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 2년 전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도 이미 비슷한 일을 한번 겪었던 터라 더 억울하고 화가 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이번 올림픽에서 판정을 맡은 심판들도 인간이기에 충분히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실수를 어떻게 바로 잡느냐 하는 문제다.

채점 오류로 인해 메달의 색깔이 바뀌었음을 스스로도 공식 인정했으면서 그것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떠한 논리에도 맞지 않는 궤변이다.

경기에서 큰 실수를 하고서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동메달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던 미국의 폴 햄은 의외로 다가온 금메달이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 마냥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온 금메달이 실수로 왔고 다른 선수가 진정한 주인이란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반납하지 못하겠다는 그 의중을 나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또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 보내기에 급급한 FIG(국제체조연맹)와 IOC(올림픽위원회)의 모습을 보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고, 올림픽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후원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있지만 정작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는 우리의 스포츠 외교에 답답할 뿐이다.

금메달이란 그 선수가 올림픽에서 다른 선수들을 정당한 방법과 기량으로 누르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수여하는 상징적인 의미의 물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가 없는 금메달이라면 그저 우리가 흔히 몸에 하고 다니는 금목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과 같은 장신구에 불과해진다.

"당신이 바로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 그 금메달은 정말 무한한 가치를 지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동그란 금 쪼가리와 다를 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이 실시한 자체 인터넷 투표에서도 역시 폴 햄이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다. 외국은 물론이고 자국민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폴 햄의 금메달은 이미 그 가치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차라리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세계 최고라고 인정을 받는 양태영의 동메달이 더욱 값져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폴 햄은 자신의 받은 금메달의 의미와 함께 자신의 명성, 그리고 국가의 위신 등 더욱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 만약 자신이 직접 메달을 포기할 경우 그는 금메달 보다 더 값진 것들을 얻게 된다는 걸 정말 모르고 있을까?

만약 메달 수여가 번복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당연히 양태영 선수에게 금메달 이상의 환호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가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부문이라 그의 활약은 더욱 큰 가치를 지닌다.

물론 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금 쪼가리는 그냥 폴 햄에게 주고, 그 금메달이 지니는 진정한 가치는 양태영에게 수여하자.

이미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은 대부분 양태영을 진정한 챔피언으로 여기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아테네에서 양태영 선수가 보여 준 세계 최고의 금빛 연기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정말 중요한 것은 최고의 메달이 아니라 최고의 실력이다.

실력 향상은 선수들에게 맡기고,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선수들이 더욱 든든하게 자신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또 그것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스포츠 외교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 선수의 권리는 우리가 나서서 보호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2004-08-27 09:4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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