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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전설들 모인 어쩌다FC, 1승은 왜 이렇게 힘들까

[리뷰]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공식 경기 18전 18패

20.02.03 10:22최종업데이트20.02.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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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FC'의 1승은 과연 언제쯤 가능할까.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이다.

안정환 감독과 한국 스포츠 각 분야의 전설들이 모여 구성된 조기축구팀 어쩌다 FC는 지난해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 전설이지만 축구라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에피소드들은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성공과는 별개로, 축구팀으로서 어쩌다 FC의 성장은 정체된 상태다. 공식 경기만 18전 18패, 벌써 7개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일반인 조기축구팀들은 물론이고 고등학생과의 8대 5 대결, 군부대팀,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상대로 붙여봤지만 모두 완패했다. 지난해 연말 '친구 특집'에서 출연자들의 친구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상대가 하루 만에 급조된 팀이었고 평소와 달리 감독까지 직접 출장한 친선전에 가까운 개념이었기에 공식 전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뭉쳐야 찬다>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웃고 즐기는 예능에 좀 더 가깝다. 하지만 축구와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두 개의 축 사이에서 '아마추어 축구팀의 성장기'라는 당초의 목표가 흔들린다면 <뭉찬>의 매력도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

축구의 기본 룰이나 포지션 개념도 제대로 이해하지못하던 방송 초반부와 비교하면 어쩌다 FC가 조직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성장세가 다시 멈춘 느낌도 없지 않다. 체력이 남아있는 초반에는 수비로 어느 정도 버티다가 후반에 접어들며 급격한 체력저하로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전반부 예능 파트에 비하여, 결과와 내용이 뻔히 예측되는 후반부 축구 파트의 긴장감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안정환 감독과 제작진도 최근에는 이를 의식한 듯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올해 안에 1승을 거두지 못하면 프로그램을 해체한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 출연자나 제작진 모두 1승이 이렇게까지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각기 대한민국 스포츠의 전설로 불리우던 '운동 천재'들을 모았고, 안정환이라는 검증된 축구인도 있기에 조금만 손발을 맞추면 조기축구 레벨 정도는 어느 정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듯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한민국 생활 체육의 수준을 너무 과소평가했거나, 아니면 은퇴한 스포츠 전설들의 축구 재능을 너무 과대평가한 셈이 됐다.

알고 보면 축구는 대한민국 생활체육 분야에서도 가장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는 종목이다. 세대를 떠나, 한국 남자는 공 한 번 차보지 않거나 조기축구 한번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선수 출신이 아니더라도 조기축구에서만 수년에서 수십 년 볼을 찬 사람들의 기술적 수준은 무시할 수 없다.

어쩌다 FC의 선수 자격조건이 '대한민국 스포츠 전설'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멤버 구성부터 애초에 축구 실력과 무관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비슷한 장르였던 <천하무적 야구단> <우리 동네 예체능> <다함께 차차차> <핸섬 타이거즈>같은 프로그램만 해도 아마추어지만 해당 종목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출연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어쩌다FC는 구성 단계부터 축구에 별로 관심이나 재능이 없었던 인물들이 많다. 더구나 몇몇 멤버를 빼면 대부분 40, 50대의 중장년층이라 단기간에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기도 어렵다. 멤버 중에는 아직 현역도 있으며 은퇴한 인물이지만 개인 스케줄과 생업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명목상 전지훈련이라고 해도 1주에 1회 정도 모여서 예능 장면 촬영을 위하여 분배된 시간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축구에 투자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쩌다 FC의 1회 첫 모임에서 허재가 한 자리에서 모인 멤버들을 둘러보며 "각 분야의 스타들인데 축구로는 최악의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예언은 실제로 현실이 됐다.

축구팀으로서 어쩌다 FC의 가장 큰 약점은 역시 '볼을 다룰 줄 아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조기축구팀조차 선수 출신이 아니라도 기본적인 드리블이나 볼트래핑 기술을 갖춘 선수가 한두 명씩은 존재한다. 그러나 어쩌다FC에는 공을 지켜낼 수 있는 퍼스트 터치나 드리블링 능력도, 공간을 향하여 정확하게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도 아예 전무하다. 박태환이나 이형택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어쩌다 FC멤버 기준일 뿐이고 그나마도 받쳐주는 선수가 없다보니 무의미하다.

공을 다룰 자신이 없는 탓에 볼 소유권을 가져와도 침착하게 패스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수비가 몰려있는 상황에도 아군에게 패스를 떠넘기거나 조급하게 걷어내는 데 급급하다. 전문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빌드업이나 볼 점유가 애당초 불가능하다보니 공격 전개 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어쩌다 FC가 경기 중에 올린 득점은 대부분 롱패스나 상대 수비 실책으로 인하여 운좋게 문전까지 연결된 공을 '주워먹기' 한 득점이었고, 실제로 약속된 패턴이나 패스플레이에 의한 득점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경쟁체제가 없어졌다는 것도 약점이다.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은 이후 전경기 붙박이 풀타임 출전 중인 김동현을 비롯하여 여홍철, 이형택, 모태범, 이봉주 등은 사실상 선발 고정이나 다름없다. 간혹 로테이션을 가동하기도 하지만 1군과 2군의 실력 차는 여전하다. 오히려 김병현처럼 '용병'으로 영입했거나 고정이 된 멤버들까지 정식 멤버가 된 이후에는 오히려 실력이 퇴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어쩌다 FC의 경기력을 가장 쉽고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방법은 축구 선수 출신 멤버를 보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마추어 축구팀의 성장기라는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를 부정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또한 아무리 은퇴했다고도 조기축구 레벨에서 프로급 선수가 나선다는 것은 오히려 경기의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 제작진도 방송 초기에 같은 이유로 이미 '축구 선출'을 영입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어쩌다FC가 예능을 위한 멤버는 이미 차고 넘친다. 이제는 이종범이나 모태범처럼 축구로서 팀에 도움이 될만한 멤버의 추가보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력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패배가 뻔한 공식 경기를 매주 강행해야하는 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대회에 출전하여 진지하게 성적에 도전할 것도 아니라면 풋살이나 족구같이 다양한 방면으로 범위를 넓히거나 자선 대회같은 이벤트를 여는 것으로 공식경기를 대체하는 방식도 생각해볼만하다. 방영 7개월을 넘기며 시청자들도 <뭉찬>의 패턴에 익숙해진 가운데, 각각 예능과 축구를 기대하는 팬들의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나가야할지 다시 한번 점검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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