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류슨스틴 김나지움(고등학교)와 세계시민의식 프로그램 교류를 하고 있는 경기도 구리 인창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덴마크에 머물렀다.
우현주
두 번째로 '공부를 잘한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성찰해보게 됐다. 국립박물관에서 덴마크 초기 역사, 바이킹 시대와 관련된 유물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우리 학생들은 4명씩 모둠을 만들고 류슨스틴 학생들이 9개 포스트에서 덴마크 역사가 생소한 한국 학생들에게 각자가 맡은 부분을 공부해 설명해주는 방식이었다.
가장 좋은 공부 방식은 누군가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료를 읽고 분석해보고 내 언어로 말하기, 서로 배우게 하는 공부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 가르쳐주기 위해 자료를 찾고,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자신의 언어로 내용을 분석 종합해보고,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표정으로부터 상대의 질문과 호기심으로부터 공부가 더 깊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우리 수업에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 우리 교사들과 부모들은 학생들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면서 치밀하게 배움을 조직해주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다. 공부란 무엇인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부터 이야기해봐야 한다.
스웨덴과 바다를 앞둔 군사 방어시설이면서 덴마크 왕실 가족들의 대규모 연회장과 화려한 방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크론버그 성 탐방 때도 해설사가 한 자리에서만 30분 이상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주는데, 아이들 모두 이에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배움을 만들어야 한다.
류슨스틴의 세계시민의식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인 안데르스 슐츠 교사가 우리 학생들과 함께한 '문화 이해' 수업은 '다른 것을 만났을 때 낯설지만 마음 열고 다가가기, 그러면서 나와 내가 살고 있는 문화에 대해 자기 성찰, 자기 반성을 해보는 과정에서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구성됐었다.
현재의 나와 상관 없는 세대와 지역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육 내용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선 이기적인 경쟁과 눈앞에 보이는 효율보다는 동료와 협력하고 이웃을 돌아보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한국 교육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정리하는 대화... 우리는 하고 있나요?
▲경기 구리 인창고등학교 학생들이 덴마크의 한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현주
또한 우리 학생 대부분은 덴마크 가정의 문화가 행복 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을 실감한 것으로 보인다. 여느 관광지 투어보다 현지 가정에서의 일상 체험이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실마리다. 한국에선 한때 '저녁이 있는 삶'이 이슈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휴대전화를 꺼두고 식탁 위에 켜 둔 따뜻한 촛불 조명 아래서 식사를 마친 뒤에도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여유를 갖기 어렵다. 각자 뭔가에 쫓기듯 열심히 살지만 사실은 서로를 소외시키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경험한 홈스테이 가정들에서 공통적으로 본 특징은 가족들이 모여 갖는 식사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는 점과 식사 후 커피 혹은 차와 간단한 간식을 즐기는 것이었다. 대부분 이때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공유하거나 간단한 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파트너였던 에스터의 말에 따르면 덴마크인들은 이러한 휘게를 통해 행복감을 얻는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이른 시간에 하교하고 퇴근하여 일찍 식사준비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기 때문이었다. 학원과 공부 등의 이유로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고 가족들이 한 식탁에 모이기 힘든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 비해 여유롭게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내가 덴마크에 오기전 읽었던 책, '상상속의 덴마크'에서 본 '휘게는 덴마크인의 행복 출발점'이란 말을 직접 느끼고 동의하게 됐다."(1학년 김가연)
▲우현주 경기 구리 인창고등학교 교장.
우현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