이지만 말이다. 핵전쟁으로 세상은 망해도 코카콜라는 남아 있다니 대단한 자신감이라 해야 할까.

코카콜라는 빨강이고, 펩시는 파랑이다. 블록버스터 <진주만>(2001)에 등장하는 코카콜라 유리병은 아주 강한 빨강을 담고 있는데, 바로 사람의 피다. 일본군 공습에 무방비로 당하면서 일대 혼란에 빠진 병원에서 피를 담기 위해 급하게 조달된 것이 바로 코카콜라 유리병이다.

 <진주만>(2001)
ⓒ Touch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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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유리병에 붉디붉은 피가 담겨 나가는 장면은 커다란 스크린 전체를 차지한다. 국민 음료도 모자라 위기를 맞아 희생하는 이미지마저 욕심낸 것일까? 아니면 코카콜라는 우리의 고혈을 짜내는 음료라는 숨겨진 메시지일까? 그 내막이야 어쨌든 그 시각적 충격만큼은 만만치 않았다.

 영원한 2등을 벗어나고자 할리우드 영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돈도 많이 쓴다는 펩시콜라. 영화 <백 투 터 퓨쳐>(1985)에서 1955년으로 간 주인공은 그냥 "코크 주세요" 하면 될 것을 '다이어트 펩시' 달라고 고집하다가 주인에게 면박을 받는다. 그래도 끝내 펩시를 찾아 마시는 주인공의 근성 또는 펩시의 마케팅.
ⓒ Univers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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