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9 11:28최종 업데이트 24.03.29 11:28
  • 본문듣기
'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이런 국회의원이 돼주시길 바랍니다. ⓒ 오마이뉴스

 
선거철이다. 이번에도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유권자를 신으로 모시는 듯한, 유권자에게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친한 척(?)하는 후보들의, 안쓰러운 아니 정확하게는 혐오스러운 모습을 또 본다.

내가 처음부터 정치를 혐오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어진 현실보다 미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개인적 환경은 '정치가 내 삶을 바꿔 줄 것'이라는 낭만적 기대를 하게 했다.


더욱이 하나의 생각만을 강요받지 않을 수 있었던 대학생 시절부 충격적으로 알게 된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 박정희 통치의 어두운 면, 전두환의 폭력성, 노태우의 보통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론, 김영삼의 문민정부, 김대중의 정권 교체와 남북 평화, 노무현의 슬픈 희망, 이명박의 부도덕성, 박근혜의 비선 실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촛불 외침, 문재인의 적폐 청산, 그리고 윤석열의...

이런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정치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갖게 했다.

그러나 평론가들의 논리성을 찾기 어려운 평론과 추측과 비약을 근거로 한 조롱, 상대측을 부패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던 정치인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보다 더 부패한 사람임이 밝혀지는 일, 또 입으로는 "서민, 서민"하면서 서민이 사는 세상에는 선거 때만 나타나 어묵과 떡볶이 먹는 것으로 자신을 서민으로 인증하는 일, 서민을 울리는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고, 그 서민들보다도 세금을 안 내려고 갖은 방법을 쓰는 정치인들의 모습들은 나의 정치 혐오를 더욱 부추겼다.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 했다.

그럼에도 나는 정치가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그래서 정치 혐오에서 벗어나 희망이라도 계속 품고 살 수 있도록 22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분들에게 몇 가지를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자신을 지켜보는 국민을 의식하는 사람

요즘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된다. 그런데 꽤 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공공연히 화를 내거나 상대를 조롱한다. 대중은 이를 각종 매체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다. 솔직하고 선명하게 맞서는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고 국민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 기대했던 한 정치인의 험악하게 달라진 얼굴과 말을 보면 나는 상당히 놀랐다. 무엇보다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하는 정치인의 얼굴이, 말이 저런가 싶었다. 수양의 정도가 부족하다 싶었다. 그런 정치인이 내 지역을,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인 것이 부끄러웠다.

최소한 22대 국회의원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논리와 참신한 비유로 그리고 인격이 보이는 편안한 모습으로 국민을 이해시키는 그런 의원이 되셨으면 한다.
  
국민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얼마 전 대통령 행사에서 몇 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끌려 나가는 국회의원, 졸업생, 의사가 있었다. 소위 '입틀막' 사건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사회인가? 의심스러웠다. 국민이 말을 하는데 끌고 나가다니... 경호에 위해가 돼서라고 하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유권자 한 사람을 더 만나려고 동분서주했던 선거 당시의 그 모습은 '쇼'였나 싶었다.

무슨 행사할 때만 나타나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사람, 유권자 손 한 번 잡으려고 온갖 아름다운 미소를 날리다가 4년 동안은 전혀 볼 수 없는 사람, 손이 붓고 목이 쉬도록 수천 번 인사하고 한 표 달라고 읍소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어디 있는지 찾을 수도 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수시로 유권자 삶의 현장에 불쑥불쑥 나타나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동네 형, 누나 같은 의원이 되셨으면 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

대화할 때면 가끔 적의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 무섭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들은 상대를 나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마치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삼는 듯하다. 잔뜩 웅크린 채로 나도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과 건설적, 미래지향적 대화는 언감생심이다. 불쾌감만 남고 그들과 대화하기를 피한다.

유치원 때부터 상대를 존중하라고 배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인 의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얻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 제로섬 게임을 하는 사람들 같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고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전쟁을 하는 것 같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며 양보하는 화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하는 파트너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서로 "너 때문이야"라고 하지 말고 밤을 세워 차이를 줄여나가는 의원이 되셨으면 한다.

22대 의원이 되려는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점을 쓰다 보니 참... 상식적인 것들이다. 소박한 것들이다. 너무 단순한 것들이다. 그래서 어려운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격동의 대한민국을 힘겹게 살아온, 아직은 정치에 희망을 걸고 있는 정치 혐오자인 내가 이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나를 위해서, 그들을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아무튼 지금보다 훨씬 더 상식적인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는 4.10 총선이 되었으면 한다. 4월 10일 밤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