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T 노조원들은 파리바게뜨 샤틀레 매장 앞에서 '단결투쟁'이라고 한글로 적힌 띠를 두르고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주었다.
목수정
파리 중심가인 오페라 지구에는 아키 불랑제라는 일본식 빵집이 있다. 그곳은 전원 일본인 직원으로 운영되고, 전적으로 일본식 베이커리를 선보인다. 그래서 일본 베이커리에 익숙한 일본이나 한국 손님도 많지만, 다른 나라 음식문화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프랑스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같은 거리에 이미 세 개의 매장을 냈다.
그러나 파리의 파리바게뜨는 여느 빵집들보다 큰 규모, 휘황한 실내장식을 하고 있지만, 서비스와 맛에서 좋은 평가를 못 듣고, 미심쩍은 신선도로 현지인들의 불평을 살 뿐 아니라, 한국식 베이커리를 세상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지 않다.
파리바게뜨가 한국 진출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현지인들의 반응은 "대체 왜?" 였다. 한국기업이 와서 비슷한 맛을 흉내 내려는 이유가 뭔지 묻는다. 파리지앵들도, 파리에 사는 한국 교민들도 마찬가지다.
파리바게뜨를 거느린 SPC 그룹은 사고 다음 날에도 사고에 대한 공식 언급 없이 그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인간의 기본적 태도를 상실한 채, 오직 '공격적' 경영에 몰두하는 듯하다. SPC 그룹은 프랑스의 샌드위치 전문점 리나스(LINA'S)를 지난 6월에 인수하기도 했다. CGT의 고민은 여기 있다. 악덕 기업, 노조탄압 기업이 프랑스 땅에 점점 넓게 발을 들이는 것을 이들은 결코 원치 않는다. 더구나 한 나라의 수도인 파리라는 지명을 버젓이 상호로 사용하고 있기에, 이들은 더욱 민감하게 SPC의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직접 한국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가고,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한번 집회를 연 것은 바로 이런 각별한 요주의 기업 목록에 SPC 그룹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이 2014년 프랑스 인권단체가 주는 피노키오상(가장 거짓말 잘하는 기업)을 받으면서 그 악명을 널리 떨친 바 있다.
집회가 끝나고 헤어지며 한국 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싸워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들은 "만국의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먼 나라 노동자들의 뜨거운 연대에 한국의 시민들이 화답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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