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조
녹색연합
우리나라는 강물을 주요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나라다. 식수원인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16개의 거대한 보로 가둔 4대강 개발사업 이후 우리는 해마다 짙은 녹조를 목격한다. 녹조는 수온이 높고 인산염 농도가 증가하고 체류시간이 길 때 발생한다. 특히 낙동강의 유속은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유속이 수배나 느려졌고 짙은 독소의 녹조를 저주처럼 경험케 한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는다는 사실을 4대강 개발사업을 벌였던 과거처럼 이 정부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막힌 강물을 흐르게 하고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재자연화 정책을 기조로 삼았던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뒤엎었다. 4대강의 보를 존치시키겠다는 것도 모자라,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댐을 더 짓겠다고 한다.
가뭄과 홍수 예방이라던 16개의 거대한 구조물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환경부가 의뢰했던 대한토목학회의 '4대강 보의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는 16개 보가 홍수 발생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오히려 홍수위 상승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선진 정책은 댐 건설 아닌 철거
대조적이다. 유럽은 2023년만 해도 487개의 크고 작은 댐을 철거했다. 2020년 11개 국가에서 101개의 구조물을 철거한 데 이어, 2021년 239곳, 2022년 325곳의 구조물이 철거되는 등 그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 국가들이 댐을 철거하는 이유는 공공의 안전과 기후위기 극복, 지역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횡단 구조물이 어류의 이동통로를 차단하고 번식 및 서식지를 파괴하며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의 위협 요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댐으로 가둔 저수지가 오히려 증발산으로 물 부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은 2미터 이상의 댐이 9만 개가 넘는데, 높이가 각각 33미터, 64미터에 이르는 대형 엘와댐과 글라인즈캐니언댐이 철거된 바 있다. 향후 수천에서 수만 개의 댐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댐으로 대표되는 국가였으나, 이젠 댐 철거국을 대표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도 있지만, 연어가 거슬러 올라올 수 있도록 하천 생태복원, 지역 공동체 회복을 우선시한다. 두 댐의 철거 이후 강은 빠른 속도의 복원력 보여주었고 회귀하는 연어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수질오염과 주변 갯벌의 황폐화, 생물종 급감을 경험하며 간척지를 다시 갯벌 복원으로 돌아서듯, 이미 선진국의 정책은 하천의 재자연화, 복원으로 세계는 방향을 틀었다.
▲6일 양구군 문예회관에서 열린 방산면 수입천댐 건설 대응 기관 단체 설명회에서 서흥원 군수와 정창수 군의회 의장, 각 기관·사회단체장, 방산면민 및 관계자들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구군은 환경부의 수입천댐 건설이 주민 생활은 물론 생태 환경, 국가 안보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 주장하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양구군
그에 반해 우리나라 행정은 댐을 지어야 할 구조물이 아니라 철거해야 하는 낡은 유물임을 인식하지 못하며 오히려 과거를 향해 간다. 더 나은 상상과 진전된 논의에 대한 갈망은 이 정부 이후 번번이 배반당하며 해묵은 과거의 논쟁을 반복해야 한다. 회귀하는 논쟁은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 가운데 기후와 생물다양성은 거대한 참사에 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참사는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
기후와 생물다양성 회복은 서로 분리된 개념도, 하나가 다른 하나를 넘어서야 하는 상충된 관계가 아니다. 기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회복이 필수적이며,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서는 하천이 본래의 고유성과 자연성을 간직하도록 두어야 한다.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구조물을 철거하고 물길이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도록 인간과 생태계 공존을 위한 하천관리 정책을 펼쳐야 할 마당에 기후위기의 근원적인 대응으로 댐을 주장하는 정부의 현실 인식, 무개념 정부, 몰지각 환경부에 어이없음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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