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그륀하이데에서 열린 새로운 테슬라 전기자동차 기가팩토리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민간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엑스와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가 아이콘이 된 이유는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인류를 구할 비전을 보여줬다며 열광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를 비롯해 우주선이나 태양광 등 꿈의 기술을 사업으로 성공시켰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에서 미래를 파는 사업가의 역할까지 해내면서 '머스크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 알려지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아이언맨> 작가 마크 퍼거스는 유머, 지력과 쇼맨십까지 갖춘 일론 머스크에 영감을 받아 토니 스타크 캐릭터를 발전시켰다고 밝혔고 일론 머스크는 <아이언맨 2>에 카메오로 출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지구의 미래를 짊어질 장엄한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공언합니다. 배기가스 유출을 줄이는 청정에너지를 만들고, 인류 멸종을 막으려 화성 식민지 개척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말입니다.
그는 인류를 구원할 슈퍼히어로일까요, 아니면 대중을 선동하는 사기꾼일까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가지고 그의 말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암울한 세상보다는 그가 말한 장밋빛 미래가 더 멋져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머스크의 재력과 영향력이면 무슨 일이든 가능한 게 자본주의 미국의 현실입니다. 한동안 열기가 식었던 미국의 우주개발도 스페이스엑스로 활기를 되찾았고 전기차와 태양광은 미국의 미래를 책임질 주류 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그의 트윗 한마디에 정부 정책이 추진되거나 재고되기도 합니다.
히어로? 사기꾼? 머스크 신화의 양면
일론 머스크는 이민자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1971년 태어났습니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에롤 머스크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발명하길 좋아했습니다. 위험한 폭발물을 만지며 책에서 본 로켓을 만드는 건 그가 즐긴 취미 중 하나였습니다.
머스크는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팔러 다녔습니다. 동생과 함께 만든 부활절 초콜릿 달걀을 들고 부자 동네로 가 20배 넘는 가격에 파는 상술의 귀재였습니다. 12살 때는 코딩을 배워 슈팅게임 블래스터를 만든 뒤 컴퓨터 잡지에 500달러(65만 원) 받고 팔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형성된 엔지니어와 창업가라는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나갔습니다.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하면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테크붐이 불던 실리콘밸리로 가고 싶었던 그는 졸업 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자퇴하고 곧바로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며 꿈을 이룹니다.
이후 창업한 기업들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합니다. 페이팔, 스페이스엑스, 솔라시티, 테슬라, 트위터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테크회사를 창업하거나 인수한 그는 인공지능, 진공튜브열차, 생명공학기업까지 손대며 테크기업계의 거물로 성장합니다.
한편, 질 레포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는 '머스키즘'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우주탐사마저 상품화하는 그의 극단적 자본주의 행적을 비꼬았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완전자율주행차'는 전형적 대중 우롱 사례로 꼽힙니다. 그는 개발되지도 않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속이며 10년 넘게 테슬라 전기차 홍보에 이용했습니다. '2년 후', 혹은 '올해 안에' 완전자율 자동차 기술이 완성될 거라며 무책임한 약속을 남발했습니다.
에드워드 니드마이어 자동차산업 탐사보도 기자는 저서 <테슬라 자동차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일론 머스크의 기술 관련 사기행각을 파헤쳤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완전자율주행차 거짓말의 역사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테슬라가 상장 기업이 된 후 몇 년째 주가가 오르지 않자 2013년에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대대적인 미디어 캠페인을 펼칩니다. 그 후 테슬라 주가가 요동치며 오르기 시작합니다.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5단계 기술을 보유했다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2021년에 거짓으로 드러납니다. 테슬라 공학자들이 캘리포니아 주 차량관리국에 밝힌 내용에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올해 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2단계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속아서 테슬라를 구매한 고객들이 집단소송에 나섰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기술을 선보인 후에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9개월 동안 273건의 자율주행 기술관련 사고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에 보고되었습니다. 그는 우주개발이나 지하터널 등의 다른 기술도 과장하거나 허위로 지어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자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