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탄핵이 삼권분립 위협? 안 하는 게 삼권분립 위협이다

[주장] 단 한 번의 법관탄핵도 없었던 것, 그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였다

등록 2021.02.02 09:20수정 2021.02.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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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왜 단 한 번도 법관탄핵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 헌법 제65조 제1항은 법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이제까지 단 한 명의 법관도 탄핵한 적이 없다.

미국은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발의해 상원에서 심리 및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제까지 15명의 연방법관이 탄핵소추되어 8명이 파면됐다. 사법후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조차도 <법관 탄핵법>에 의거해 모든 국민들이 국회에 판사와 검사에 대한 탄핵 신청을 할 수 있고, 1948년부터 2014년까지 7명의 재판관이 국회에 의해 탄핵되었다.

우리 국회에서 법관탄핵이 한 번도 없었던 이유에는 법관의 재판과 판결에 의해 언제든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손에 쥘 수 있는 법원의 눈치를 보면서 법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국회의원들의 본능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강할 것이다. 더구나 중앙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대법관이 맡고,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에도 판사가 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점도 선거에 목매는 국회의원에 대한 법원의 영향력을 키우는 한 요인이다.

법원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몸을 낮추는' 이러한 관계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에 추진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조직법 등 6개 법안 개정안이 아직 국민들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전체 국회의원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168명의 서명으로 발의되었던 점에서도 명백히 입증된 바 있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사실 지금처럼 검찰과 법원의 힘을 막강하게 만든 데는 정치권의 행태가 큰 몫을 담당했다. 국회는 이제까지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그리고 입법자로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을 언제나 고소 고발만 일삼으며 자신들의 운명을 검찰과 법원의 손에 넘기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는 스스로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여지없이 추락시킨 행위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삼권분립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정신을 무너뜨린 것이다. 삼권분립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회의원 자신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정치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치가 사법화되고 사법이 정치화되는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그리고 이 결과로 배태된 사법관의 지배에 토대해 사법권력이 남용되었고 삼권분립도 위협받는 지형이 형성되어왔다.

하지만 국민들은 법관탄핵의 권리로부터 근본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헌법에 의해 유일하게 탄핵의 임무가 부여된 국회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법관탄핵을 하지 않는 직무유기가 계속되었다. 그러면서 사법농단을 저지른 법관들은 후배 법관들에 의해 '제 식구 감싸기'로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그리해 지금 법원을 견제할 곳은 전혀 부재한 상황이다.


단 한 번의 법관탄핵도 없었던 국회의 '직무유기'

국회의 법관탄핵을 삼권분립 위협이라며 비판하는 측은 법치주의와 절차적 공정성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법을 농단하고 결국 삼권분립을 훼손시켰던 법관들의 전횡과 사법권력의 남용에 대한 정당화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사법농단을 일삼았던 법관을 국회가 탄핵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로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직무유기다.
#법관탄핵 #직무유기 #국회 #사법농단 #사법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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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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