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훅' 간 김병조, 어떻게 재기했나

[서평] 동양인문학의 진수 청주판 명심보감 <김병조의 마음공부>

등록 2014.11.12 14:48수정 2014.11.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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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천정을 찌르는 연예인일지라도 말 한마디 잘못하면 한 방에 '훅'하고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지나간 연예인이 돼 버렸지만 한 때 곱슬머리가 흡사 배추를 연상시켜 '배추머리'로 불리던 김병조라는 개그맨이 있었습니다. 25년 전 쯤, 김병조라는 개그맨은 정말 잘 나갔습니다.

그렇게 잘나가던 개그맨 김병조는 당시 여당의 전당대회 사회를 보면서 여당(민주정의당)과 야당(통일민주당)의 당명에 빗대어 아무개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당, 아무개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는 멘트를 하였습니다.


훗날 배추머리 김병조는 그날 멘트는 전당대회를 여는 측에서 써준 내용이었음을 밝혔습니다. 원고를 받아들고 몹시 난감해 하자 여당 실세인 인사가 '그 멘트를 안 하면 알아서 하라'는 식의 협박조 엄포를 놔 어쩌지 못해 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여튼 인기 절정을 달리던 김병조는 그 멘트로 인한 파문으로 하루아침에 연예무대에서 '훅'하고 사라져야 하는 불행한 연예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25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사건이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그런 멘트를 하도록 엄포까지 놓고도 나 몰라라 한 여당은 치사할 만큼 비겁합니다.

비록 세치 혀를 잘못 놀려 스스로가 자초한 화이긴 하지만 천정부지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은 힘들과 참담하고 괴로우니 화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을 것입니다.

사실 그랬답니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이중 삼중으로 압박해 오는 충격이 버거운 김병조는 한쪽 눈의 핏줄이 터져 실명까지 할 만큼 시련의 세월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결과이긴 하지만 김병조는 모든 시련을 버텼고 이겨냈습니다.

그토록 가혹한 시련에 부닥뜨린 김병조가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었던 버팀목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명심보감>이었습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한구절 한구절의 말들은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약손이었고, 풀죽어 있는 심신을 재기할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의 새싹을 움틔워주는 떡잎이 되었을 겁니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들만 쏙쏙 가려서 엮은 <명심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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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의 마음공부>(상·하) ⓒ 청어람M&B

<김병조의 마음공부>(상·하)(옮긴이 김병조, 펴낸곳 청어람M&B)는 졸지에 연예계를 떠나게 된 저자가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며 되새김질을 하듯 새겨가며 현실에 맞도록 설명을 덧대어 엮는 <명심보감>입니다.

'明心(명심)'은 '명심견성(明心見性)', 즉 '모든 잡념을 물리쳐 본성을 깨달음'에서 온 말이요, '寶鑑(보감)'은 '책'이라는 뜻으로, '明心寶鑑(명심보감'은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보배로운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병조의 마음공부>(상) 05쪽-

덧붙여 말하자면 <명심보감>은 <경행록>, <공자가어>, <귀전록> 등 내로라하는 수십 종의 고전에 나오는 명구 중의 명구들만을 뽑고 가려서 엮은 내용으로 저자가 저간으로 삼은 것은 청주판 명심보감입니다.

책은 (상)·(하) 두 권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 20편 781구절의 주옥같은 명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상)권에는 '繼善篇(계선편) - 끊임없이 선을 행하라', '天命篇(천명편) - 하늘의 이치를 따르도록 하라', '順命篇(순명편) - 운명에 순응하라', '孝行篇(효행편) - 효도는 행동으로 옮길 때 가치 있다', '正己篇(정기편) - 스스로를 바로 하라', '安分篇(안분편) - 분수를 지켜 흔들림이 없게 하라', '存心篇(존심편) - 본심을 잃지 마라', '戒性篇(계성편) - 마음을 경계하고 늘 조심하라', '勸學篇(근학편) - 배우지 않으면 도리를 알지 못한다', '訓子篇(훈자편) - 교육은 백년대계다' 등 10편이 실려 있습니다.

(하)편에서는 '省心篇(성심편) - 자신의 마음을 늘 살펴라', '立敎篇(입교편) - 교육의 기본과 방침을 세워라', '治政篇(치정편) - 위정자는 모범을 통해 국민을 지도하라', '治家篇(치가편) - 가정은 최초이자 최고의 학교다', '安義篇(안의편) - 의리와 도리를 다하라', '尊禮篇(준례편) - 예를 따르라', '存信篇(존신편) - 믿음이 삶의 근본이다', '言語篇(언어편) - 말이 생명이다', '交友篇(교우편) - 벗을 가려 사귀어라', '婦行篇(부행편) - 아녀자가 따라야 할 도리' 등 10편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의 실체를 더듬어보고 싶다면

차례이기도한 '편篇'에 달려있는 부가설명들을 보면 <명심보감>을 통해서 새길 수 있는 명구들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아우를 수 있을 만큼 전천후전방위적인 내용들입니다.

景行錄경행록에 云운하되
爲政之要위정지요는 曰公與淸왈공영청이요
成家之道성가지도는 曰儉與勤이니라

경행록에 이르기를
위정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평한 청렴함이요
집안을 일으키는 (최고의) 방도는 검소함과 근면함이니라. -<김병조의 마음공부>(하) 입교편 304쪽-

舌時설시에 云운하되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이요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이면
安身處處牢안신처러뢰더라

풍도의 설이에 이르기를
입은 재앙을 불러오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그 몸이 편안하리라. -<김병조의 마음공부>(하) 언어편 443쪽-

정치·경제·사회·문화·가정·교우·마음 다스리기·처세·효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칼날처럼 벼리고 솜이불처럼 품어야할 최소한의 도리와 진리들을 다 담고 있는 게 명심보감입니다.

모나고 녹슨 마음에는 숫돌이 되고, 시시각각 울퉁불퉁하게 찾아드는 괴로움엔 평정을 가져다 줄 명구, 절망하고 있거나 우왕좌왕하고 있는 삶에는 나갈 바를 환하게 밝혀줄 희망의 등댓불 같은 내용들입니다.

한방에 '훅'하고 날아갔던 저자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준 보약, 기댈 수 있었던 버팀목, 다시금 재기할 수 있었던 힘이 돼준 <명심보감>의 실체를 더듬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챙겨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김병조의 마음공부>(상·하)(옮긴이 김병조 / 펴낸곳 청어람M&B / 2014년 10월 30일 / 값 (상·하) 각 2만 8000원)

[세트] 김병조의 마음공부 - 전2권

범립본 지음, 김병조 옮김, 김현숙 그림,
청어람M&B, 2014


#김병조의 마음공부 #김병조 #청어람M&B #명심보감 #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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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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