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공개하고 있는 2023년 5월 25일 오하이오 주 갬비어에서 발생한 크레인 전복사고에 대한 정보. 과태료 부과 내역 링크로 들어가면 무슨 법조항을 어겨서 어떤 사고가 벌어졌는지 등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OSHA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일터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6개월 이내에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고, 과태료가 부과된 사건에 대해 기업명, 주소, 사고 내용, 법 위반 및 과태료 부과 내역 등을 포함한 정보를 공개합니다.
사고 조사가 완료되면 '사망 및 재난 조사요약'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언제, 어느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사고의 원인과 결과, 조사 내용 등을 웹사이트만 접속하면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HSE) 역시 보건안전법을 위반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합니다. 기업의 이름, 주소, 업종, 사업 내용 등과 더불어 법 위반 일자, 적용 법조항, 구형 내역, 해당 기업의 법 위반 이력 등의 정보를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산업안전 당국이 이렇게 정보공개에 적극적인 이유는 어느 기업에서 무슨 법을 위반했는지,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의 원인과 내용, 처벌 내역 등을 알리는 것이 반면교사로 작용하여 산업재해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웃한 사업장에서 안전 보건 의무를 위반해 발생한 사고의 내용이 알려지면, 우리 사업장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안전 개선 요구가 뒤따르게 됩니다.
기업 역시 이를 참고하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나서게 됩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철저한 안전관리를 주문하게 되고,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나 지역사회, 언론의 감시 역시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효과에 대해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마이클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기업의 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보도자료 하나는 210회의 근로감독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6일 정보공개센터는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2022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중대산업재해가 어느 기업에서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산업재해가 없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할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정보공개제도는 정치적 주권자로서 시민의 국정 참여와 투명성 확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여 누구나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이번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중대재해와 관련한 정보는 모든 시민이 알아야 하고,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보공개제도의 기본임을 확인받고자 합니다. 그뿐 아니라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정보를 숨기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의 편에 서서 정보를 알리는 공공기관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 역시 확인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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