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4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BBK 사건' 관련 질의에 답변을 하는 가운데,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 수사지휘 검사였던 최재경 중앙수사부장(가운데 뒷편)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권우성
박 전 특검과 최 전 수석, 윤 대통령의 친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적으로도 가깝지만, 공적인 인연도 각별하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검찰에서 수사, 그것도 언론 주목을 받는 대형수사를 같이한 인연은 동지적 관계로 이어질뿐더러 향후 인사에도 영향을 끼친다.
당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근무하던 윤석열 검사는 대검 중수부 요청으로 현대차 비자금 수사팀에 합류했다. 당시 중수부장이 박영수 검사장, 주임검사가 최재경 중수1과장이고, 수사를 조율하고 언론을 상대하는 수사기획관이 채동욱 검사였다. 수사팀은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며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변방에 머물던 윤 검사는 이 수사가 끝난 뒤 검찰연구관에 임명돼 중앙무대인 대검으로 진출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BBK 특검팀에서 활약한 윤 검사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특수부 검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맡고 싶어 하는 대검 중수부 과장을 두 차례나 지냈다(2과장, 1과장). 윤 대통령이 주임검사로서 대장동 사업 비리의 씨앗이라는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한 것이 이 무렵이다. 윤 검사가 중수1과장일 때 그의 직속상관인 중수부장이 최재경 검사장이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인척인 조우형씨는 정치권 금품 로비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때 박 변호사를 조씨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바로 검찰 출입기자이던 김만배씨다.
수사팀은 조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하고 기소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씨는 당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주도한 대장동 사업 민간업체에 1155억 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로 10억 원을 챙긴 상태였다. 수사팀은 이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조사도 하지 않았다.
조씨는 2015년 수원지검 수사팀에 의해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그에 따라 2011년 중수부가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당시 불법대출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김만배씨는 2014년 조씨의 주선으로 대장동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를 설립했는데, 박 변호사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조씨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7월 '특수통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꿰찬 윤석열 검사는 그해 11월 '검란'에 가담하기도 했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이 중수부 폐지를 놓고 충돌하자 중수부 사수론자인 최 부장 편에 서서 총장을 물러나게 하는 데 한몫한 것이다.
2014년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최재경 변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된 것은 2016년 10월 31일. 임명장 수여식은 11월 18일이었다. 최 수석은 그로부터 나흘 뒤인 11월 22일 사표를 냈다. 하루 전인 21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밝힌 걸 감안하면 사실상 동반사표였다.
겉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씨의 공범으로 확정하고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특별수사본부) 수사에 책임을 지는 모양새였으나 '검찰총장 해임' 또는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구한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김 장관 사표는 며칠 만에 수리됐으나 최 수석은 12월 9일에야 사직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였다.
정치권에서 국정농단 특검 논의가 이뤄진 것은 최 변호사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다. 그해 11월 17일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30일에 특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가 수세에 몰린 터라 국회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가 최종 절차였던 만큼 민정수석의 판단이나 조언이 작용했을 거라는 게 상식적 판단이다. 하지만 최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던 터라 특검 임명에 별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박 특검은 임명된 지 하루 만인 12월 1일,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특검 수사팀장에 임명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외압'을 폭로한 후 징계를 받고 좌천됐던 윤 검사가 '돌아온 장고'가 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삼성전자 법률고문인 최재경 변호사는 김만배씨의 주장에 "그 사람 얘기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김씨와의 친분은 인정했지만, 특검 임명과 관련된 주장은 부인했다. "특검 문제는 청와대로 넘어오기 전 이미 정치권에서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고, 당시 나는 사표를 냈기에 특검 임명에 관여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취지였다. 김씨와 그 문제로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그런 기억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