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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민선 8기 이후 철거 본격화... 야외 문화·예술 공간 조성

등록 2023.11.07 11:25수정 2023.11.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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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된 아카데미극장. ⓒ 원주투데이

  
강원도 원주에 단관극장이 건립된 건 1960년대 전후였다. 원주극장(1956년), 시공관(1962년), 아카데미극장(1963년), 문화극장(1967년) 순으로 건립됐다. 평원로 민속풍물시장에서 옛 원주역 방향으로 오른쪽에 아카데미극장과 문화극장이 들어섰고, 왼쪽에 시공관과 원주극장이 배치됐다.

한국전쟁 이후 원주에 군부대가 집결하면서 현재 원주시보건소 자리에는 군단에 의해 설립된 군인극장이 1956년 문을 열어 운영되면서 원주에는 모두 5개의 극장이 있었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극장이 평원로에 몰리게 된 건 옛 원주역을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많았던 데다 이곳이 교통과 상권의 중심지였기 때문이었다.

단계택지, 단관택지, 무실택지가 조성되기 전 자유시장·중앙시장 일대가 상권의 중심지이자 만남의 장소였다. 주말과 휴일 자유시장 시계탑 앞은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며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친구·연인을 만나 인근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향한 곳이 단관극장이었다.

아카데미극장에는 이북오도민회, 황해도민회, 재원평안도민회 연락소, 재원함경도민회 연락소 등이 있었다. 아카데미극장이 영화를 향유하는 공간은 물론 전쟁 후 상업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원주 월남인들의 공동체 공간 역할도 했다, 또한, 원주 단관극장에서는 유명 가수 공연이나 새마을지도자대회, 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활동도 이뤄졌다.

단관극장이 문을 닫은 건 199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이다. 시공관, 원주극장, 문화극장이 철거된 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며 단관극장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 2015년 문화극장이 철거되면서 아카데미극장이 원주의 마지막 단관극장으로 남게 되자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본격화됐다.

아카데미극장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모색하기 위한 원주시민 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원주시의회, 강원도의회 일부 의원들도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아카데미극장의 보존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보존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자 원주시는 2020년 아카데미극장 및 주변 토지 매매협약을 체결했고, 2022년 1월 매입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100인 100석' 시민 모금운동이 전개돼 1억 원이 모금됐으며, 전국 영화문화단체에서 보존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노력으로 문화유산 국민신탁·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한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 공모전에서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민선 8기로 넘어오면서 원주시는 철거 방침을 굳혔다. 민선 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시민 공감대가 크게 형성돼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 재정이 투입돼야 하며, 안정성 문제, 기대 이하의 활용도 예상 등의 문제로 복원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한 뒤였다.

지난 28일부터 아카데미극장 철거가 본격화돼 이제는 잔해만 남은 상태이다. 철거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는 조속한 철거 및 철거 이후 아카데미극장 터에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민속풍물시장 상인회는 철거가 지연되는 상황에 원주시를 항의 방문하고, 원주경찰서에 강력한 공권력 행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는 이달 중순 마무리될 전망이다. 철거공사가 끝나면 원주시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야외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야외공연장과 시민 휴식공간을 신설하고, 아카데미극장 옆 주차장에 신축하는 중앙동 도시재생 문화공유플랫폼과 연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문화공유플랫폼에는 아카데미극장에서 사용하던 영사기와 필름 등을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야외공연장과 휴식공간은 내년 상반기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 관계자는 "사업이 완료되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며,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 #문화공유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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