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9일 오전 참사가 발생한 반지하 빌라에서 물빼기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이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권우성
2022년 8월 8일로 돌아가 보자. 기상관측 115년 만의 최고치인 381.5mm의 폭우가 서울에 하루 동안 내렸다. 강남이 물에 잠겨 차량 1만 2000여 대가 침수된 날이다. 신림동에는 인근 하천이 넘쳐 저지대 반지하에 사는 가족 세 명이 참사를 당했다. 40대 자매와 13세 소녀의 죽음은 이웃 주민과 시민들의 마음을 비통하게 했다. 1주 전부터 기상청이 폭우 발생 위험성을 예보했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참사 이틀 후인 8월 10일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공동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록적인 침수 피해를 입은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 대책으로 '모아주택·모아타운' 재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위기 구역의 반지하 가구를 모아서 주택재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대책이다. 보도자료에서 오세훈 시장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반지하 주택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오세훈표 모아타운으로 반지하는 이제 기후위기에서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모아타운은 노후 저층 주거지를 10만㎡(3만 평) 이내로 묶어 정비계획수립 등의 인가 절차를 생략하고 10층 제한 규제를 풀면서 15층까지 아파트를 신속하게 지을 수 있는 사업이다.
5월 16일 현재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아타운 절차가 진행되는 대상지는 86개소 581만 6000㎡다. 그런데 여기서 침수 지역 반지하 주민에 대한 대책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시세 차익을 목표로 한 갭 투자, 반복되는 부동산 거래, 공공성을 내세운 민간개발 사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모아타운 대상지의 한 시민은 '아파트 18평 받으려면 분담금이 3억~4억이다. 집 부수고 입주까지 5년 동안 어디서 살라고 이러는가?'라면서, '모아타운을 제발 그만하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 피해 주민들을 위한다면서 그 자리에 재개발 사업을 띄운 것이다. 기후 피해 지역에서 정작 피해자들은 사라지고 민간 개발사업자 또는 엉뚱한 이들이 혜택을 보는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재난과 위기, 전쟁 등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것을 '재난자본주의'라 부른다.
2℃ 상승의 비극, 대규모 기후난민 발생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