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실린 도살 직전의 돼지들
이현우
마지막으로 김 여사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개 말고도 다른 동물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에는 개 이외에도 다른 동물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는 책 제목처럼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또한 사자와 호랑이는 왜 동물원에 가두고, 토끼와 쥐는 실험 대상으로 삼을까.
김 여사가 "지금 시대는 동물과 우리 인간이 다 같이 공존해야 하는 시대"라고 언급한 것처럼 개 이외의 동물도 공존해야 한다. 개만 동물에 해당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따금 동물원에서 탈출한 맹수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살된다. 이런 걸 안전한 공존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실험동물은 어떻게 태어나고 실험되고 처분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실험실이라는 지극히 은폐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식탁에 올라오는 축산동물은 어떤가. 동물보호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은 동물에서 제외된다. 우리가 먹는 돼지, 소, 닭 등은 동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쯤이면 육견협회나 윤 대통령이 말했던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논리가 법령에서는 상식인 걸까. 식용은 따로 있다는 논리가 우리 식탁에 이미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동물도축세부규정이 있다. 세부규정에는 하차, 계류, 도살 과정의 세부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
도살장에 가면 계류장에서 돼지, 소를 내리기 위해 쇠꼬챙이로 동물을 찔러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다. 농장에서 새끼 돼지를 땅에 내리쳐 죽인다는 사실도 책 <고기로 태어나서>을 통해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 <도미니언 Dominion>에는 죽지도 않은 돼지를 칼로 찔러 방혈하는 장면도 나온다. 완전히 기절한 동물에 한하여만 방혈을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은 허수아비일 뿐이다.
규정을 어긴다고 해도 별다른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처벌과 불이익이 주어지는지 명확하게 법령에 제시해야만 한다. 이를 감시하고 관리할 체계도 갖춰야만 한다.
이뿐인가. 농장동물의 동물권은 정말 바닥을 친다. 도살 직전 농장동물에게 먹고 마시는 행위조차도 제한된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돼지나 소는 도살하기 전 12시간 이상 굶긴다. 도살 과정에 체내 음식물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도살장으로 운송될 때 물도 공급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욕구가 통제되고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 죽임을 당한다.
진정 동물과 공존하는 시대를 열려면,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어쩌면 윤 대통령이 "식용견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사랑하는 동물, 먹는 동물, 입는 동물을 구분하고 있지는 않은가.
개 식용 종식의 문턱에 이르렀다. 곧 개 도살장과 보신탕 집이 사라질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동물원, 실험실, 농장동물 사육장, 도살장 안에도 여전히 다른 동물이 갇혀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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