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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지 않는 한석규, 과거 찾아나선 김현주, 그리고...

[TV 리뷰] <비밀의 숲> 안길호 PD가 풀어내는 경찰 비리의 어두운 숲 <왓쳐>

19.07.08 18:17최종업데이트19.07.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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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쳐 ⓒ ocn


6월이지만 올해처럼 이른 더위가 찾아왔던 2017년, <비밀의 숲>은 그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주며 우리의 심장을 울렸다. <비밀의 숲>이 종영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최근에 가장 좋았던, 혹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꼽으라고 하면 <비밀의 숲>을 내미는 시청자들이 많다. 바로 그 <비밀의 숲> 안길호 피디가 새 작품 < WATCHER(왓쳐) >로 돌아왔다.

그때 기억 때문에 <왓쳐>를 보며 '오프닝부터 어쩐지 <비밀의 숲> 냄새가 나는 거 같아'라고 생각하며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시청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비밀의 숲>조승우-배두나라는 절묘한 조합 못지않은 한석규에 김현주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기대'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밀의 숲> 1회에서 서부지검 형사부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은 동료 검사들의 스폰서였던 박무성이 '검사들의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하자, 그를 찾아간다. 그러나 황시목이 도착했을 때 이미 그는 죽어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검찰 비리의 숲'의 전모를 드러내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황시목이라는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밀의 숲>에 황시목이 있었다면, <왓쳐>에는 도치광(한석규 분)이 있다. 뇌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뒤 감정계통에 이상이 생겨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만, 원리원칙대로만 처리하여 동료 검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황시목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인물. 동료 경찰들을 잡아먹는 저승사자 역할을 자처한 탓에, 동료들이 경원시하는 도치광 역시 '감찰반'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런 도치광의 눈에 들어온 김영군(서강준 분)은 15년 전 그가 자신의 손으로 체포한 선배의 아들이다. 눈앞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는 것을 목격했던 아이는 커서 직업 군인이 되었지만, 그 잘 나가던 군인의 길을 마다하고 경찰이 되었다. 여전히 그를 보면 15년 전 그 사건을, 아버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그는 경찰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도치광의 팀원이 된다.

<비밀의 숲>을 통해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던, 한여진(배두나 분)에 대한 기억은 우선 접어두라는 의미일까. <왓쳐>는 도대체 무슨 색인지 알 수 없는 색채를 지닌 여성 캐릭터로 또 한 명의 한씨, 한태주(김현주 분) 변호사를 내세운다.

한 사건을 통해 조우하는 세 사람
 

왓쳐 ⓒ ocn


이들 세 사람은 <비밀의 숲>처럼 '사건'을 통해 조우한다. 범인을 쏜 교통경찰부터 동료 경찰을 집요하게 쫓는 감찰반, 그리고 돈만 주면 어떤 사건이라도 맡는다는 변호사까지. 이들은 구속된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범인을 두고 엇갈리다 마주하게 된다. 이후 세 사람의 공조 아닌 공조 수사를 통해 겉으로 드러난 재벌 아들 유괴 사건이 전부가 아님이, 그 뒤에 비리 경찰과 그 경찰에 쫓기는 범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박무성이라는 검찰 스폰서의 죽음으로부터 뒤엉킨 '검찰 비리 숲'의 실타래가 풀렸듯이 <왓쳐>는 1,2회에 걸쳐 벌어진 손병길(정민성 분) 사건을 통해 '경찰 비리'라는 또 다른 거대한 숲의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까지 봤을 땐 언뜻 비리를 다룬 비슷한 작품으로 보이지만, <왓쳐>는 <비밀의 숲>과 다른 뉘앙스의 드라마다. <비밀의 숲>은 개인적인 원한 없이 직업적인 정의만으로 사건에 뛰어든 두 사람, 황시목과 한여진을 통해 인간 보편의 자세에 대해 논했다. 물론 <왓쳐> 역시 감찰반, 그리고 손병길 사건 수사 덕에 열게 된 '비리 수사팀'을 앞장세웠지만, 그 팀원들의 면면이 간단치 않다.

언뜻 서로 어울리지도 서로 믿지도 않는 세 사람이지만, 이들은 과거 김영군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통해 풀어내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도치광을 두고 김영군의 아버지를 잡아넣은 높이라 하지만, 김영군의 생각은 좀 다르다. 김영군에게 자신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자 어쩌면 자신도 죽일 뻔 한 살인마다. 그때의 트라우마 탓에 그는 15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그날의 어린 소년으로 돌아간다. 손병길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그런 그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도치광 또한 15년 전 그 사건으로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걸 목격했다. 오늘의 그가 동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집요하게 경찰 비리를 쫓는 건, 바로 그 '비리'가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정의감' 때문이다.

비리수사팀 외부 고문을 자처한 한태주

거기에 한태주가 개입한다. 아니, 감찰반과 불과했던 팀을 비리수사팀으로 확대 승격시켜준 장본인. 그는 검사 시절 의욕적으로 개입했던 김영군 아버지의 사건 즈음에 납치당해 손가락을 잃을 뻔하며 고문을 당했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 '트라우마'의 실마리를 손병길 살해 현장에서 찾은 한태주는 아직도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그 '과거'를 찾기 위해 비리수사팀의 외부 고문을 자처한다.

과거의 악연으로 만난 세 사람은 이제 자신들을 괴롭힌 과거로부터 시작해 현재 경찰 내부의 비리라는 '거악'에 도전한다. <비밀의 숲>에서도 그랬지만, 서둘러 시선을 끄는 패를 내보이기보다는 포커페이스처럼 가지고 있는 패를 하나씩 내보이며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는 듯 차근차근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왓쳐>. 이제 다시 이 여름 더위를 저 집요한 거악의 뿌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의 서늘함으로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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