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산불 현장이다. 수관화로 거세게 타던 산불이 멈춘 곳은 키작은 나무들이 밀집한 곳이다. 산림청의 주장대로라면 연료가 많아 훨훨 타야하지만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불길이 멈추게 된다. 미국의 방법이 맞았던 것이다.
홍석환
밀양에서도, 합천에서도 임도가 산불을 거세게 확산시키는 통로가 되었다. 그럼에도 산림청이 임도가 필요하다고 국민을 속이는 이유가 있다. 산불 재난을 이용해야 기획재정부로부터 임도 공사비라는 엄청난 예산을 받아낼 수 있다. 임도가 있어야 벌목을 할 수 있다. 벌목을 해야 새로 나무를 심는다며 막대한 조림 예산을 받을 수 있다.
임도 하나를 통해 다양한 사업들이 이어지고, 막대한 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도 때문에 대형 산불로 확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대형 산불 후 산림청은 또다시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다며 막대한 재난 복구 공사비를 받아낸다.
국민 속이는 산림청장 왜?
앞서 <주간조선> 인터뷰 <산림청장 "임도(林道) 있어야 산불 막는데 환경단체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은 임도 건설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왜 임도가 필요한가.
"지난 3월 경남 합천 산불을 봐라. 소방헬기를 투입했는데 낮에 강풍과 연기 때문에 일몰 때까지 진화율이 10%밖에 안 됐다. 다행히 임도가 있어서 헬기가 못 뜨는 야간에도 밤새도록 산불진화차를 투입했다. 그 결과 다음날 새벽 5시 진화율을 92%까지 끌어올렸다. 임도가 있으면 임도 자체가 방화선이 된다."
(중략)
남 청장은 "하동 산불 때는 임도가 없어서 속수무책이었다"며 "소나기성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지리산 국립공원이 다 타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임도가 있어야 한다"며 "하동 산불 때 국립공원공단 이사장한테 '생각을 바꾸시라'고 했는데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합천과 하동 산불 현장을 비교해보자. 하동은 임도가 없지만 활엽수가 많아 일부 소나무만 수관화가 되었을뿐 지표화로 타다가 꺼졌다. 그러나 합천은 임도가 있지만 수관화로 모조리 타죽었다. 임도가 산불 확산의 통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산림청 통계에 의해서도 합천은 이틀 반이 넘는 67시간 동안 산불이 지속되며 163ha를 태웠고, 하동은 하루 만인 27시간 만에 진화되며 97ha를 태우는 데 그쳤다. 사진에서 보듯 산불의 강도 자체가 다르다.

▲임도가 없는 국립공원인 하동 산불(위)과 임도 때문에 주변이 모두 수관화로 타죽은 합천 산불 현장(아래)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의 주장이 거짓말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정인철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합천은 산림청의 임도와 숲가꾸기 덕분에 수관화로 타죽었지만, 하동은 임도가 없고 활엽수가 많아 산불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록 잎사귀가 무성하게 솟아나고 있다. 만약 산림청장의 주장처럼 하동에도 임도와 숲가꾸기가 진행되었다면 수관화로 타죽는 대형산불이 되었을 것이다.

▲초록잎이 솟아나고 있는 하동 산불 현장. 네모 표시된 곳의 나무 아래 부분에 까맣게 산불 피해 입은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불에 강한 활엽수라는 말처럼 싱싱하게 잎을 피어냈다. 임도가 없는 덕에 일부 소나무만 수관화로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정인철

▲하동 산불 현장 모습이다. 임도가 없고, 활엽수가 많은 덕에 일부 소나무만 수관화로 피해를 입었을뿐이다. 불에 탔는데도 활엽수들이 파릇파릇 새잎을 만들어내고 있다. 활엽수 덕에 그 사이에 있는 소나무들이 살아남았다. 활엽수와 소나무가 혼합된 혼효림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인철
산림청장이 국립공원 임도 건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산불 진화 때문이라기 보다, 임도 건설로 인한 막대한 공사비와 임도 건설 후 벌목과 숲가꾸기와 조림이라는 또 다른 부스러기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퇴임 후 밥그릇 미리 챙기기?
산림청은 사방사업법 제22조2항에 사방사업과 임도 사업을 위해 한국치산기술협회를 두도록 법을 만들었다.

▲산림청은 사방사업법 제22조2항에 사방사업과 임도 사업을 위해 한국치산기술협회를 두도록 법을 만들었다. 왜일까?
사방사업법
한국치산기술협회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전임 산림청장인 최병암씨가 한국치산기술협회 5대 회장이다. 연혁을 살펴봤다. 2대 서승진 회장, 3대 김남균 회장, 4대 박종호 회장이다. 3대 김남균 회장이 산림청 차장 출신이고, 나머지는 모두 산림청장 출신이다. 김남균 산림청 차장이 3대 회장으로 부임한 것은 하영제 청장(지난 3월30일 체포 동의안 가결)이 국회의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병암 전 산림청장이 치산기술협회 회장임을 보여주는 치산기술협회 홈페이지
치산기술협회
치산기술협회의 사업내역을 살펴봤다. 임도와 사방댐 등의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산림청장이 나서 임도 확대를 그토록 외친 것은 퇴임 전 자기 밥그릇을 크게 만들어 놓기 위함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치산기술협회 정관에 기록된 사업 내역이다. 산림청이 이익 집단의 돈벌이를 산림 관련 법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산림청은 다양한 수익 사업을 협회에 물아주고, 산림청 퇴직 공무원들은 퇴직 후 안정된 수익을 얻게 된다.
치산기술협회
놀랍게도 한국치산기술협회 정관 제9조 3항은 "산림청의 사방사업 관련업무 담당 고위공무원(국장급)은 재임기간 중 당연히 이사(이하 "당연직 이사")가 된다. [개정 2012.3.14.]"라고 되어 있다.
2019년 5월엔 산림기술용역업에 등록했다. 그동안의 연구 용역들을 살펴봤다. 용역 발주처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임업진흥원 그리고 지방 산림청 등이다. 전임 산림청장이 협회장으로, 현직 국장이 당연직 이사로 있으니 산림청과 산하 기관의 용역을 도맡아 하며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이 협회에 산림청 퇴직 공무원들은 얼마나 근무하고 있을까? 어떻게 이런 구조가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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