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눈이 내리는 가운데 자원봉사자가 분향소를 정리하고 있다.
권우성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운영되기 시작된 지도 3개월이 넘었다. 장소가 외진 공간이라 분향소 조문이 목적이 아니라면 찾아오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새벽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오셔서 조문을 하고 음료와 핫팩을 영정 곁에 둔 뒤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간다. 이 분향소는 유가족들과 시민대책위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분향소 지킴이들이 지킨다.
매 타임마다 적으면 3~4명, 많으면 10명의 분향소 지킴이들이 자리를 지키는데, 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신청한 시민들이다. 이 분향소에는 유독 정치인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잘 오지 않는데,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참사의 책임자들이 아무런 소통도 없이 갑자기 와서 사달이 나기도 했다(관련기사 :
[단독] 예고도 없이 분향소 간 이상민 장관, 유족 측 "도둑 조문" 비판 https://omn.kr/22gam).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1월 6일, 오 시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들, 분향소 지킴이들 중 그를 본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오 시장이 오기는 왔는지, 언제 왔었는지 작은 논란이 있었다.
오 시장은 당시 참사 49재 전날 밤(지난해 12월 15일) 아무도 모르게 다녀왔다고 밝혔는데, 참사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오 시장이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개인으로서만 조문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유가족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듣고, 참사의 진실규명에 동참하고,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오 시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비공개였던 '도둑조문'이 마음에 걸렸는지, 오 시장은 이후 공개적으로 분향소를 방문했다. 유가족 협의회나 시민대책위에 미리 알리고 온 것은 아니었다. 오 시장이 약속시간에 늦었는지 다른 서울시 공무원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서 조문을 하더니, 분향소 주변에서 서성거렸고 오 시장은 오자마자 개별적으로 조문했다. 마침 유가족 협의회 이종철 대표가 있던 시간이라, 짧게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분향소 운영과 유가족들의 요구에 있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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