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1@할리우드에서 배우가 어느 날 대박을 터트려 스타덤에 오른다면 곧 자기 제작사를 차리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스타가 차린 제작사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와 '누구를 주연으로 몇 년 안에 몇 편'하는 식의 계약을 맺곤 한다. 스타는 자기 제작사를 통해 자신의 출연을 보장받으면서 수익을 나눌 수 있고,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은 스타를 자기 영향력 아래 두면서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를 얻는다.

예를 들어 산드라 블록이 나오는 영화들은 대부분 그녀가 소유한 포티스 필름이 제작사로 참여하고 있고 이런 영화들엔 그녀 자신도 제작자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린다. 우리 생각에는 한 물 갔다고 느껴지는 산드라 블록이 여전히 주연 자리를 거머쥐는 비결인 셈이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톰 크루즈가 파라마운트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얘기도 정확하게는 톰 크루즈 개인이 아닌 그의 제작사인 크루즈/와그너 프로덕션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IMG2@거의 모든 할리우드 스타들의 제작사가 매니지먼트와 수익 배분을 위한 법인처럼 활동하지만 예외는 있기 마련이고 특히 좋은 예외들도 있다. 감독을 목표로 하는 배우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멜 깁슨, 조지 클루니처럼 자기 제작사가 좋은 받침이 되어준다. '할리우드의 안성기'라 할까 반듯한 이미지의 국민배우로 각인되어 있는 톰 행크스는 제작사 이매진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명작 시리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전쟁영화 팬이라면 극장판을 뛰어 넘는 시리즈물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를 잊지 못할 것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탄생시킨 제작자가 바로 톰 행크스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를 마치고 나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는 의기투합해서 영화 찍느라 만들어 놓은 세트와 장비도 활용할 겸, 영화 하나에 담지 못한 이야기도 담을 겸 드라마 전문 채널 HBO와 손잡고 10부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내 놓았는데 톰 행크스는 제작은 물론 에피소드 연출에도 참여했다.

@IMG3@톰 행크스가 극장판 영화를 만든 뒤에 HBO와 손잡고 못다한 이야기를 TV 시리즈로 내 놓은 것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처음은 아니어서 론 하워드 감독과 <아폴로 13>(1995)을 작업한 뒤에 <지구에서 달까지>(1998)를 선보인 바 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계획 '아폴로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다룬 영화로 개인적으로는 톰 행크스라는 인물을 정리할 때 <지구에서 달까지>의 제작자라는 점이 가장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준 영화였다.

아폴로 계획과 함께 기억될 인물이 케네디 대통령인 것처럼 미국인들에게 달 착륙은 미국의 이상적인 모습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 예민한 주제를 현실과 꿈, 드라마와 특수효과를 조율하며 <지구에서 달까지> 12부작에 담아냈다. 제작자 톰 행크스는 <지구에서 달까지>는 각 에피소드 앞부분에 해설자로 나와 이해를 돕기도 하고 한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그 자신이 우주 비행사들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톰 행크스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수도 없이 봤다고 한다.

@IMG4@영화 만들고 남은 것 재활용이라고 좀 까칠하게 볼까 하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지구에서 달까지> 모두 3년 이상 제작기간을 두고 공을 들여 만든 것들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미국 D-day 박물관장을 지낸 스티븐 앰브로스의 동명 저서를, <지구에서 달까지>도 앤드루 차이킨의 <맨 온 더 문>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학계나 출판계의 성과물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능력 역시 할리우드 밑천 중 하나인데 톰 행크스 역시 좋은 원작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한다.

지금도 장난꾸러기 얼굴이 남아 있는 톰 행크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여러 생각이 든다. <스플래쉬>, <총각파티>, <빅>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철없는 이미지에서 멋진 남자, 좋은 아버지 캐릭터로 진화하여 대체할 수 없는 자기 고유의 영역을 만들었다. 이름만 올리는 배우 제작자가 아니라 연출과 제작에서도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은 할리우드 배우 커리어 관리는 물론 인생 선배로 봐도 모범 사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