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힘에 의한 평화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리 중 하나가 한국 핵무장론이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고 그 능력이 날로 향상되는데, 미국은 1991년 한반도 배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고 지금은 유사시에 주한미군의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 잠수함을 통해 북한에 대응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핵무장론자들은 미국의 의지를 믿을 수 없고 그만큼 대응도 늦을 수 있으니 한국도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해 보유한다면 북한과 공포의 핵 균형을 통해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갈수록 정부와 군 고위관계자는 물론 윤 대통령도 이를 심심찮게 언급할 정도다.
그러나 한반도 핵무장 평화론은 논리적, 현실적 오류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미국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 핵보유국들은 자신들의 핵 독점을 통해 세계 전략의 주도권을 사수하려고 하는데, 미국, 중국, 러시아의 핵 사용권 반경에 들어 있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북한에 이어 한국마저 핵무기를 개발하면 일본은 물론 세계 곳곳에 핵확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차라리 세계 모든 나라가 핵보유국이 되면 모두가 서로를 두려워해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핵 협상이 가능하고, 국제 평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소설 같은 이야기도 할 정도다. 모두 핵무기가 얼마나 위험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무기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될 당시 매우 민감한 문제 중 하나가 구소련 연방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 통제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였다. 연방 소속 국가들은 소련에서 독립하는 대신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함으로써 핵무기가 개별국가들로 확산할 위험성을 차단했을 만큼 핵무기 통제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핵보유국에 내란이나 군사 정변 같은 사태가 일어나 군부 강경파나 테러 세력에 넘어간다면 주변국 모두에 매우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영화 <강철비>는 그러한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다시 말하지만, 핵무기는 '잘 되면 평화, 아니면 말고!' 식의 흥미로운 시나리오 중 하나가 아니다.
이는 개척 시대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들이대며 공화당과 총기회사가 국민 모두 스스로 안전하게 지킬 자유로 총기 보유를 부추기지만, 그럴수록 무고한 미국민들이 총에 맞아 희생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인류가 존재하고 역사가 진행되는 한 영원한 절대 평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정치와 외교의 역할은 당대마다 더 안전한 관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정치와 외교의 대화와 협상은 나와 상대의 필요와 두려움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해도 안 되고, 우리만 얻으려 해도 안 된다.
그러므로 핵 공포를 없애려면 북한의 국제적, 경제적 고립을 열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우리가 도와야 한다. 그리고 그저 북핵만 없애겠다고 달려드는 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에 핵무기가 개발, 반입, 배치되지 않도록 남북, 미중, 러일 모두가 비핵화를 선언하고, 누구도 선제공격하지 않겠다는 반전 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게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활짝 열렸던 평화 전환의 시도를 다시 살려 한반도와 동북아가 함께 사는 평화공존의 유일한 길이다. 우리가 살길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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