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김준형 당선인. 그는 "현재 한국 외교의 의제는 '한미일 안보협력' 외에는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우성
- '퍼주기 외교'도 꾸준히 비판해왔는데.
"미중 전략경쟁 시대다. 전 세계가 그 사이에 끼어 있고, 전적으로 진영을 선택할지 아니면 양국 사이에서 자율성을 가지면서 자기 걸 챙길지가 중요한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보수는 이 프레임을 '친중'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가 친중, 친북, 반일, 반미 프레임으로 공격받은 데에서 자연스레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나. 친미, 친일, 반북, 반중.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철저히 미국과 일본 위주의 외교를 했다.
그게 맞았나. 한중 관계? 나빠졌다. 한러 관계? 나빠졌다. 남북 관계? 망가졌다. 윤 대통령은 외교가 아니라 전쟁을 하고 있다. 철저한 진영외교 결과 우리나라가 중요한 의제를 갖고 심각하게 외교하는 나라가 미국과 일본 외에는 없다. 두 나라에게 한국은 심하게 얘기하면 '호구'다. 누구든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지만,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133조 원 정도 미국에 투자했는데 우리의 반대급부는 없다.
(현재 한국 외교의) 의제는 '한미일 안보협력' 외에는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다. 향후 30년 간 미중 경쟁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두 가지 더 있다. 기후위기랑 글로벌 사우스(전략적 가치가 큰 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 저위도 국가). 세계가 양극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큰 형태의 제3그룹이 생기는 중이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라는 세 대륙에 걸친 국가를 누가 선점하냐로 연결된다. 인도가 가장 잘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기후 의제도 없고, 글로벌 사우스도 없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처럼, 글로벌 사우스란 말조차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 정부는 팔레스타인 UN 가입 권고 안보리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일을 '글로벌 사우스 가교 역할 시도'로 자평하는 모습이다.
"팔레스타인 건은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침소봉대하면 무리수다. 이걸 계기로 일본과 미국 편향에서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 가지 않을 거다."
-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 기조로, 안보실 중심의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 말고 또 다른 '외교 파탄' 원인은 없을까.
"윤 대통령의 세계관이다. 보통 후보 때 가장 강성이고 대통령이 되면 중간으로 약간씩 수렴한다. 정부를 운영하는 일은 지지자를 집결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나. 그런데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보다 더 오른쪽으로 갔다. 처음 본다. 검사/피의자처럼 세계관 자체가 적군/아군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용서할 수 없고, 미국·일본과 단단해져야 한국이 산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갈수록 난제 쌓이는데... "한국, 국제 변화 못 읽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