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연차휴가 사용촉진이 없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는데도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임금체불이 됩니다.
픽사베이
사업장이 바빠서 불가피하게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수당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연차휴가는 발생 후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1년간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사용자에게 연차수당을 청구하면 됩니다.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사용촉진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노동자의 연차휴가 미사용에도 수당 지급 의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연차휴가 사용 촉진은 서면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는 단순히 구두 상으로 노동자에게 연차휴가 몇 일이 남았다고 알려주고 사용하라고 독려하는 데 그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적법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적법한 연차사용촉진을 하려면 먼저 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을 기준으로 6개월 전에 서면으로 미사용 연차휴가 일수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도 노동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2개월 전에 미사용 연차휴가 일수를 사용할 시점을 정해 서면으로 통보해야 적법한 촉진이 됩니다.
연차휴가 미사용 시 별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회사 규정이 있다며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미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입사 당시 노동자에게 아직 발생하지 않은 연차휴가미사용 수당을 미리 포기하게 하는 규정으로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적법한 연차휴가 사용촉진이 없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는데도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임금체불이 됩니다. 퇴사 시점에서 사업주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연차 사용 독려해야 할 노동부의 배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연차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법에 보장된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상사 눈치 보기입니다.
지난해 3월 노동단체 '직장갑질 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연차휴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하위직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는 20대, 비정규직, 일반사원들의 연차휴가 미사용률은 약 60%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휴가 사용 시 동료의 업무 부담(28.2%) 가중에 이어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 내 분위기 등 조직문화'(16.2%)를 꼽았습니다.
이런 일터 분위기를 개선해야 할 역할이 고용노동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도 18개 정부 부처 법정 연차휴가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연차휴가 미사용률이 약 47%로 1위였습니다. 18개 부처 평균 미사용률이 약 31%인 것에 비하면 압도적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9급 이상 공무원에 부여된 고용노동부의 평균 연차휴가 사용일수는 18.4일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한 휴가는 9.8일이라고 합니다. 전체 18개 부처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였고 나머지 부처는 모두 12일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용노동부 직원 중 화병 환자가 급증했답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직원의 최근 5년간 화병 환자가 4배(2017년 43명 → 2022년 163명), 우울증 환자는 2배(2017년 281명 → 2022년 587명), 공황장애 환자는 1.8배(2017년 224명 → 2022년 399명)로 늘었다고 합니다.
앞서 고용노동부 직원들의 연차휴가 미사용률과 화병 환자 급증은 직접적 연관이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미있는 사실은 직급별 연차휴가 사용 실태에서 4급 이상 공무원의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부처 전체의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도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상급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니 하급자도 연차사용이 머뭇거려지는 분위기로 보입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노동 행정을 펼쳐야 하는 고용노동부도 이 정도인데 일반 회사는 어떨까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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