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 28일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한 관계자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국가도, 지자체도, 기업도, 사회 각 기관도 저출산 탈출을 위해 지금 막대한 재정과 혜택을 쏟아붓는데도 젊은이들은 왜 결혼과 출산을 꺼릴까?
첫째는 당연히 청년층의 숨 막히는 생존경쟁과 개선은커녕 더욱 암담한 미래불안 때문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금수저를 쥐고 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어렵고, 모든 경제, 사회적 지표가 지금 부모 세대보다 미래 자기 세대가 더 어려울 것이 예측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쌓아도 한번 낙오되면 재기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크다. 주거, 일자리, 복지, 교육에서 매 순간 벌어지는 극단적 경쟁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남성은 여전히 결혼 후 가족부양의 책임을 크게 느끼고, 여성은 겨우 일자리를 얻어도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을 때 인생에서 낙오된다는 불안이 크다.
물론 젊은이들도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의 미래를 염려한다. 그러나 당장 답 없음을 생각하면 미래를 염려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고, 혼자 벌어 혼자 쓰며 혼자 사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여전히 적대적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여성의 깊은 좌절감이다. 남녀 모두에게 출산을 권하지만, 사실 임신도, 출산도 여성만의 일이다. 육아의 숭고함을 말하지만, '집에서 노는 여자, 밥이나 하는 아줌마' 등 전업주부에 대한 폄하와 환멸은 낯설지 않다. 또 이제는 일하는 여성도 워킹맘이라 부르며 우대하는 것 같으나, 사회적 현실은 이와 달라, 출산 후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결혼 뒤 여성이 일하더라도 여전히 가사노동의 80% 이상을 맡는다. 또 여성이 일하면 결혼 또는 아이로 인한 노동시장에서의 불이익도 크다… 결혼한 시점 이후 임금이 30%가량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 '결혼‧출산 페널티' 큰 노동시장 바꾸지 않으면 저출생 극복 어렵다, 이철희 교수 인터뷰, 13일 자 <한겨레>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지지율 올리는 도깨비방망이로 인식한다. 채용 면접 때 여성의 페미니스트 검증까지 서슴지 않는 기업도 있다. 툭하면 여성은 사회적 무임승차 인력으로 몰아 '군대 가라'고 압박도 한다. 그러므로 여성의 역할, 지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회적 존중 없이 여성에게 출산을 기대하긴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닌 내가 해법과 대책을 명쾌하게 낼 수는 없다. 그러나 개념은 분명해야 한다. 출산과 양육은 제품생산과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생명과 인생 이야기다. 그러므로 새마을 운동식 단기 해법으로 반전을 추구하면 안 된다.
당장 '아이 낳으면 얼마 준다'는 식의 문제로만 만들지 말고, 한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학교 가고, 일하며 자아를 성취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 전체의 생애주기를 국가적, 사회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일자리, 육아와 가정생활, 주거와 교육, 보건과 건강의 사회 개편이 있어야함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일자리와 주거 문제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으면, 당장 얼마 준다는 식의 지원 노력은 큰 반응을 얻기 힘들 것이다.
통계만 나열하며 몰아붙이기보다 젊은이의 마음 얻을 진정성 있는 노력이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위태롭다.
"저출산 정책은 다른 것과 달리 사람의 마음을 얻는 정책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건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될 수 없는 일이다." - 이철희 교수, 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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