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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매출 기업, 단돈 12억 원으로 망하게 했다"

[이영광의 '온에어' 304] MBC < PD수첩 > 박종은 PD

24.04.07 13:14최종업데이트24.04.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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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아 매트 업계 1위는 크림하우스프렌즈였다. 투명한 공정 과정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17년 11월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며 맘카페 등에 그림하우스를 비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고 현재 크림하우스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알고 보니 경쟁업체의 댓글 공작으로 피해를 본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지난 2일 MBC <PD수첩>에서는 '기업살인과 댓글부대' 편이 방송되었다. 크리하우스 허찬희 대표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경쟁사인 A사가 어떻게 댓글공작을 펼쳤는지 그리고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사교육 시장도 담았다. 취재 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박종은 PD를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MBC 의 한 장면 ⓒ MBC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방송을 유튜브 라이브와 같이 봤는데 유아용 매트 회사의 얘기가 주된 얘기라서 사람들이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 했는데 오늘(3일) 보니까 생각보다 맘카페라든지 커뮤니티 같은 데 글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 반응이 어떤데요?


"나쁜 행동한 회사에 대해서 규탄하고 피해 당한 회사 힘내라는 식의 글들이 맘카페에 많이 올라왔어요. 이건 어떻게 보면 <PD수첩>아이템 중에는 마이너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아이템에도 시청자들이 관심이 있다는 걸 보면서 감사하다고 느끼는 회차였습니다."
 
- 댓글 공작으로 피해 입은 기업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작가님이 이 안타까운 사연을 이 듣고 오셔서 저에게 소개해 주셨어요. 저도 듣고 만나봤는데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진행하게 됐죠."
 
- PD님은 이런 거 생각해 보셨나요?

"요즘은 워낙 온라인 여론 조작 이런 게 심하니까 억울한 케이스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죠. 크림하우스 사건 같은 경우 되게 큰 사건인데 몰랐다는 생각을 했었죠."
 
- 처음에 아이템 잡고 뭐부터 하셨어요?

"어느 정도 상황인가 해서 그 피해 공장에 먼저 내려가 봤어요. 내려가 보니 말이 공장이지 공장이 아니라 창고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이 망가진 게 보이더라고요."
 
- 크림하우스프렌즈 허찬회 대표 인터뷰로 시작하셨잖아요.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게 2017년 말 2018년 초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건이다 보니까 그때 당시를 명확하게 기억하는 건 피해자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10년 혹은 20년이 지나도 명확하게 기억하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명확하게 시작 해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구성했죠."
 
- 인터뷰할 때 어땠나요?

"창고 같은 공장이라고 했잖아요. 그때가 3월이었는데 추웠어요. 인터뷰를 하는데 자세히 보면 이 김이 나오거든요. 그 정도로 추웠고 안에 난방을 잘 안 틀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이었어요."
 
- 사건이 나기 전 크림하우스는 유아매트 업계 1위로 인기가 있었나 봐요. 그러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며 사건이 시작된 거 같거든요.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고 글들이 올라왔죠. 사실 친환경 인증은 그냥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있어서 환경에 좀 더 친화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걸 장려하는 자발적 인증이라서 이게 소비자에 못 갈 제품이 아니거든요. KC 인증이고 어린이 제품 같은 경우 어린이 안전 특별법에 따라서 인증을 딴 제품이라서 문제가 별로 없는 건데 그 친환경 인증마크가 취소된 걸 이용해서 공격이 들어온 저고 사건이 그것부터 시작이 된 거죠."
 

박종은 PD ⓒ 이영광

 
정작 가해자는 죄의식 전혀 없어 

- 친환경 취소되는 데에 A사가 역할 한 거 같던데.

"환경산업기술원에 크림하우스 제품에 문제가 있으니까 이거 취소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의 민원 넣고 확인 전화 계속했다고 하더라고요."
 
- 소량의 DMAc가 나온 거잖아요. 전문가들은 그 정도가 문제 없다고 하는데 왜 문제시 된 거죠?

"2017년 당시에 라돈 침대 같은 류의 문제가 터져서 사람들이 그런 공포에 휩싸여 있는 상태였지만 떨어뜨려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거든요. 이미 안전이 확인된 KC 인증마크가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 친환경을 뗀 것 뿐인데, 마치 그 공포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 DMAc라는 게 검출이 됐다고 하니 공포가 확산 된 거죠. 사람들은 자기가 잘 모르는 거에 대해 공포감을 엄청 많이 가지는데 DMAc는 처음 들어보셨을 거잖아요. 사실 아세톤 뚜껑을 열어두는 게 더 위험하다고 해요. 근데 우리가 아세톤을 알잖아요. 그러니 사람들은 아세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게 막 많이 쓰거나 아니면 공기 중에 퍼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요."
 
-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언론보도가 나온 거 같은데.

"그렇죠. 그때 뉴스에 환경부 관계자나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가 공포 조장하는 말을 했고 안정을 시켜줘야 될 기관에서 불 지핀 게 돼버리는 거죠."
 
- '왈도와고도'란 닉넥임의 글이 문제를 키운 거 같은데 그게 경쟁사인. A사 마케팅팀장의 가족이었죠. A사는 크림하우스 이전에 업계 1위였던 것 같아요. A사가 댓글 공작한 게 계획적일까요?

"그 닉네임은 마케팅팀장의 가족과 마케팅팀의 직원 아는 분 게 합쳐져서 가상의 인물이 하나 만들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왈도와고도'라는 아이디를 마케팅팀에서 편하게 썼나 봐요."
 
- 어떤 내용의 글이 많나요?

