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9 11:43최종 업데이트 23.05.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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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다섯 번째로 민생입니다. [편집자말]

먹거리물가 상승률 10% 이상 수두룩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먹거리 구성 품목 10개 중 3개는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10% 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다. 중국을 외교적으로 소홀하게 대하면서 발생한 경제적 청구서가 아직 서민과 소상공인들에게 도착하지 않았지만, 폭등하는 물가와 고용 불안, 주거 불안 등으로 1년 만에 민생이 추락하고 민심은 끓어오르고 있다.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급등하는 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까지 2% 이하로 안정적이었지만, 국제적인 공급망 교란으로 2021년에 2.5%, 2022년에 5.1%에 달했다.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 상승률 또한 2022년에 6.0%까지 치솟았고, 올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겨울의 난방비 폭탄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민생과 민심에 둔감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했으니,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단순한 논리다. 지금처럼 민생이 어려울 때 난방비 폭탄을 투척하는 대담함(?)은 '민생 불감증'이 낳은 소산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원가를 반영하는 공공요금 정상화는 불가피하다.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는 막대한 한전채 추가 발행으로 이어져 회사채 시장을 교란하는 등 다른 형태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누적된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공요금 정상화를 통해 국민의 과도한 에너지소비를 막고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하며, 유류, 석탄, 가스 수입 축소로 무역적자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삶을 걱정한다면, 민생이 어려울 때는 공공요금 인상 속도를 늦추고, 민생이 회복될 때 인상 속도를 정상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불어 혹독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원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도리다. 난방비 때문에 저소득층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상황(Heat or Eat)이라면, 그것은 정부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얼어붙는 노동시장... 국민 삶 파고드는 고용 불안

고용 불안도 국민의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2월부터 급락하던 고용률이 지난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대책으로 빠르게 회복됐으며, 2022년 5월에는 63.0%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경기침체 여파로 노동시장이 얼어붙고 있으며, 고용률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지표 상으로는 아직 고용 불안이 뚜렷하지 않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 불안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음식·숙박업 등 비정규직 불안정 일자리가 늘면서 고용의 질은 악화하고 있다. 2022년까지 상용직이 증가하고 일용직이 감소했지만, 상용직 중에서 기간제의 비율은 상승했다.

최소 165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특고 등 비정규직 대책이 거의 없고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들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또 인구 고령화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돌봄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서비스가 민간시장에 내맡겨짐으로써 일자리의 질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가 돌봄, 요양 등 사회서비스 분야 전반을 민간주도로 재편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 서비스의 질과 처우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침체로 하반기부터 고용 한파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고용 한파는 저소득층에 더 빨리 매섭게 닥친다.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로 중산층 일자리도 지켜야 한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과 같은 대규모 재정투자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업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장기적인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하반기에는 일자리 추경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특단의 일자리 대책과 일자리 추경을 단행했던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부동산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공급 부족
 

무릎 꿇은 전세사기 피해자 “피해자들 폭넓게 인정해 달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4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일방적이고 졸속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 유성호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 불안도 심각한 수준이다. 먼저 주택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2020년에 공공택지를 연평균 7.6만호 공급했고, 주택은 인허가 기준 28.2만호, 착공기준 27.3만호, 입주기준 28.1만호를 공급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공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민간건설업체들이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보면서 공급을 피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인 주택시장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윤석열 정부처럼 방치할 상황은 아니다.

수도권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2018년 19.8만호, 2019년 20.9만호, 2020년 19.2만호, 2021년 22.1만호에 달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에는 14만호에 그쳤다. 2023년 1~2월 인허가 물량인 1.6만 호도 2018~2022년 1~2월 평균 2.6만호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공급 부족은 향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수도권과 지방간의 부동산가격의 양극화도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은 정부예산을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주거복지예산은 공공임대주택 출·융자를 중심으로 3조 6천억 원이나 감소했고, 주거급여 예산은 2022년 2조 1천억 원에서 2023에 2조 6천억 원(146만 가구)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사다리 보호해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경찰청에 제공한 전세사기 의심정보만 1.4만건에 달하고 한국주택보증공사(HUG)의 2022년 보증 사고액은 1조1726억 원, 대위변제액은 9241억  원에 이른다. 윤석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단속 위주로 대응하다가,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고 나서야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사기 피해에 대해 국가가 가입해서 피해 금액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못받으면 세금 부담을 하는 제도는 현재 있지도 않고 선례를 만들 수도 없다(원희룡 국토부 장관)"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전세대출 장려와 민간임대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코로나와 부동산 가격상승 등으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 세입자로서, 내집마련 꿈을 가지고 살아온 저소득 주거약자들이다.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회수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캠코 또는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 공적 리츠가 전세보증금 채권을 매입하여 보증금 회수를 지원하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예산 증액 없이 LH의 금년도 매입임대 예산만을 활용하여 피해자에게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한다면,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몫을 빼앗는 꼴이 돼버리고 만다. 추경 등을 통해 매입임대 예산 증액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고통 집중
 

윤석열 대통령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 들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코로나 시기보다 더 혹독한 경제환경에 처해 있다.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원자재가격 상승, 이자부담 증가 등 영업비용은 급증하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이 연평균 14.3% 증가하면서 2022년 3/4분기말 기준 1014.2조 원에 달했다. 특히, 취약차주 대출 증가율은 18.7%에 달하고, 비은행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8.7%로 은행의 6.5%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 상승과 경기회복 둔화로 금융지원 효과가 소멸하는 경우, 2023년말 자영업자의 부실위험 대출 규모가 최대 39조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시중은행 대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2021년 말 대비 2022년 말의 연체율이 하나은행은 0.16%에서 0.33%로, 우리은행은 0.16%에서 0.25%로, 신한은행은 0.14%에서 0.22%로 상승했다. 금융대출 상환유예가 끝나는 2023년 9월부터는 연체율이 더 빨리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온라인 유통시장의 급성장과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의 증가로 온라인 플랫폼이 전산업분야에 확산되고 있고 플랫폼 거래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소수의 플랫폼 독과점화가 진행되면서 과도한 수수료와 비용이 입점업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율규제 원칙을 내세우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에게 2023년과 2024년은 어느 때보다 생존에 내몰린 때다.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강화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되나,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

재정지출의 확대를 위한 추경이 필요하다. 추경을 통하여 고용불안과 주거불안, 고물가, 고금리, 공공요금 상승에 시달리는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재정지출 프로그램을 필요한 만큼 확대해야 한다. 2/4분기에는 국회에서 추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프로그램들이 집행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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