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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CGV에서 '덕혜옹주' 관람에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CGV에서 '덕혜옹주' 관람에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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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5일 광복절을 맞아 배우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를 관람했다. 유력 정치인이 기자들과 영화를 함께 보겠다고 하는 건 대개 영화에 빗대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강조한 것에 김 대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기자들의 눈길을 끈 건 김 대표의 '말'이 아니라, 함께 영화를 관람한 '인물'이었다. 부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동행한 김 대표 옆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섰다. 이 시장이 동석할 것이라는 공지는 없었다. 이 시장은 기초단체장이지만 잠재적인 대선 주자로 평가 받고 있어 김 대표가 '이재명 띄우기'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영화 관람 후 김 대표는 이 시장과 함께한 이유를 묻는 말에 "특별한 의미 없다. (기자들이) 궁금해할까봐 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시기적절하게 리스크 테이킹(위기 관리)을 잘한다"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 시장의 지도자로서 자질을 묻는 말에는 옆에 있던 김미경 교수가 "오늘 온 것 보면 눈치 못 채겠나"라고 답했다.

김 교수의 말에는 김 대표가 이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녹아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이 시장을 향해 "대권경쟁 참여의사를 밝혔나"라고 묻기도 했다. 김 대표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뉘앙스는 이 시장을 높게 평가하며 차기 대선 주자로서 낙점한 듯 한 인상을 준다. 현장에서 한 당직자는 "아무 이유 없이 동석 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이런 분위기에 호응했다. 그는 내년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할 의사를 묻는 말에 "가능한 상황이 되고 필요하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문재인 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맡을 독특한 역할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잘 맞는 역할을 맡겠다는 정도의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와 함께 영화를 본 것에 관해서는 "그제 (김 대표가) 전화를 하셔서 그냥 영화나 보자고. 이렇게 크게 확대 해석될 줄은 몰랐다"라며 "민주진영에는 지방자치 문제가 중요한 의제고 뿌리 같은 것이다. (김 대표가) 다른 분들보다는 그 점에 대한 인식이 높으신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나를 불러 주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 영화를 본 뒤 10일 페이스북에 "친일 독재 부패가 한번도 청산되지 못한 나라. 진정한 광복과 독립은 아직..입니다"라고 감상평을 올린 바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 김 대표의 요청으로 닷새만에 영화를 재관람한 셈이다.

총선 때부터 시작된 '이재명 사랑'

지난 6월 17일 오전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1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에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지난 6월 17일 오전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1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에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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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전부터 이 시장을 각별하게 챙겼다. 지난 총선 선거운동 막판 대국민성명에서는 "대선주자들의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최적의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라며 "우리에게는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안희정 지사, 김부겸 후보, 이재명 성남시장 등 내로라하는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 시장은 더민주 지지층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언급되며 각종 여론조사에도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치권 전반은 이 시장이 실제 대선주자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그가 성남시 행정에 뛰어난 수완을 보이고, 각종 이슈를 생산하는 뉴스메이커이지만 다른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런 이 시장을 김 대표는 거침없이 다른 유력주자들과 같이 거명한 것이다. 당시 언론도 김 대표의 이 시장 언급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김 대표는 불과 며칠 전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내 대선 후보감이 없다"라고 토로한 상태였다. 그랬던 그가 당 대선 유력 주자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이 시장까지 언급한 것에 언론은 주목했다.

이후에도 김 대표와 이 시장의 접점은 계속됐다. 이 시장은 지난 6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단식이 10일 넘게 이어지자 김 대표가 직접 농성장을 방문했다. 그는 "이 시장이 단식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더민주는 당 차원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 저지에 돌입했다.

이 시기에 이 시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제치고,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이어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대표 방문이 지지율 상승의 직접적인 이유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선 주자로 언급을 넘어, 실제 같이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시장은 "책임져주신다는 데 계속할 이유가 없다. 대표께서 저를 살려주신 겁니다"라며 김 대표 권유에 곧바로 단식을 중단했다. 김 대표는 다음날 비대위 회의에서 "20대 국회가 자치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재정분담을 공평하게 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확립하겠다"라고 지원했다.

문재인 멀리하고 이재명 가까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김종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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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이렇게 이 시장을 챙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차기 대선 후보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반의 해석이다. 김 대표는 지난 총선 직후 "더민주를 수권정당으로 만들고 최적의 대선후보를 만들겠다"라며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했다. 문 전 대표가 사실상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대항마를 키우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최근 관계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지난 5월 두 사람의 회동 후 김 대표는 "다시는 배석자 없이 안 만날 것"이라며 상당한 불만을 표했다. 비대위 체제 이후 당 지도부 구성에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특히 최근 사드 배치에 정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흐르는 상태다.

더민주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 대표가 내년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할 생각은 없을 것"이라며 "문 대표와의 관계도 멀어진 것이 아니라 최적의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과 접점을 늘려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이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김 대표와 잘 맞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시장은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5700억 원에 달하는 성남시의 비공식 부채를 3년6개월 만에 정리하는 탁월한 수완을 보였다. 또 정부가 반대하는 청년배당·무상교복·산후조리지원 등 복지사업을 강행했다. 특히 청년배당은 김 대표가 최근 강조하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담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도 두 사람의 강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성남에 3년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재산, 소득, 직업에 상관없이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 시장은 최근 기본소득 심포지엄에서 "청년배당을 시행할 때 기본소득 논쟁이 확대되길 기대했다"라며 "음해가 있었지만, 기본소득 논의가 확대됐고 제도를 정착해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언급했다. 그는 "정치권이 관심을 갖고 잘 발전시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인간의 경제활동은 지속돼야 하고 생산을 위한 소비를 위해서는 소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꺼내든 것처럼 이번에는 '기본소득'을 핵심의제로 설정하고 있다"라며 "보수나 진보를 넘어 이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배당은 기본소득 의제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재"라며 "김 대표가 이 시장을 유력한 후보로 염두에 두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시장은 <월간중앙>과 한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도움이 된다면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라며 "경선에 대비하여, 20개 정도의 핵심 공약을 다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와 정치적 연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수시로 좋은 말씀과 용기를 주셨다. 많은 가르침과 영감을 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태그:#김종인, #이재명, #성남시, #기본소득,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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