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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가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방사능 오염 위험을 안고 있는 후쿠시마 발 수산물에 이어 최근에는 정부의 쌀시장 전면 개방 정책으로 GMO쌀 위험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는데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식량자권 사업단 언니네텃밭과 함께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담아봅니다. [편집자말]
지난달 25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오산리에 있는 언니네텃밭을 찾았다. 뜨거운 여름 햇살아래 풀들이 너울너울 춤추는 한여름이다.

"친환경농사하려면 풀 때문에 제일 골치 아파~."

늘 이렇게 말하는 언니들은 풀과의 전쟁에 혀를 내두른다. 동시에 이 풀들을 제대로 처리하기 휘한 노력도 눈에 띈다. 고추밭 고랑은 곳곳에서 걷어 온 현수막이 깔려 있다. 현수막이 없는 고랑은 뽑은 풀로 덮어두었다. 이렇게 하면 잡초 씨앗이 햇빛을 보지 못해 싹이 나지 않는다. 곡식이 되는 씨앗은 햇빛을 보지 않아도 싹이 트지만, 잡초 씨앗은 햇빛을 봐야 싹이 나기 때문이다.

작물과 풀이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
 작물과 풀이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
ⓒ 언니네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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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을 풀과 같이 키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채소가 다양한 풀들과 섞여서 자라면서 벌레도 피할 수 있고, 풀과 싸우면서 더 생생한 생명력을 갖기 때문이다. 물론 풀과의 싸움을 해결했다고 해서 농사가 다 된 것은 아니다. 맛있는 과일이나 채소일수록 벌레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농사의 적 풀과 벌레, 친환경농사에서는 어떻게 할까?

언니네텃밭은요...

언니네텃밭은 제철 텃밭 농사로 자급적이고 친환경적인 농사로 변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관계맺는 유통으로 변화, 식탁의 변화를 위해 제철꾸러미사업, 언니네장터 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입니다.

한 병에 만 원, 이 만원 하는 농약을 사다 쓰면 당장은 병충해를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약을 쓰면 땅 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이로운 병균들까지 죽게 된다. 결국 땅이 죽는다.

뿌리로 물과 양분을 공급받는 식물에게 이런 땅은 쓸모가 없다. 왜냐하면 땅 속에 사는 지렁이와 다양한 미생물들이 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영양분을 바꿔주는데, 그 기능이 사라져서 땅이 황폐해지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밭가에 너울너울 자라고 있는 돼지감자와 은행잎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좋은 자원이다. 돼지감자 뿌리, 줄기, 잎을 통째로 솥에 고아서 천연농약(독초액)을 만들 수 있다.

은행잎도 마찬가지이다. 여름에 파란 은행잎을 솥에 담아 8시간을 은근한 불로 끓이는 것이다. 여름에는 이런 재료들을 믹서에 간 뒤 고운 망에 담아 물에 담가 둔다. 그렇게 우러난 즙을 농약 대신 쓰기도 한다.

이 외에도 애기똥풀, 봉숭아, 여뀌, 꽃무릇(석산), 할미꽃, 아주까리(피마자)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천연농약'을 만들어 사용한다.

벌레들은 천연농약에도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한 가지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두 가지 이상의 천연농약을 만들어서 번갈아가며 써야 한다. 이렇게 만든 약은 농약방에서 구입한 화학농약보다 자주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농약을 치는 방법은 같다. 때문에 약통을 지고, 또는 경운기를 돌려서 논과 밭에 약을 한다고 해서 모두 화학농약을 사용하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천연농약을 배우고, 만들어 보급하는 사람들

강원도 횡성 언니네텃밭 모습
 강원도 횡성 언니네텃밭 모습
ⓒ 언니네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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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방법은 누가 만들었을까. '농산물 수입개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농업 초강국으로 이끌기 위한 초저비용농업(Ultra Low Cost Agriculture)'을 지향하며 자연에서 얻은 지혜와 재료로 농사짓자는 사람들이 만든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라는 농사연구소가 있다. 생긴 지 벌써 20년이 넘은 이 연구소에는 2만여명의 농민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농사를 지으면서 배운 방법을 서로 나누고 발전시켜 가고 있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은 비용과 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새로운 시설이나 기계 없이 현재의 자재와 장비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적정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친환경농사를 지으려는 언니네텃밭 생산자들에게도 '자연을 닮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무래도 기계 사용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언니들은 공동작업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 언니네텃밭 꾸러미 공동체에서 친환경 농사에 필요한 자재를 같이 만들어서 나눠 쓰는 것도 그러한 모습 중 하나. 연구소에서 배운 자닮 오일과 자닮 유황은 초저비용 친환경 농사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이다. 이런 재료는 각자 조금씩 만드는 것보다 큰 통에 하나씩 만들어서 나눠 쓰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고, 실패를 줄일 수도 있다.

