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최로 지난 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23 홈리스 추모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추모문화제가 열리는 22일까지의 홈리스 인권 및 복지 강화를 위한 활동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기자회견 뒤로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를 추모하는 장미와 이름표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내가 사회적 문제들을 언급하며 매우 비판적인 말을 하지만, 사실 나는 대한민국이 여러모로 많이 발전한 것을 피부적으로 많이 느낀다. 우리 정치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지만 20~30년 전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한 민주주의와 훨씬 투명한 행정, 우리 국민의 성숙도 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와 발전은 끊임없는 개선과 개혁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서 조금씩 이루어진 것이고, 여전히 희미한 불빛조차 스미지 못한 사각지대가 있기에 우리가 더욱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성탄절이 오히려 가슴 아픈 날인 사람들이 많다.
성탄절과 2023년 마지막 주간을 보내며 나는 몇 해 전 시설장을 하며 함께 지냈던 예전 노숙인 쉼터 입소인들에게 일일이 안부 인사와 축복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수년이 지난 지금 그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다. 원하던 일자리를 잡아 다시 사회에 복귀했는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어른은 가족과 잘 사는지 많이 궁금하다.
40~50대 중년의 나이에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게 결코 쉽지않다. 그러나 바닥을 경험한 사람은 오히려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담대함이 생긴다. 또 한 해를 잘 이긴 그분들 모두가 그런 담대함으로 쉽지 않은 세파를 잘 이겨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반년 이상 택배와 연관된 글을 연재해 왔다. 그러나 항상 그들과 함께 있는 게 아니라, 부탁에 따라 이따금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춥고 미끄러울 때는 더욱 그렇다. 수레도 끌고 다니기가 쉽지 않고, 녹아가는 도로나 골목은 항상 질척거려 신발과 바지 끝이 젖어 축축하고 찝찝하다.
올해는 눈도 수북이 쌓여 제법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난다. 그러나 성탄절의 원래 주인공인 예수 탄생의 2천 년 전 상황은 그리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첫 아이를 받아줄 곳도 없어 허름한 남의 마구간을 빌려 출산했고, 이후에도 아기와 그 가족을 죽이려는 헤롯 왕의 서슬 퍼런 수배령을 받고 애굽으로 야반도주를 한다. 그뿐 아니라 아기를 찾지 못한 헤롯은 그 근방에서 태어난 두 살 아래 남자아이를 몰살하도록 명령을 내려 엄마들의 통곡과 피비린내 진동하는 아수라장을 만들었다(마태 2:13~18).
그로부터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용납하지 않는 증오와 대립으로 벌써 2만 명이 넘게 희생되었고, 평화와 재건은커녕 휴전조차 요원한 상황이다. 부디 새해에는 나라와 민족, 체제, 종교, 이념과 성별이 다르다고 무고한 사람을 해치고, 몰아내는 일이 사라지기를 기도한다. 평화는 여전히 우리의 첫 번째 기도 제목이다. 올해도 열심히 살아오신 모든 분에게 평화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누가복음 2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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