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07 14:53최종 업데이트 24.04.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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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부디 22대 국회에서는 적절한 노동시간을 제도화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 오마이뉴스

 
안녕하세요. 22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여러분. 여러분도 최근 우리 노동시장에서 유행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노동 상담이 직업인 저는 처음 이 단어를 접하고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2022년 7월.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틱톡(TikTok) 동영상 플랫폼에 올린 17초가량의 영상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인데요.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지만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을 말합니다. 이 영상에서 그가 전한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밥벌이의 고단함에 지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해당 영상이 워싱턴 포스트 같은 미국 언론에 의해 소개되면서 한 달 만에 35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이후 사회학자나 경영분석가들에 의해 연구되고 언론을 통해 인용되면서 '조용한 사직'은 노동시장에서 MZ세대의 특징적인 현상으로 알려졌습니다.

MZ세대 노동자들의 이탈, 그 원인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가 29일 오후 대전무역회관 앞 선사유적사거리에서 주69시간노동제 폐기 촉구 캠페인을 펼쳤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사실 노동 상담 과정을 통해 살펴보면 우리 노동시장에서도 지난 몇 년간 이러한 현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속 노동자가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사업주의 불만과 근로계약상 약정한 업무를 넘어 과도한 열정을 요구한다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자주 충돌하는 것인데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가 근로계약상 약속한 근로 시간을 채우기만 한다면 사업주는 노동의 질을 따지지 않고 약속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채용한 노동자의 열정을 발휘하게 하고 창조적으로 역량을 발휘해 조직의 이익에 이바지하게 하려면 직무교육을 시행하고 유인책을 제시하여 기능을 높이고 열정을 끌어 낼 수밖에 없지요.

투입한 원료에 노동자의 노동력을 결합해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로 이익을 내는 것이 조직의 성공 방식입니다. 창조적 열정이 더해져야 초과 이익을 내고 조직이 성장하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 창조적 열정을 발휘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는 조직으로서는 초과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이 된 것입니다. 비단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의 일꾼인 하위직 공무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도 특징적입니다. 국민에 대한 공적 서비스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저는 미래 노동시장의 주역인 MZ세대 노동자들을 열정을 억누르고 조직에서 이탈하게 만든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은 장시간 노동 관행이라 생각합니다.

일-가정 양립 기회 박탈한 윤석열 정부
     
이러한 절망적 상황에 대한 책임은 무엇보다 균형적으로 국가의 노동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할 현 정부의 실정에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법치를 강조하며 기업이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자유를 무한정 보장한 데 반해 노동자의 휴식과 여가, 일과 가정의 양립의 기회는 박탈했습니다.

좌절된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제 시행 시도가 대표적입니다. 우리 사회가 합의한 적절한 근로 시간은 1주 40시간입니다. 여기에 노동자가 합의하면 1주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가 예외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를 탄력적으로 쥐어짤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월, 분기, 나아가 연간 단위로 산정하는 주 69시간제를 시행하려 했습니다. 기업이 연장근로를 예외적 상황이 아닌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정부의 근로 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가 2023년 3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장근로 관리단위가 확대되면 활용하겠다'는 의견이 약 56%이며 '(납품량 증가에 따른 일시적으로 활용이 아닌) 평상시에도 활용 하겠다'는 응답도 약 28%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률과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억제해 저임금을 구조화한 윤석열 정부의 방침으로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하위직 공무원들은 가정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초과근무를 일상으로 합니다.

1주 48시간 상한 근로기준법 개정 이뤄내야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를 탄력적으로 쥐어짤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월, 분기, 나아가 연간 단위로 산정하는 주 69시간제를 시행하려 했습니다. ⓒ 픽사베이


자유를 강조하며 기업의 일을 시킬 자유에 집중한 윤석열 정부를 적절히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책임도 작지 않습니다. 저임금 때문에 불가피하게 장시간 노동으로 생계를 연장해야 하는 300만 명 이상의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제적 불안을 부추겨 과로로 내몰았던 책임은 여야가 같이 져야 합니다.

시급하게 노동시간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국제 노동시간의 기준을 살펴보면 선진국이라 불리는 G7 국가의 경우 주 35시간이고 OECD 국가는 약 37시간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에 전국 만 19세에서 59세 국민 2만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 주간 근무 시간을 보면 2030세대는 1주당 평균 약 36시간을 희망 노동시간으로 선택했습니다. 대략 선진국의 노동시간과 맞아서 떨어집니다.

일터에서 노동시간은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해집니다. 새로 일하게 될 22대 국회는 한국 사회가 합의해 온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1주 48시간을 상한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이뤄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에 대해 상담하고 연구해온 '직장갑질119'는 국제노동기구 (ILO) 1호 협약과 EU(유럽연합)의 근로 시간 편성에 관한 지침을 참고해 1주 최대 48시간이 글로벌 스탠더드로서의 근로 시간 상한이라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 단체가 제안한 대로 1일 근로 시간의 상한을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1일 근로 시간의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휴식 시간(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을 제외하고, 1주 12시간이 연장근로 상한이므로 사업주는 하루 최대 20시간을 노동자에게 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

병원 등 교대근무에서 이러한 장시간 근로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데요. 근로 일간 연속 휴식 시간이 최소 11시간 이상 보장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의결하면, 박수 받을 것

근로 시간을 제도적으로 줄이면 발생하는 임금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사업주로서는 근로 시간이 줄었는데 임금은 그대로 달라니 도둑놈 심보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노동시간이 줄더라도 주어진 업무량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학생 무상교육등 사회적 임금의 확대를 고민하고, 생산설비의 효율화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보전을 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와 공휴일 유급휴가 적용이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자의 휴식권이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이에 대해 사업주의 편을 들어 완강히 반대하던 여당 국민의힘은 22대 총선공약으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여야가 합의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의결한다면 수백만의 직장인에게 박수받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천노동교육상담소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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