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거대한 활엽수 마저 산불 피해목이라며 싹쓸이 벌목했다.
최병성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개인 산주들이 빨리 벌목해 달라고 한다며 내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핑계일 뿐이다.
지난 자연복원 관련 보도 후에 제보 메일이 들어왔다. 마을 산을 지켜달라는 애절한 내용이었다.
지난 3월 4일 발생한 옥계면 산불 피해 지역 주민입니다.
요즘 저희 지역에 벌채 업자가 찾아와서 개인 산 벌채 허락 받았다며, 어차피 정부에서 다 벌채를 할 거고 협력하지 않으면 보상도 없다고 압력성 말을 합니다.
산불이 나고 오늘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 보면 기자님께서 하신 말씀에 너무나 공감이 갑니다.
저희 마을 불날 때 바람이 심하지 않아서 불이 바닥만 타고 지나갔는데, 소나무들은 밑둥이 그을렸지만 활엽수들은 지금 녹색으로 온 동네가 꽉 차 있습니다. 이렇게 울창한 푸른 활엽수 나무들을 소나무 때문에 몽땅 베어내야 한다니 장마철이나 폭우가 오면 산사태가 걱정입니다.
2019년에 양간지풍이 엄청 불어 동해 망상까지 다 타버리고 그동안 벌채와 묘목(소나무)심기를 마친 벌거벗은 민둥산을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다행히 불이 훑고 지나지 않은 관계로 활엽수들이 다 살아 있습니다.
벌목 업자들 배만 불리고, 마구 산허리를 깎아 길을 낼 텐데 폭우라도 오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벌써 아랫마을 뒷산은 벌목 중에 있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고 시간이 흐르면 복원이 저절로 될 텐데, 그 수많은 예산을 들여서 누구 좋은 일 하려는지 힘없는 촌사람들 가슴만 답답합니다.
산림청 관계자에게 벌목을 중단시키는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산림청과 협의 없이 진행되는 산불 피해목 벌채의 경우, 조림 비용을 일체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면 멈출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14일 산림청 고시에 따르면, 1ha 조림비용이 2021년 907만원에서 2022년 983만원으로 인상되었다. 산주들이 벌목상에게 받는 나무 값은 1ha에 약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무 값으로 고작 100만원 받고, 983만원을 들여 나무를 심을 어리석은 산주는 대한민국에 없다. 정부가 나무 심는 비용을 지불해 주니 산불 피해목이라며 불법적인 벌목이 자행되는 것이다.

▲2022년 1ha 조림비용을 983만원으로 고시한 산림청 고시문
산림청
산림청의 거짓말... 결국 누가 돈을 버나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를 자연복원에 맡기면 경제성 있는 나무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공조림를 해야 경제림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에 펴낸 <산림경영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에 인공조림의 경제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산림청은 경제림이라 주장하지만,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전혀 경제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요즘 대한민국 산림에서 가장 경제성 있는 나무가 낙엽송이다. 그 외의 나무들은 펄프와 합판과 펠릿용으로 값싸게 팔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키운 낙엽송 1ha에 1848만원이다. 그러나 1848만원의 나무 값이 모두 산주의 수익이 되지 못한다. 벌목상들의 벌목 작업비로 1397만원이 소요된다. 남는 이익이 451만원이다. 여기에서 벌목상들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 산주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ha에 100만원에 불과하다.
또, 벌목 후엔 조림을 해야 한다. 이 보고서에는 조림비가 2017년 기준 606만원인데, 2022년 산림청이 983만원으로 인상 고시했다. 조림 후 30년 동안 풀베기+어린나무 가꾸기+가지치기+속아 베기+산물 수집(베어낸 잔가지와 나무 정리) 등의 육림비용으로 약 750만원이 투입된다. 이 보고서는 조림비뿐 아니라 육림비까지 포함하면 더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릉 옥계면에서 만난 자연복원지. 죽은 소나무 아래에 활엽수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복원을 하면 산림청이 할 일이 없어진다.
최병성
산주 입장에서 보면 30년 동안 가장 경제성이 있다는 낙엽송을 키워도 1ha당 100만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조림비 983만원과 가꾸는 비용 750만원 등 총 1733만원을 투입해야 한다. 1ha에 1633만원의 적자다. 산주들에겐 아무리 값이 잘 나가는 나무라 할지라도 전혀 경제성이 없다. 그런데 산림청은 왜 계속 경제림 조성이란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일까?
결국 산림청이 말하는 '경제성'이란 '나무를 팔아 발생하는 이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산불 피해지를 자연복원에 맡기면 산림청은 물론 산림조합과 벌목상과 묘목상 등이 할 일이 없다. 자연 스스로 복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산불을 이용해 돈을 벌려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산불이 발생한 산림을 싹쓸이 벌목하고 나무를 심는 인공조림을 해야 한다.
산림청의 주장처럼 산불 피해지에 경제림을 조성한다며 싹쓸이 벌목하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 그 뒤 산림청은 산사태를 막는다며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속에 임도를 건설하고 석축과 사방댐을 쌓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다. 이 사업 역시 산림조합과 관련 기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산불 피해지를 싹쓸이 벌목하고, 인공조림을 하고, 산사태가 발생한다며 사방댐 공사를 하면 산림조합과 벌목상과 묘목상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병성
인공 조림 비용과 30년간 투입되는 육림 비용, 임도와 사방댐 건설 예산까지 다 포함하면 산림청의 경제림 조성 주장은 더더욱 타당성이 없다. 이는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 경제림 조성이라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결과는 국고 손실에 불과하다.
이제 산림청이 그동안 숲을 이용해 벌여 온 사업들의 진실을 국민이 알 때가 되었다. 긴급벌채와 사방댐 건설 등의 산불 피해 복구비 4170억 원의 타당성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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