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로비에 마련된 텔레비전에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이정민
총선 이후 국정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국민 보고와 기자회견은 변화를 감지하거나 새로운 메시지를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민심을 돌리려는 화끈한 결단이나 승부수도 없었다.
외려 총선 패배의 원인을 소통 문제에서 찾는 모습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에 대한 검찰 수사와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통한 언론 장악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졌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답하며 "정부 정책과 이런 것을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인식에 보조를 같이 하듯, 방심위는 정부 비판 언론에 중징계를 남발하고 있다. 방심위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번 총선에서 역대 가장 숫자가 많고 가장 수위가 높은 법정 제재를 가했다. 국정운영 기조가 아니라 언론을 통제해 민심을 바꾸는 것이 빠르고 편하다는 계산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과민한 반응인가?
또한 지금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수 회담 비선 논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언급도 기자의 질문도 없었다. 다만, 총선 직후 총리·비서실장 인선 논란이나 최근의 비선 논란에서 나오는 여러 메시지를 볼 때, 협치에 대한 의지는 확실히 있어 보인다. 자신의 업적을 만들어 줄 저출생 대책, 연금 개혁, 의료 개혁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특검법을 요구하는 야권에 거부권으로 맞서면서 원활한 협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권에서 급격히 친윤과 반윤으로 재편될 징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자신의 업적을 위해 야당과의 협치에 매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계속 커진다면, 여권 내 반윤 세력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지만, 뉘앙스를 보면 여전히 갈등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 반윤 핵심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번 기자회견을 "갑갑하고 답답했다"고 총평했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야당과의 협치 의지가 커질수록 여당 내 반윤 세력의 입지가 커지며 여권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어쨌거나 답답한 건 국민이다. 2년의 국정운영을 총선으로 심판했건만, 문제는 답안지를 이해 못 한 채점자의 이해력이라는 주장 앞에 재시험이라도 쳐야 하는가? 아니면 '나는 문제 없어'를 노래처럼 반복하는 상황에서, 김건모의 '핑계'라도 불러줘야 하는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 넌 핑계를 대고 있어 /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 김건모,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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