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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가 레전드를 예우하는 법

[리뷰] MBC <놀면 뭐하니?>, MSG워너비 김정민의 전성기 시절 복기

21.06.14 11:06최종업데이트21.06.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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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유일한 고정 출연자' 유재석이 김태호PD의 조종하에 다양한 직업군을 체험하는 '본격 부캐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드러머(유고스타), 트로트 가수(유산슬), 라면가게 사장(유라섹), 오케스트라 연주자(유르페우스), 치킨집 사장(닭터유) 등 많은 직업군들을 체험했다. 심지어 작년 여름에는 유두래곤으로 변신해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여러 캐릭터들을 직접 체험한 유재석은 작년 가을부터 동료 연예인들의 부캐를 발굴하는 제작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싹쓰리의 린다G(이효리)와 비룡(비)을 시작으로 환불원정대의 만옥(엄정화)과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 '2021 동거동락'의 나대자(홍현희), MSG워너비의 멤버들 등 부캐를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유재석이 작년 가을과 올해 여름, 각각 '지미유'와 '유야호'라는 부캐로 변신해 제작한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와 MSG워너비다. 그리고 양 팀에는 각각 엄정화와 김정민이라는 90년대 가요계를 주름 잡았다가 현재는 가수로서 전성기가 지난 멤버들이 있다. 나아가 <놀면 뭐하니?>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가수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기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레전드들을 예우했다.

엄정화 놀라게 했던 'V맨' 김종민 깜짝등장
 

엄정화(오른쪽)에게 가장 화려한 시절을 함께 한 김종민과의 재회만큼 반가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 MBC 화면 캡처

지난 2014년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토토가> 특집은 시청자들이 그리워하던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인기가수들을 소환하며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토토가>는 시청자들에게도 최고의 연말선물이 됐지만 공연에 소환된 10팀의 가수들에게도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됐다. 터보처럼 <토토가> 출연을 계기로 팀을 재결합해 신곡을 발표한 팀도 있었다.

최근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편에서 활약한 엄정화 역시 <토토가>에 참가해 9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4집 히트곡 <초대>와 <포이즌>을 부른 엄정화는 당시 함께 활동하던 백댄스팀을 그대로 섭외해 당시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다만 <포이즌>에서 'V맨'으로 활약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김종민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았다(당시 김종민은 동시간대의 타 방송에 고정출연하고 잇었기 때문에 <토토가>에 출연할 수 없었고 'V맨'은 유재석이 대신했다).

<토토가> 출연 후 2016년과 2017년 2개의 파트로 나눠진 10집 앨범을 발표한 엄정화는 한동안 가수 활동보다 연기활동에 전념하다가 작년 '환불원정대'에 합류했다.

작년 9월 12일 방송에서 유재석의 부캐 '지미유'는 큰 언니 만옥(엄정화)과 동생라인인 은비(제시), 실비(화사)를 더 가깝게 해주겠다며 엄정화의 전성기 시절 자료화면들을 보여줬다. 그리고 3집의 <배반의 장미>까지 들려준 지미유는 4집 타이틀곡 <포이즌>을 직접 부르게 했다.

백댄서들과 신나게 1절의 춤을 춘 엄정화가 한창 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 백댄서가 조용히 퇴장했고 그 자리에는 1998년의 진짜 'V맨' 김종민이 등장했다. 뒤늦게 김종민을 발견한 엄정화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이내 김종민과 함께 신나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엄정화를 위한 <놀면 뭐하니?>의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엄정화는 환불원정대 출연 당시 감상선암 투병 이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미유는 엄정화를 위해 사비로 보컬코치에게 10회 동안 코칭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지미유와 멤버들의 응원과 보컬코치의 가르침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엄정화는 환불원정대의 리드보컬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터프가이' 김정민 울린 동생들의 헌정곡
 

김정민은 후배들의 헌정곡을 듣고 벅차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 ⓒ MBC 화면 캡처

 
엄정화 만큼 전성기가 길진 않지만 김정민 역시 전성기 때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인기가수였다. 특히 김정민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1995~1996년은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신승훈, 룰라, 듀스, R.ef, 솔리드 등 9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가수들이 전성기를 보내던 가요계의 최대 호황기였다. 김정민은 1년에도 밀리언셀러 앨범이 열 장 가까이 쏟아지던 시절에 최고의 가수들과 경쟁하며 스스로 '전설'이 됐다.

김정민은 1996년 한 해 동안 KBS <가요톱텐>에서 <슬픈 언약식>과 <마지막 약속>, <애인>으로 무려 9번이나 1위 트로피를 차지했다. MBC < 인기가요 BEST50 >에서는 3곡이 모두 왕중왕에 해당하는 BEST OF BEST(3주 연속 1위)를 수상했다. 김정민이 1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지상파 3사 순위 프로그램에서 쓸어 담은 1위 트로피만 무려 25개. 1996년 대한민국은 '김정민의 시대'를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김정민은 4집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더니 다시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드라마 <히트>에 삽입되며 뒤늦게 사랑 받은 5집의 <마지막 사랑> 정도를 제외하면 뚜렷한 히트곡을 찾기 힘들다. 실제로 김정민은 2009년 7집 앨범을 끝으로 정규앨범을 발표하지 않았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연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수로서 존재감이 점점 작아지고 있던 김정민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놀면 뭐하니?>는 그런 김정민을 위해 난 12일 '레전드 가수 김정민'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의 가수 인생을 화면으로 돌아본 후 김정민은 <마지막 약속>, <무한지애>, <마지막 사랑> 등 히트곡을 직접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일하게 김정민보다 연배가 높은 지석진부터 김정민의 전성기를 겪지 못한 박재정, 원슈타인까지 함께 감동한 시간이었다.

특히 KCM과 쌈디, 이상이, 박재정이 최고 히트곡 <슬픈 언약식>을 헌정곡으로 부를 때는 김정민도 벅차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힘들게 MSG워너비 멤버가 된 동생들이 들려준 자신을 위한 헌정곡은 제 아무리 '레전드'라 해도 담담하게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김정민의 가수생활을 돌아보며 한층 더 가까워진 MSG워너비는 오는 19일 방송분부터 신곡들의 녹음과정이 본격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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