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가 있어 산림청이 자랑하는 숲가꾸기로 인해 소나무만 남기고 활엽수를 모두 잘라버린 탓에 수관화로 모두 불타 죽었다. 그러나 하동은 임도가 없어 지표화로 산림 나무들이 살았다.
홍석환
산림청이 숲가꾸기 한 곳과 잡목이 밀집된 지역의 산불 피해를 비교해보자. 소나무 외에 활엽수들을 잘라 숲가꾸기를 한 합천은 나무 꼭대기까지 불에 탔다. 이 나무들은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 그런데 하동 국립공원은 잡목이 가득하다. 산림청의 주장대로라면 불에 탈 연료가 많다. 그런데 불길이 지표화로 타다 꺼졌다.
산불의 확산 여부는 '연료'가 아니라 '바람'이다. 숲가꾸기 한다며 활엽수들을 베어낸 숲은 바람이 잘 통하여 불길이 나무 꼭대기까지 순식간에 타고 오른다. 그러나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연료가 많은 숲은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불길이 힘을 잃고 힘없이 바닥을 기다가 저절로 꺼지는 것이다.
산림청은 그동안 대형 산불의 원인을 기후 위기 탓으로 돌려왔다. 하지만 기후 위기가 아니라 산림청이 산림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산림을 불에 잘 타는 숲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숲가꾸기를 한 지역은 심각한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숲이 더 건조해진다. 한번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 대형 산불이 되는 것이다.
산불 며칠 만에 생태복원 토론회?
산림청은 23일 하동 산불이 발생한 인근에서 '산불 피해지 산림 생태복원 현장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12일 오후에 하동 산불이 진화되었다. 산불이 꺼진 지 불과 10여 일 만에 생태 복원 토론회란 불가능하다. 국립공원 산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불이 꺼지자마자 토론회를 개최하는 산림청에 의혹의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하동 산불은 사진으로 보듯 지표화로 끝났다. 대부분의 나무가 활엽수이기에 불길이 지났어도 다 살아난다. 사람이 손을 댈 필요가 없다. 복구한다며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더 큰 생태 파괴만 이뤄질 뿐이다.
산불 피해지 생태복원이란 산불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산림의 변화를 살펴 그에 맞는 복원을 계획해야 한다. 산림청 토론회 참석자 중에 과연 합천과 하동 산불 피해 현장 두 곳을 꼼꼼히 다 살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산림청이 '국립공원에 임도를 건설하겠다'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생태복원의 이름을 단 꼼수 토론회를 여는 게 아닐까.
아직 3월이라 전국 곳곳에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이 산불 후 단 며칠 만에 복원 계획을 세워 산불 현장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을까?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내게 '산림청이 산불 피해지마다 찾아다니며 이렇게 생태복원 토론회를 열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15일 보도자료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은 '해외 산림에 비해 임도가 적어 산림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국회와 기재부 등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임도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해외엔 임도가 많다는 이유를 임도 건설의 타당성으로 내세우지만, 해외와 우리는 지형과 기후에 차이가 크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미 여름마다 발생하는 산사태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김종원
그러나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의 '소나무재선충과 동해안 산불을 통해서 본 우리나라 소나무, 무엇이 문제인가'(2005)에 따르면, 유럽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완만한 구릉 형태 또는 대지 형상이며, 연간 강수량이 800~1000mm 이하이면서 연중 고르게 분포해, 급경사지에 집중호우 및 태풍을 동반하는 우리나라와는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며 국내 산림 임도의 부적절함을 강조했다.
산림청이 지형과 기후의 차이를 감추고 임도 길이만으로 국민을 속여 막대한 임도 건설 예산을 타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여름마다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산림청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밀양 산불 키운 주범은 산림청... 현장에 남은 끔찍한 증거들 (https://omn.kr/1zgo8)
-산불 현장서 벌어지는 기현상... 결국 누가 돈을 버나 (https://omn.kr/1ysj9)
-전문가도 놀란 동해안 산불 현장... 국민 모두 속았다 (https://omn.kr/1ynir)
-동해안 대형 산불의 진짜 원인, 산림청은 정말... (https://omn.kr/1ybuz)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