천연농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를 오랜 시간 끓여야 한다. 언니네텃밭에서는 두 개의 공동체에 천연농약을 만들 수 있는 중탕기를 시범적으로 보급하였다. 강원도 홍천과 전남 영광에 있는 두 공동체는 천연농약을 만들어 나눠 쓰는 기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알리는 노력도 하고 있다. 잠시 지난 6월에 열린 '언니네텃밭 생태농업 보급단 교육' 현장 속으로 가보자.

'언니네텃밭 생태농업 보급단 교육' 모습. 독초를 이용한 살충제 만드는 법을 실습해 보고 퇴비를 써서 땅을 살리는 법을 배웠다.
 '언니네텃밭 생태농업 보급단 교육' 모습. 독초를 이용한 살충제 만드는 법을 실습해 보고 퇴비를 써서 땅을 살리는 법을 배웠다.
ⓒ 언니네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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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대전 대화동에 있는 근로자복지회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손에 페트병을 두 개씩 쥐고. 다른 한 무리는 풀잎을 한 포대 지고, 커다란 압력솥을 들고 들어온다. 다른 차에서는 거무튀튀한 액체가 들어있는 말통을 내리더니 2층 교육장으로 나른다. 잠시 후 포대에 든 풀잎과 커다란 압력솥, 고운 천, 나팔처럼 생긴 촛대, 페트병을 펼쳐놓고 열강이 펼쳐진다.

"이 풀은 돼지감자예요. 이걸 압력솥에 가득 채우고 물을 넣고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8시간 동안 고아줍니다. 이렇게 해서 달인 물을 고운 망에 걸러서 내열 페트병에 담아주세요. 뜨거울 때 담아서 공기가 없도록 뚜껑까지 가득 채워주세요. 페트병은 찬물에 담근 상태에서 담는 것이 좋습니다. 뜨거우니까 혼자서 하기 어려워요. 둘이서 같이 하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참가자는 언니네텃밭 각 공동체의 생태농업 보급단원과 장터 사업에 참여하는 생산자들이다. 이미 각 공동체별로, 지역별로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서 실시하는 친환경 농사법을 교육받고, 공동으로 친환경 농사에 필요한 기본 자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날은 독초를 이용한 살충제 만드는 법을 실습해 보고 퇴비를 써서 땅을 살리는 법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봉강 공동체에서 준비한 생선액비(생선에 부엽토를 넣어 발효시킨 액체형 비료)를 나눠 갖고 집으로 향했다.

"친환경 텃밭농사는 부모마음" 농약을 멀리하게 된 이유

풀을 고랑에 덮어둔 모습. 잡초 씨앗이 햇빛을 보지 못해 자라지 않는다.
 풀을 고랑에 덮어둔 모습. 잡초 씨앗이 햇빛을 보지 못해 자라지 않는다.
ⓒ 언니네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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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이렇게 농사를 바꾼 것은 무엇을 위해서일까?

"대규모로 재배하려면 농약을 사용해야지요. 그런데 자식에게 꾸러미를 싸서 보내는 부모 마음을 아시나요? 친환경으로 텃밭농사를 짓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언니네텃밭 나주 다시공동체 홍정순 대표의 말이다.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대량으로 키우다보니 일반 농사보다 더 비싼 친환경약재를 사용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친환경으로 생산한 모든 농산물들을 다 팔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자연을 이용해야 한다. 언니네텃밭 언니들도 이 과정에서 미생물과 퇴비를 이용해 땅을 살리고, 천연농약을 이용해 병해충으로부터 곡식을 지키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사에 필요한 자재를 직접 해결하면서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이 공급하는 농약, 비료와 멀어지게 되었다.

내 손으로 받은 씨앗을 지렁이와 미생물이 살아 있는 땅에 뿌리고, 날씨와 작물이 자라는 상황을 보면서 필요한 약재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농사에 대한 농부들의 권리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과의 믿음을 지키고, 땅과 그 속의 수많은 생명을 지키고, 농사에 대한 권리도 지키는 이들의 친환경 농사는 단순한 '친환경 농사'가 아니라 '친사회적 농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태그:#언니네텃밭, #강원도 횡성, #초저비용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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