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0 04:20최종 업데이트 23.05.1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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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여섯 번째로 재정입니다. [편집자말]

대화하는 윤 대통령과 추경호 부총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재정정책의 기조는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로 집약된다. 이는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부자 감세를 유지한 채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면, 양극화와 불평등은 확대되고 성장잠재력도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윤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는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 행위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대비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반하는 정책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재정을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한 결과 재정 여력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총부채와 순부채(총부채-금융자산)는 각각 GDP 대비 51.3%와 20.9%로 선진국 평균 117.9%와 86.2%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하지만 윤 정부 출범 이후 2022년의 추가경정예산과 세제개편, 2023년의 세수 결손과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등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9개월 만에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각각 40.3조 원과 76.7조 원 발생했고, 중앙정부 채무는 42.5조 원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62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이명박 정부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기준 년도 대비 총 60.2조 원(누적법), 전년도 대비 13.1조 원(순액법)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지독한 부자 감세라는 점이다. 서민·중산층과 중소·중견기업에 귀속되는 감세 규모는 4.6조 원에 불과한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감세 규모는 5.3조 원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민·중산층과 중소·중견기업 세금을 6.5조 원 줄여주고 고소득자·대기업 세금을 8.2조 원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세수 결손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부자 감세 기조가 유지될 경우,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올해 3월까지 국세의 세수결손은 24조 원에 달하고 있다.
 

 
한편 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여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여 약 3.3조 원에 달하는 감세 혜택을 추가로 제공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이미 통합투자세액공제 등으로 적지 않은 세제 혜택을 보고 있다. 더욱이 이들 기업의 사내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2022년에 각각 208.8조 원과 58조 원에 달한다. 

재정의 안정화 기능을 위한 구조개혁 부재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2022년 8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 유성호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 운용의 기본방향을 건전재정 기조의 확립, 서민·사회적 약자에 대한 민생지원, 강력한 재정혁신으로 정하고,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을 각각 6.6%와 4.6%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2017~2021년 결산기준 연평균 증가율(7.5%와 9.4%)과 비교할 때, 지출 통제가 재정정책의 주요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위축과 금리상승 등으로 성장세가 하락함에 따라 정부는 2023년 1월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여 재정을 상반기에 신속히 집행하기로 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마땅히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재정의 취약한 자동안정화 기능을 고려할 때, 재정의 경기대응력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s)는 추가경정예산이나 예산의 조기 집행 등과 같은 정부의 재량적 개입이 없어도 실업급여처럼 경기변동에 따라 수입과 지출이 자동으로 늘거나 줄어들면서 경기를 안정시키는 제도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고 조세체계가 누진적일수록 잘 작동한다.

누진적인 조세체계에서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세율이 점점 높아져 세제의 재분배 효과가 커진다. 재정의 경기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량적 재정정책이 견고한 자동안정화장치에 의해서 보완되어야 한다.

양극화와 불평등 확대에 대한 우려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1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1.1%를 크게 밑돌고 있다. 재정의 재분배기능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취약하며, 조세보다는 공적 이전소득의 재분배기능이 더 취약하다.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부자 감세와 재정건전성, 재정의 취약한 안정화기능을 특징으로 하는 윤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사회복지지출 비중의 축소와 가계부채의 증가로 양극화와 불평등은 확대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재정 총량 규제에 집착할 경우,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 2022년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5.3%로 한국을 제외한 42개국 평균 56.4%를 크게 웃돌고 있다.

사회복지·보건 분야의 예산은 2018~2022년 기간에 연평균 증가율 11.0%를 기록했지만, 2023년 예산에서는 3.8%로 낮아졌다. 더욱이 정부는 근로장려금과 월세액에 대한 세액공제, 무주택 근로자에 대한 주택자금 특별공제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조세지출제도를 2023년 조세특례 임의심층평가 과제로 선정했다. 임의심층평가는 의무심층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조세지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심층평가가 필요한 조세특례로서, 평가 결과에 따라 사회복지 분야의 지출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22년 3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자원의 효율적 배분, 소득의 공평한 분배,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재정정책의 주요 과제이다.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과 예산의 조기 집행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자 감세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정책조합의 엇박자를 초래하고 있다.

재정이 건전성의 틀에 갇혀 경직적으로 운용되면 단기의 경기 안정은 물론 미래의 성장잠재력도 약해져 궁극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기 어렵다. 국가채무와 가계부채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재정의 총량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수기반과 재정의 안정화 기능이 취약한 한국경제에서는 경기변동에 대응하여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재정지출도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특히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시기에는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되, 부자 감세가 아니라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 대기업이 더 많이 부담하는 방식의 세수 확충으로 적자재정을 충당해야 한다. 그래야만 물가상승의 압력을 완화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

윤 정부는 부자 감세와 건정재정 기조를 철회하고, 양호한 재정 여력을 활용하여 대전환기의 경제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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