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함산 주차장 카페 동쪽 방향 산사태 발생 지점
녹색연합
토함산 정상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인 불국사 방향으로도 10개소 이상의 산사태가 일어났다. 불국사 경내에 직접적 영향이 없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경내 옆 계곡으로 쏟아진 산사태 피해를 볼 때 큰비가 온다면 불국사 경내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토사가 밀려들 위험이 있다.
이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주시 진현동 산 7번지 일대에는 토양침식과 구곡침식이 진행 중이다. 토함산 지구는 주 능선을 중심으로 특히 경사가 심해 곳곳에서 토양침식과 구곡침식이 활발하다. 침식의 시작점이나 본격화된 곳에 급경사지가 많다.
토함산은 40~60년 된 산림이 형성된 곳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뻗은 주 능선 주변에는 잣나무와 소나무 조림지가 곳곳에 있는데 급경사지의 침엽수 조림지는 산사태에 취약하다. 뿌리가 얕게 뻗는 천근성 수종인 잣나무와 소나무는 뿌리가 토양층에 수직으로 깊게 내리지 않고 수평에 가깝게 옆으로 뻗어나간다. 강풍이나 폭우 등으로 뿌리부가 들뜨거나 쓰러지기 쉽다.
토함산의 산사태 현장은 탐방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등산객의 눈에 거의 관찰되지 않아 그 심각성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산사태 발생 건수 및 징후가 농후하므로 추가적인 산사태 위험 방지를 위한 진단과 대책이 절실하다.
긴급한 그러나 정밀한 대책 필요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어 종합적인 산사태 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추가적인 산사태로 생명과 삶의 터전, 석굴암과 불국사를 비롯한 문화유산들이 위협되지 않도록 긴박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밀 안전 대진단이 우선이다. 석굴암으로 모이는 유로를 비롯한 토함산 주요 계류에 대해 산사태 위험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안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안전 문제인 만큼 보수적 기준에 따라 엄격한 잣대로 산사태 위험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토함산 주차장에서부터 석굴암, 정상까지 집중호우 및 누적 강우 시 사찰 거주자와 탐방객에 대한 신속한 대피 계획도 필요하다.
아울러 토함산의 불국사와 석굴암 등에 산사태 취약 지구 지정이 필요하다. 경주 문무대왕면 범곡리, 하동, 마동, 진현동, 외동읍 신계리 등도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지구 지정 검토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미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복원과 복구가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되어가는데도 사태 현장을 방치하고 복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사태 발생지역에서 유로로 연결된 2km 이내 지역은 산사태 위험이 원천적으로 제거될 수 있도록 복구 및 복원이 필요하다.
장마철과 집중 호우시에는 일별 누적 강우량이 산사태 발생과 큰 관계가 있다. 특히 토함산처럼 경사가 큰 곳은 하루 100~200mm 집중폭우뿐만 아니라 20mm가량의 비가 2~3일 연속 내리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통해 실시간 강우량을 측정하고 인명피해 예방 등 재난 대비 체계를 갖추어야 하지만, 토함산 주변은 이런 대비 체계조차 미흡한 실정이라고 한다.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토함산 정상부 500~700미터에 내리는 강우량을 실시간 관측할 시스템이 없는 것도 재난 대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