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본회의장은 의원 정수의 2/3만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토론이 필요한 경우 꼭 필요한 사람들만 참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영국 하원 회의장을 이렇게 작게 만든 것은 윈스턴 처칠이다. 그는 대부분 하원 회의는 30~40명 의원만 참석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회의장이 크면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회의장을 작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처칠이 이런 회의장을 만든 또다른 이유는 그가 격렬하고 소란스러운 토론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투표 안 한 시민에게 최대 15만 원 벌금
호주에서는 의원들의 투표 방법도 재미있지만 일반 유권자의 투표 방식도 독특하다. 바로 의무 투표제다.
의무 투표제 역시 고대 아테네에서 비롯됐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모든 아테네 시민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했지만 시민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자발적이었다. 하지만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행사에 참가한 사람은 사회적 비난과 더불어 벌금도 물어야 했다. 기원전 5세기에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극 <아카르니아> 17~22장에는 노예들이 붉은 밧줄을 들고 아고라에서 시민들을 집회 장소로 몰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의무 투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2023년 1월 현재 21개국이다. 대부분 서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나라들로 호주는 의무 투표제를 도입한 나라 중 민주주의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의무 투표제 도입 국가의 민주주의 지수는 호주9위, 우루과이 13위, 룩셈부르크 14위, 칠레 25위, 벨기에 36위, 브라질 46위, 아르헨티나 50위 등이다.
호주가 의무 투표제를 도입한 것은 1924년 전국 선거였다. 1924년 이전 호주 투표율은 47%에서 78% 사이였지만, 1924년 의무 연방 투표가 도입된 후 이 수치는 91%에서 96% 사이로 증가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투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처음에는 한화 약 1만 8천 원, 두번째 이후에는 한화 약 1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호주의 투표 용지. 투표권자는 모든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선호도를 숫자로 표시해야 한다.
호주연방정부
사실 의무 투표제에 대한 찬반 주장 모두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의무 투표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높은 투표율이 민주주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중도층의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 고관여층의 편향된 의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주에서 극우파가 힘을 갖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중도층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선거 제도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 측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난한 시민들에게 더 가혹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발언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시민들에게 투표를 강요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스위스에서는 의무 투표제가 진보적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를 최대 20%까지 증가시켰다면서 이 제도가 진보에만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도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다. 매번 되풀이되는 선거 제도 개혁 요구는 이번에도 아무 결과없이 논쟁에만 그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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