"저희도 댓글들을 보면서 되게 구체적이면서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게 앞에는 크림하우스 욕을 해놔요. '냄새가 나네', '발암물질이니 이것 때문에 생식 독성이 걸릴 수 있네'라며 욕 하고 끝에는 항상 '그래서 저는 아예 A사 매트 써요.', '그래서 저는 A사가 더 좋아요', 'A사 쓰지 그랬어요' 등의 말이 붙어요."
 
- 전문적인 용어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렇죠. 생식 독성이나 발암물질, 심지어 검사도 시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일반인처럼 안 보이죠. 일반인들이 그 매트 검사할 수 있는 기관을 알지도 못할 거고요."
 
- A사 대표인 장 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해외 선교도 하고 헌금도 많이 내는 것 같은 데 일상생활은 그렇지 못한 것이잖아요. 두 얼굴이네요.

"안수집사예요. 교회에서는 너무너무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A사 공장에 다녔던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전혀 다른 모습에 대해서 언급하더라고요. 되게 사람을 믿지 않고 수단으로 취급하는 모습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교회에서의 모습과 회사에서의 모습이 달랐던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 A사도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나 봐요?

"A사도 2012년에 KBS <소비자 고발>에 그때는 DMF와 암모니아가 문제가 돼서 방송을 탔죠. 근데 DMF와 암모니아는 실제로 크게 위험한 물질이 아니라고 얘기 됐고 DMF는 문제가 됐는데 그때 당시에 우리나라에 DMF에 대한 기준이 미비했고 그러면 기준을 정하라고 하고 넘어갔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 크림하우스를 요즘 대부분 모르나 봐요?

"10위권 밖이죠. 제가 많이 물어봤어요. 10명 물어보면 9명 정도 모르고 한 명 정도 알죠. 거꾸로 10명 물어보면 9명은 A사를 알아요. 거기서 놀랐어요. A사를 많이 쓰더라고요."
 
- 이 사건에 대한 기소가 늦어졌다고 나오던데 혹시 로비 가능성 있을까요?

"로비가 있었다는 건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까 말할 수 없는 거고요. 그보다 변호사분들이 많이 하는 말은 이런 류의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다고 해요. 방송에 보시면 이런 류의 사건이 실형 나오는 게 거의 없거든요. 그러니까 강력 사건에 비해 굉장히 뒤로 밀리는 사건이거든요. 근데 또 사건은 복잡해요. 골치는 아프지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계속 뒤로 밀리는 거죠."
 
- 200억 매출 기업에 손해 입혔는데 민사에서 손해배상액이 12억 이라는 게 납득 안 되요.

"그게 우리나라 민사에서 이런 손해 사건 같은 경우 손해액을 산정하는 데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손해를 잡을 때 매출 기준으로 할 건지 아니면 순이익 기준으로 할 건지도 되게 보수적이죠. 근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매출은 고정비가 항상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매출 기준으로 잡아줘야 되는데 순이익 기준으로 잡으면 굉장히 피해액이 줄어들게 된단 말이죠.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피해액 산정이 문제인 거죠. 그다음 재판부에서 A사의 책임을 20%밖에 인정 안 해줬거든요. 그러니까 피해액이 12억밖에 안 나오는 거죠."
 
- 200억 매출 기업을 망하게 하고 12억 주면 된다고 하게 되면 누구냐 하지 않을 거 같은데 왜 이거 이렇게 할까요?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막아 질 것 같거든요.

"그렇죠. 그런 거에 있어서 보수적으로 피해액을 산정하는 우리나라의 관습도 문제고 그다음에 범죄 수익 자체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는 부분이 문제 있다고 보는 거죠."
 
- 현재 A사 대표가 장씨 부인이죠. 이야기하다가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재판을 이유로 못 만난다고 했죠. 일부러 그런 걸까요?

"아마 변호사가 말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처음에 만나러 갔을 때는 변호사 없이 왔거든요. 그래서 변호사를 대동해서 만나겠다고 했어요. 변호사를 쓸 수 있는 건 개인의 권리죠. '안 나올 것 같은 데'라고 하니까 자기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아마 변호사가 안 나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고 그걸 받아들였겠죠."
 
- 만났을 때 분위기는 어쩌나요?

"정말로 본인들이 뭘 잘못했다는 인식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방송에도 나오다시피 '글쎄요. 2심이 왜 실형이 나왔을까요?'라고 의아해 하고 그다음에 제가 계속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을 때 끝까지 사실 사과를 안 했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아직도 3심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 죄의식이 없는 걸까요?

"크게 죄의식이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A사 대표도 조사받을 때 그렇게 얘기를 했잖아요. 정당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알릴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 같아요."
 
- 사교육 시장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사건도 나오던데 그건 왜 담은 거예요?


"그렇죠. 매트만 가지고도 1시간을 구성을 할 수 있었는데 사교육 얘기를 굳이 굳이 넣은 건 유아 매트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일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까 봐 사실 영화계에서도 벌어지고 사교육계에서도 벌어지고 아이돌계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걸 또 다 담을 수는 없잖아요. 좀 더 우리의 피부에 와닿는 게 뭘까 했을 때 사교육 쪽이 또 심하기도 하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바이럴 업체가 정말 밤하늘에 별처럼 많더라고요. 저희가 밝혀내는 데도 제한된 시간 내에 한계가 있었는데 좀 더 밝혀지면 더 많은 게 나오지 않을까 해요. 사람들이 관심 가지고 봐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이 뭐였나요?

"본인들은 다 아니라고 하는 게 어려웠죠. 바이럴 업체 같은 데도 저희가 취재했거든요. 본인들은 그런 마케팅 안 한다고 하는데 진짜 다른 사람 말 들어보면 그거 걸리는 놈이 바보라고 해요. 그만큼 찾아내기가 힘들죠."
 
 
박종은 PD수첩 댓글공장 크림하우스프렌즈 유아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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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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