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이 온 산을 헤집고 다녔다. 조금만 비가 와도 지표 유출량이 증가하고, 토사가 쓸려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병성
산림청이 2009년 12월 펴낸 '산림시업에 따른 유역의 물 환경 변화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벌목 직후와 조림 직후에 지표 유출량이 증가하고, 조림한 지 24년이 지나서야 감소한다고 나온다. 벌목으로 인한 홍수 피해 영향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말이다. 특히 위 자료는 지표유출량 증가로 인한 홍수 피해뿐만 아니라, 영양물질 손실, 토양 침식, 수질 저하, 경관 훼손 등의 벌목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산림청은 숲을 '녹색댐'이라고 강조해왔다. 비가 많이 올 때 숲이 빗물을 보관하고 있다가 비가 그친 뒤에도 오랫동안 계곡과 강으로 서서히 물을 흘려보내주는 소중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잘 보존한 숲이 녹색댐이 되는 이유와 벌목이 홍수 발생 원인이 되는 이유를 '산림시업에 따른 유역의 물 환경 변화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녹색댐 기능 발휘의 원천은 토양이며 그 층의 깊이가 녹색댐 기능을 결정하는 큰 인자다....(중략)... 구조적·생태적으로 건전한 산림의 지표면은 공극(孔劇)이 풍부한 매우 푹신한 토양으로 두껍게 덮여 있기 때문에 빗물 저류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산림은 물 순환 과정에서 물의 배분 구조를 변화시켜 유출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아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이 높고, 산림토양 속 깊은 곳까지 저장됨에 따라 갈수기에도 풍부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가용 수자원량이 늘어나게 된다. (중략) 산림을 모두 베어버리면 토양의 빗물 침투 및 저류구조가 파괴되어 물 자원 확보 및 보전 등 관리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숲이 녹색댐이 되는 이유는 단순히 나무가 많아서가 아니다. 나무가 자라며 오랜 시간 떨어뜨린 낙엽 속에 지렁이, 노래기, 쥐며느리, 진드기와 같은 작은 생명들이 낙엽을 먹고 배설한 것들이 토양에 섞이고, 흙속에 사는 두더지, 지네, 거미, 개미와 같은 생물들 덕에 숲의 흙이 부드러워지고 물을 많이 품게 되기 때문이다.
싹쓸이 벌목을 한다며 포클레인이 휘젓고 다니면 수십 년간 쌓여왔던 산림토양의 낙엽과 유기물도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던 수많은 생명들도 더 이 상 살수 없는 곳이 된다. 더는 빗물을 저장할 수 없는 곳이 되는 것이다.

▲포항 죽장면 벌목 현장. 싹쓸이 벌목은 수십년간 쌓여 온 낙엽과 부엽토를 모두 유실케하고, 그 안에 살아가던 생명들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만든다. 숲이 녹색댐 기능을 상실하며 홍수를 유발한다.
최병성
이처럼 싹쓸이 벌목이 지표수와 토사 유출량을 증가시켜 홍수 피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산림청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산림청은 매년 수천억 원의 벌목 예산을 유지하기 위해 '산림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싹쓸이 벌목으로 전국 산림의 황폐화를 가속시켜왔고, 그 결과 산사태와 홍수가 늘었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많은 산사태와 홍수 피해 시작점은 산림청이 벌목한 곳이거나 산을 관리한다며 임도를 만든 곳이다. 산림청은 비가 많이 왔고, 지질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자연재해로 결론짓는다. 벌목과 임도 건설로 인한 '인재'가 '자연재해'로 둔갑하며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어디서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산림청의 이상한 개선안
지난 9월 15일 최병암 산림청장은 싹쓸이 면적 기준을 50ha에서 30ha로 축소하는 등의 벌목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 5월 필자의 기사로 시작된 싹쓸이 벌목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싹쓸이 벌목 면적을 30ha로 줄이면 벌목으로 인한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될까? 충북 제천의 야트막한 산 능선에서부터 줄줄이 산사태가 발생했다. 벌목 면적을 계산해보니 약 20ha에 불과하다. 산림청장의 개선안처럼 50ha에서 30ha로 면적을 축소한다고 해서 벌목으로 인한 재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벌목으로 인해 줄줄이 산사태가 발생했다. 석축을 쌓고 모래주머니로 산사태 확산을 막고 있으나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다. 벌목으로 인해 재앙이 발생하고, 국민 혈세를 산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최병성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1일 '민간3사, 국내 바이오매스(생물에너지원)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다!'는 보도 자료를 통해 SGC에너지, 한화에너지, OCI SE 등 3사와 협약 맺어 유연탄과 목재 펠릿을 혼합하여 발전하던 것을 2025년까지 목재 펠릿으로 대체하며, 160만 톤의 수입 펠릿을 국내 목재로 대체해 에너지 자립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1일 산업자원통상부가 에너지 자립한다며 화력발전소용 땔감인 펠릿 160만톤을 국내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산자부는 160만 톤의 펠릿을 만들려면 대한민국 산림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대재앙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
현재 산림청은 1년에 약 2만4천ha의 산림을 벌목한다. 벌목한 나무들은 제재용과 펄프와 합판보드 등으로 사용한다. 화력발전소 땔감으로 사용되는 펠릿과 바이오매스용은 전체 벌목한 목재 중 약 12.4%에 불과하다.

▲현재 1년에 2만4천ha의 산림이 벌목되고, 이 중에 화력발전소용 펠릿 등으로 약 12.4%가 사용된다.(산림청 통계자료 참고)
최병성
펠릿 관계자와 산림청에 확인한 결과, 펠릿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톤의 나무가 필요하다. 산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산림 1ha를 벌목하면 평균 100톤의 나무가 나온다. 산자부가 계획한 160만 톤의 펠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320만 톤의 나무가 필요하다. 결국 화력발전소 땔감인 펠릿 생산만을 위해 약 3만2천ha의 산림을 추가 싹쓸이 벌목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1년에 2만4천ha를 벌목하는 것으로도 홍수 등 심각한 환경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땔감인 160만 톤의 펠릿을 만들기 위해 3만ha가 넘는 산림이 추가 벌목되어야 한다는 것을 산업통상자원부는 계산을 해보긴 한 걸까.
화력발전소용 땔감인 펠릿은 벌목 현장에 버려진 잔가지 등 미이용 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야 한다. 원목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잔가지만으로 펠릿을 만들면 펠릿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펠릿 제조 공장마다 원목을 사용한다. 산림청은 이런 불법을 묵인하며 국산 목재 자급율 증가로 포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펠릿제조공장. 나무 원목을 갈아 톱밥을 산더니처럼 쌓아났다. 애초에 미이용에너지로 불리는 버려진 잔가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최병성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산림 흡수원을 만들기 위해 30억 그루 심는다며 전국 산림의 초토화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통산자원부는 160만 톤의 화력발전소용 펠릿을 만들기 위한 싹쓸이 계획을 덩달아 발표했다.
싹쓸이 벌목은 홍수 피해를 가중시킨다. 표토 유실로 수질 악화를 초래한다. 기후이상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포항 죽장면 홍수와 비슷한 일이 전국으로 확대되지 않게 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산림정책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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