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에 눌린 공영방송 사장... 그 결말은?

여수MBC 노조 파업 116일째... 일일 호프 열어 '연대의 밤'

등록 2012.07.06 16:46수정 2012.07.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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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16일(5일)째를 맞아 여수MBC노조가 주최한 'MBC구해 酒店(주점), 국민충전 100%'라는 구호를 내건 일일호프 한 테이블 위에 수갑과 함께 김재철 사장의 사진이 술병에 눌려있다. ⓒ 심명남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파이팅!"

5일 밤 전남 여수시 여수동 파티랜드 1층 홀에서 울려 퍼진 구호다. 150여 평의 홀에서 오후 4시부터 이어진 구호는 새벽 두 시경이 되어야 잠잠해졌다.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파업 116일(5일 기준)째를 맞는 언론노조 MBC본부 여수MBC지부의 일일 호프 광경이다. 이날 'MBC구해酒店(주점), 국민충전 100%'라는 구호를 내건 일일 호프에 시민들과 지역사회 단체들의 응원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주최 측은 행사장에 116일 동안 걸어온 파업에 대한 단상을 전시했다. 홀에는 김재철 사장 퇴진 전단지를 놓아두고 서명도 함께 받았다. 또한 일일 호프에는 시원한 맥주, 소주 그리고 안주로 통닭과 수육 등을 준비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공정방송 쟁취를 구호로 내건 MBC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조합원들은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쓰인 흰색 티를 입고 직접 서빙을 했다. 거의 4개월의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일일 호프를 찾은 테이블에서 시민들은 MBC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응원했다.

"<무한도전> 언제 봐요? <무한도전> 넘 보고 싶어요. 힘내세요."

2012년 7월. MBC 노조는 54년 MBC 역사상 가장 긴 파업투쟁이 진행 중이다. MB정권하에서 MBC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10년 47일간의 미디어법 쟁취투쟁과 '김재철 퇴진'과 '공정방송사수' 투쟁은 MBC노동조합의 파업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서울 본조는 158일(5일 기준)째를 맞고 있다. 여수는 116일재다. MBC 노조는 전국 19개 지부가 동시 파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퇴진을 외치며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아직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 MBC 노조가 발간한 총파업 투쟁 155일째 <총파업 특보>에 따르면 '김재철 구속 촉구 서명은 60만 명이 돌파해 폭발적 시민참여 서명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 이상 볼 뉴스 없는 MBC? 4개월 파업 도화선 되었다 


여수MBC 노조 조합원은 총 31명이다. 이중 20% 정도는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그것은 엑스포라는 국가사업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5월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여수MBC 노조는 서명운동에 '올인'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받은 'MBC 김재철 사장 구속수사 촉구 청원 서명부'는 2만 명을 돌파했다. 한 노조원은 "광역시를 빼면 19개 지부 가운데 가장 많은 서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수MBC가 서명을 벌이고 있는 무대는 여수엑스포장이다. 이들은 정문과 후문에서 엑스포 관람객들에게 파업홍보전과 서명운동에 전력하고 있다. 또한 이런 '광폭서명'에는 시민단체와 지역 노동단체의 역할도 컸다. 조합원들은 매일 집회는 물론이고 서울 중앙 집회 참여에도 빠지지 않고 있다.

여수MBC노조 박광수 지부장은 김재철 사장의 가장 잘못된 부분에 대해 "태생 자체가 문제다. 그의 행위는 명명백백히 도하 언론에서 밝혀졌지만 (김재철 사장은) 그에 대한 어떤 해명도 없다"면서 "방문진 체제 임명절차의 문제점이 명백하게 드러났고,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에 대해 본인이 해명 못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영방송 사장지위를 상실했다"라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 지부장은 또 "조합원들이 무노동무임금으로 4개월의 파업을 맞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원 파업대오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이 놀랍게 투쟁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감내하고 있다. 지도부인 저도 감동스러울 따름이다"면서 "여수는 본부 지도부의 지위에 따라 끝까지 갈 각오가 되어 있다"라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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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MBC 보도팀 김종태 기자(흰색 티)가 시민들의 격려를 받는 가운데 한 여성이 건배를 제창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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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흰색티를 입은 MBC노조 정인경 간사가 서빙을 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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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모아치과 안산점 마스코트 강미(좌부터).한영선.박수진씨가 일일호프에 참가해 MBC파업을 응원하고 있다. ⓒ 심명남


파업에 참여한 여수MBC 보도팀 김종태 기자는 "한미FTA 때 시민들이 MBC는 나가라. MBC는 취재 자격 없다. 방송에 나가지도 않을 것을 왜 취재하느냐, MBC는 더 이상 볼 뉴스가 없다. <PD수첩>도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어느 기자가 올린 글이 파업의 도화선이 되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120일 동안 리포트를 안 하니까 자괴감이 든다"면서 파업 120여 일을 맞는 단상을 이렇게 전했다.

