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의 20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의정보고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추미애의 99心'.
안홍기
전반적으로 지역구민에게 의정활동을 보고하는 내용이라기보다 '사진과 함께 보는 추미애 자서전'에 가까웠다. 이 같은 내용으로는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의정활동보고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추 장관을 성원하는 팬층에 대한 '팬북' 혹은 '답례품' 정도의 명칭이 어울린다.
이 같은 정치자금 지출 역시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의정보고서가 아니라 자서전 출판에 정치자금을 썼더라도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정치인의 개인홍보와 정치활동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내용을 확인해서 정치활동으로 볼 수 있으면 정치자금을 사용해도 되고, 개인홍보라든가 그런 쪽이면... (어려울 것 같다)"며 "그게 애매해서 법적으로도 명확히 규제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의정보고서 제작, 비용은 상당한데...
그런데 의정보고서 발간에는 대체로 제작부터 우편 배송까지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 의원 1인당 1000만 원으로 계산해도, 300명이면 약 30억 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대부분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에 몇 페이지짜리 의정보고서를 몇 부 정도 인쇄했고, 단가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기록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리기 위해 의정보고서를 제작하면서도, 정작 여기에 쓰인 정치자금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셈이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오마이뉴스>는 19대 국회의원 정치자금을 분석할 때도, 2012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의정보고서 관련 지출이 약 56억 원에 달하지만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에 발행부수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원내 의원만의 특권" 의정보고서에 부은 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디오메이커스에 '의정보고서 제작 및 인쇄대' 명목으로 2609만8000원을 지출하며 '8p, 6만2000부'라고 쓴 유재중 전 의원, 태영인쇄 도서출판누리에 '2020년도 의정보고서 제작'으로 2288만 원을 쓰면서 부수(8만 부)를 명시한 이춘석 전 의원의 경우가 '희귀 사례'였다.
추미애 장관 역시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만으로는 어떤 분량으로, 몇 부나 인쇄했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서울 광진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추미애 의원실이 출판 관련 계약서와 영수증을 제출한 건 맞다"라면서도 "영수증에 계약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서 우리도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이게(계약 내용) 집행된 건지, 몇 부를 뽑았는지까지 저희가 감독할 권한은 없다"라며 "우리도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제도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의정보고서 발간 자체를 두고도 여의도 기류는 엇갈린다. 온라인 플랫폼이 점점 강력해지는 시대인만큼 의원실들도 계속 거액의 비용을 의정보고서 제작과 출판, 배송에 써야 할지 고민이다. 한 야당의 보좌진은 "기후위기를 맞아 페이퍼 프리(Paper Free, 종이 쓰지 않기)를 실천해야 할 시대에 매년 종이가 상당히 낭비되고 있다"라며 "국민 세금으로 만드는 의정보고서인만큼, 기존의 방식은 조속히 폐지하는 방향을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반면 또 다른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자 의정보고서는 꽤 오래 전부터 많은 국회의원들이 시도한 방법이지만, 아직은 '성의' 차원에서 종이로 받아야 한다는 인식도 남아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소셜미디어 등이 익숙하지 않은 유권자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어떠한 계층도 소외되지 않고 쉽게 의정활동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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