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회의' 들킨 구본홍 "대체 어쩌라는 거야!"

YTN 노조 기습 항의방문... 간부들 "구 사장 인정해야 민주주의"

등록 2008.10.22 13:13수정 2008.10.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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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YTN 노종면 위원장과 노조원들이 구본홍 사장과 실국장들이 회의를 열고 있던 대한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을 기습 항의방문하고 있다. ⓒ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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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YTN 노조원들이 구본홍 사장과 실국장들이 회사 외부에서 회의하고 있는 장소를 항의방문했다. 김백 마케팅 국장이 언성을 높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구본홍 YTN 사장이 회사가 아닌 외부 장소에서 실국장 회의를 열려다 이를 알아챈 노조의 기습 항의방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구 사장과 일부 간부는 막말을 하며 조합원들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구 사장은 22일 오전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실국장 8명을 회사 근처인 남대문로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로 불러냈다. 노조의 출근저지에 막혀 회사 출입이 힘들게 되자 외부 장소를 찾은 것이다. YTN 관계자에 따르면 구 사장과 실국장들은 지난 월요일(20일)과 어제(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오전 회의를 열었다.

아침 집회를 마치고 구 사장의 출근 저지를 준비하던 YTN 노조 조합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오전 9시 50분경 회의 장소를 기습 항의방문했다.

상공회의소 앞까지는 20여 명의 조합원들이 함께 갔으나 회의장 안에는 노종면 노조위원장, 현덕수 전 위원장, 조승호 기자 등 4명이 들어갔다. 조합원들이 회의실 문을 열고 입장할 무렵 구 사장 일행이 주문한 차가 들어왔다. 구 사장과 실국장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노조의 항의방문을 받은 것이다.

출근 막았더니 외부 회의... "이게 뭐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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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의 '카페 실국장회의'... 노조 "이게 뭡니까?" ⓒ 김호중


노종면 위원장이 먼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 사장을 비롯한 실국장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실에는 김백 마케팅 국장, 이홍렬 보도국장 직무대행, 김흥규 인사팀장 등 8명의 간부 등이 있었으며 구본홍 사장은 작은 메모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노종면 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이게 뭐하는 겁니까?" 김백 마케팅 국장(인사위원)이 노 위원장을 제지하려 하자 그는 "아직도 큰 소리 칠 용기가 남아 있나"고 따졌다.


10월 6일 징계 이후 쌓아온 분노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터졌다.

"해고한 이후에 전화해서 위로라도 한 적이 있습니까?"
"간첩처럼 숨어서 이런 곳에 모이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왜 떳떳하지 못합니까?"


김 국장이 "이렇게 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말하자 조합원들은 "있지도 않은 사유를 끌어다 해고한 것은 용인될 수 있나" "수천만 원을 호텔비 등으로 쓴 것은 떳떳한 것이냐"고 맞받았다.

회사측 공격수는 주로 김 국장이 맡았다. 김 국장은 조합원들이 항의를 계속 맞받아치는 한편 적극적으로 구 사장을 감쌌다.

조합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김 국장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시장경제를 따르는 나라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사장으로 인정해야 민주주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노 위원장과 언쟁을 벌이면서 반말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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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노조원들이 22일 오전 회사 외부에서 열리는 구본홍 사장과 실국장들의 회의장에 들어가 항의하고 있다. ⓒ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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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YTN사장이 22일 오전 회사 외부에서 실국장들과 함께 회의를 하던 중 노조원들의 항의방문을 받고 있다. ⓒ 전관석


한참을 듣고 있던 구 사장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이러니 당혹스럽다. 회사일 중에 차일피일 미룰 수 없는 게 있다. 곧 끝마치겠다."

노 위원장이 즉각 "사퇴하십시오"라고 강하게 말했으나 구 사장은 "그건 여러분들 생각이고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맞받았다.

구 사장은 이따금 곤혹스러운 듯 내내 테이블을 쳐다보고 있었고 "알았으니 나가 달라, 회의 곧 마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구 사장은 지난 10월 초 자신이 랜덱스 행사에 참가했을 때 이를 YTN이 생중계한 것을 비판하는 조승호 기자에게 "당신,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라고 반말로 언성을 높였다.

구본홍의 반말 "당신 말에 책임질 수 있어?"

구 사장의 반말에도 조합원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귀에 좀 쓰더라도 들으십시오. 오죽하면 MBC 후배들이 와서 사퇴하라고 하겠습니까?"
"여론이 어떤지 국민들 생각이 어떤지 좀 알아보십시오. 기자 오래 하셨으니 감각 있으시지 않습니까. 개인의 치부가 더 들춰지고 YTN 이름이 이런 식으로 오르락내리락 해야겠습니까?"

조합원들의 항의는 묵묵히 앉아있던 실국장들에게도 향했다.

"누구보다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셨던 분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정말 이 정도밖에 안되는 선배였습니까?"
"이런 조직에 남아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지 자신이 없습니다.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구본홍씨에게 고언하세요. 이렇게 가면 YTN 힘들다고 충고를 하세요!"

그러자 구 사장이 말을 끊고 "회사도 못 들어오게 하고 여기서도 회의 못하게 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번엔 현덕수 전 노조 위원장이 나섰다.

"그걸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YTN 위상 높이겠다고 하셨죠? 그런데 싫답니다. 몇몇 사람만 반대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낼 모레면 (출근저지) 100일입니다. 본인 문제가, 열과 성을 다해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분에게도 부담된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30년 동안 기자 생활 하신 분이 이런 회의실에 숨어서 실국장 회의한다고 사태가 해결됩니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YTN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됩니까? 그게 사장 혼자 됩니까? 사장이 사원들과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 합니다. 그런데 사원들이 아니라고, 싫다고 하잖아요."

결국 오전 10시 20분 구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이홍렬 보도국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실국장들도 따라 나왔다. 구 사장은 김 국장과 잠시 귀엣말을 나눈 뒤 차를 타고 상공회의소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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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YTN사장이 22일 오전 회사 외부에서 실국장들과 회의를 열던 중 노조의 항의방문을 받은 뒤 승용차를 타고 회의장소를 떠나고 있다. ⓒ 전관석


김 국장은 상공회의소에서 YTN 본사로 오는 길 내내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조합원들은 "예전에는 노조의 투쟁이 명분 있다고 하더니 생각이 바뀐 것인가" "부끄럽지 않느냐" "징계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항의했다.

김 국장은 "아직도 징계 인사 조치가 문제 없다고 생각하냐"는 조합원들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YTN #구본홍 #노종면 #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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