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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돈을 둘러싼 막장 가족사부터 정재계 스캔들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베탕쿠르 스캔들: 상속녀, 집사 그리고 남자친구>

24.04.15 17:16최종업데이트24.04.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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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베탕쿠르 스캔들> 포스터. ⓒ 넷플릭스


매년 말이면 어김없이 순위를 매기는 전 세계 억만장자 지수, 2023년에는 누가 이슈였을까.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는 일론 머스크, 그리고 역사상 최초로 1천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했다는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등을 주요하게 다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는 누구일까?

프랑수아즈는 프랑스의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현재 최대 주주다. 로레알은 1909년 그녀의 외조부 외젠 슈엘러가 설립했고 이후 성공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며 지금에 이르렀다. 2017년 회사의 최대주주인 그녀의 어머니 릴리안 베탕쿠르가 사망한 후 재산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스캔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베탕쿠르 스캔들: 상속녀, 집사 그리고 남자친구>(아래 <베탕쿠르 스캔들>)은 릴리안 베탕쿠르가 사망하기 전까지 그녀의 천문학적인 '돈'을 둘러싸고 벌어진 기상천회한 일들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본다. 추악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날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황당무계한 막장 가족사의 시작

릴리안 베탕쿠르는 1987년 잡지 화보 촬영으로 25살 어린 유명 사진작가 프랑수아 마리 바니에와 인연을 맺는다. 릴리안은 호탕하고 유쾌하며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성격이었던 바니에와 급속도로 친해져 누구나 알 만한 사이로 발전한다. 그녀의 남편은 수차례 장관을 지낸 저명한 인사였으나 너무나도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딸 프랑수아즈의 성격도 비슷했다.

그렇게 재미없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릴리안을 바니에가 구해 준 것이었다. 릴리안은 바니에와 만나며 삶의 행복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들의 관계가 이성적이진 않았다. 바니에가 게이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공공연하게 여행도 함께 다닐 수 있었다. 이런 사이를 두고 소울메이트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릴리안이 바니에를 후원한다며 준 선물의 금액이 상상을 초월했다. 20여 년간 자그마치 10억 달러(1조 원 이상)를 훌쩍 넘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또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도를 넘어서는 금액이었다. 결정적으로 바니에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생명보험 계약이 있었고, 바니에가 릴리안에게 자신을 양자로 받아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가히 충격적인 전개.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정재계의 스캔들

2007년 프랑수아즈는 바니에를 고소한다. 릴리안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사실을 이용해 바니에가 릴리안의 돈을 갈취했다는 것이었다. 하여 릴리안이 재산을 관리하기 힘드니 프랑수아즈 자신을 후견인으로 지정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다. 이에 릴리안은 격분해 딸을 고소하려 한다. 그러며 바니에를 유일한 상속인으로 지정하려 한다. 황당무계한 막장 가족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릴리안은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 일부가 프랑수아즈 편에 붙었다며 해고하기도 했는데, 그중 한 명인 집사 파스칼 본푸아는 일련의 사건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가 2009년부터 아무도 모르게 릴리안의 사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했고 부당하게 해고당하자 엄청난 분량의 녹음 파일을 프랑수아즈에게 넘긴 것이었다. 그녀는 녹음 파일을 경찰에 넘긴다.

그런데 경찰에 넘긴 녹음 파일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최측근과 유착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릴리안이 해고한 회계사의 증언이 정황을 확인시켜 준다. 릴리안에게서 사르코지에게로 불법 대선자금이 전해졌다는 것. 대기업 가문의 막장 스캔들이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정재계의 막장 스캔들로 비화되고 있었다.

막장 이야기의 끝엔 '돈'이 있었다

결국 프랑수아즈가 승리했고 모녀는 화해한다. 법원은 릴리안의 후견인으로 릴리안의 손자이자 프랑수아즈의 아들을 지목한다. 그녀의 막대한 재산은 더이상 그녀의 관리 하에 있지 않았다. 한편 스캔들이 커지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바니에는 징역과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그마저도 항소에 성공해 턱없이 줄어들었다.

릴리안은 알츠하이머병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갔고 2017년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재산은 프랑수아즈가 상속받으며 이상하고도 거대한 스캔들은 일단락 난다. 거슬러 올라가면 꼭대기에 결국 '돈'이 있다. 릴리안에게 돈이 많지 않았다면, 과연 바니에가 접근했을까? 돈을 받으러 정치인이 줄을 섰다는 얘기가 들렸을까? 해고된 직원들이 폭로했을까? 프랑수아즈가 고소했을까?

물론 돈이 터무니없이 많다고 해서 릴리안 같이 사막 같은 삶을 살며 세상 온갖 사람이 들러붙는 건 아니다. 이 스캔들은 그녀만의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왜' 그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와 '어떻게' 일이 진행된 것일까를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왜'만 들여다보면 감정적인 측면만 볼 것이고 '어떻게'만 들여다보면 이성적인 측면만 볼 것이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이성과 감정 모두 버무려져 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베탕쿠르스캔들 로레알 남자친구 상속녀 불법선거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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