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합장묘에서 조합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김씨는 지난해 9월 동료들과 함께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를 설립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022년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존 팀장들을 팀원으로 대거 강등시켜 퇴사하게 만들고,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직원 160여 명을 대상으로 반강제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용 문제뿐만 아니라 초과근무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있었다.
노조는 설립 직후인 지난해 11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회사 임원과 일부 팀장들이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인신공격과 따돌림, 차별, 폭언 등 괴롭힘을 자행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고, 올해 초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하며 회사에 시정을 지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을 개발·제조·판매하는 회사로, 설화수, 헤라,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다양한 브랜드가 속해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화학, 섬유, 식품 사업장들을 비롯해 의약품, 폐기물, 가스, ICT, 광물, 문화예술,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 직장내 괴롭힘에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아모레퍼시픽 직원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에서 ‘아모레퍼시픽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 화섬식품노조
아래는 김민환 씨의 소감문 전문이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속삭이는 제주의 아픔을 듣기 위해, 민주노총 화섬노조 수도권지부가 주관하는 제주 평화 4.3 기행의 일원이 되어 섬의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제주라 하면 흔히 파란 바다와 푸른 숲,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가 연상되지만 이번 여정은 그림자진 역사의 현장을 직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대조되는 역사 속 상처는 그윽한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켠에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끔찍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는, 맑은 제주의 바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서늘함을 전해주었습니다.
섬의 남단을 걸으며 무고히 희생된 제주도민들과 그들이 당한 패악질을 떠올렸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나로 하여금 깊은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으며, 진정한 인간애와 연민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 대규모의 비극에 대해 편향된 역사 서술이 있었다는 점에 숙연해졌습니다. 냉전의 그늘 아래에서, 특히 미국의 역할에 대해 역사는 종종 한쪽의 목소리만을 반영해왔음을 인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기행은 진실에 이르는 길목에서 조명을 받아 마땅한 현장 하나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행은 새로운 역사적 시각과 인식의 전환을 제게 선사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자욱했던 그날, 먹먹한 마음으로 걸은 제주의 땅은 그저 아름다운 풍경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슬픔을 고스란히 품은 채로 우리들에게 잊혀진 역사의 가르침을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제주 4.3 사건은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어느 한쪽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임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이 기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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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은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바라봐야 할 아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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