"이렇게 파업이 길어질지 몰랐습니다. 보도팀 소속기자로 항상 지역을 대변하는 기자로 지역민을 사랑하고 대변하는 기사를 써 왔는데 막상 마이크를 잡지 못하니 자괴감이 듭니다. 하루빨리 파업이 끝나고 취재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지금 취재 현장으로 못 가는 것이 힘들지만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지금 시청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그리고 4개월 동안 무노동무임금이 적용되다 보니 가장(家長) 역할을 못하는 부분이 힘든 부분입니다.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면 어려운 파업현장 등을 두루 돌며 취재하겠다는 반성의 시간도 많이 가졌습니다."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며 서빙에 나선 송민교 PD는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면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이번 파업을 통해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오늘은 시민들이 우리에게 쏘지만 다음 주는 MBC에서 마련한 <두개의 문> 무료상영이 실시된다"라며 일일 호프 기금에 보답하는 마음이니 시민들이 많이 와서 상영해 달라"라고 전했다.

일일 호프에 참여한 시민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전국 플랜트노조 여수지부 주선학 지부장은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언론이 오로지 공정 보도하겠다고 나선 MBC 노조의 파업은 참 본받을 만한 일이다"라며 "지금 MBC 노조가 장한 일을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퇴진해 승리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길 바란다"고 파업지지를 밝혔다.

여수모아치과 안산점 강미씨는 "원장님이 좋은 취지를 가지고 행사한다고 해서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줬다"면서 "MBC 파업이 오랫동안 되고 있지만 파업에 동참하는 조합원들이 단결하는 모습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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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MBC노조는 일일호프에 대한 감사의 답례로 순천(12일)과 여수(13일) 에서 시민들에게 영화 '두개의 문'을 무료입장 영화상영을 실시한다. ⓒ 심명남


한편 여수MBC 노조는 최근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영화 관람 중 쫓겨나 더 유명해진 최근 개봉작 <두개의 문>을 무료 상영한다. 노조는 '여수MBC노동조합이 여러분을 위해 쏩니다'라는 구호를 걸고 일일 호프 감사의 답례로 순천(12일)과 여수(13일)에서 시민들에게 선착순 무료입장 영화상영을 실시한다.

여수MBC노조 "김재철 이미 공영방송 사장 지위 상실했다"

다음은 여수MBC노조 박광수 지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여수MBC 노조 파업이 4개월째를 맞고 있다. 현재 심경은?
"하루하루가 역사적인 선택이고 의미 있는 결단이다. 더욱 신중하고 결연하고 의미 있게 하루하루를 맞고 있다."

- 지금까지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조합원들 개인적으로 생계에 부담이 왔을 것이다. 벌써 넉 달째다. 조합원 개인은 지부장 이상으로 30곱절이나 힘들것 같다. 지역사회 파업결의에 따라 조합원 일부는 엑스포에 투입되어 분배 받고 있지만 대부분 조합원들이 처절하게 극한투쟁 중이다. 현재 조합원 35명중 필수 투입인력은 20%다. 그 외는 전원 파업대오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 투쟁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감내하고 있다. 지역 노조 지도부인 저는 감동스러울 따름이다. 모든 조합원에게 경의를 표한다."

- 파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현재 파업을 통해 서명운동에 전력 중이다. 엑스포장 앞에서 홍보전 그리고 서울 중앙 집회에도 결합 중이다. 그리고 매일 새내 집회를 통해 파업 결의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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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도중 여수MBC노조 박광수 지부장(좌)과 사무국장이 어깨를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심명남


- 김재철 사장의 가장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가?
"태생자체가 문제다. 그의 행위는 명명백백히 도하 언론에서 밝혀졌다. (김재철 사장은)그에 대한 어떤 해명도 없다. 또 방문진 체제 임명절차의 문제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후 드러난 비리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본인이 해명 못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영방송 사장지위를 상실했다고 본다."

- 향후 일정은?
"끝까지 갈 각오가 되어 있다. 여수는 본부 지도부의 지휘에 따를 것이다. 이것은 조직체계에 있는 지부의 의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송사 파업 #김재철 #여수MBC노조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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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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