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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30일 오후 1시 30분]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검찰 직원들로부터 환송을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채 총장은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이 거짓임을 거듭 강조했다.
▲ 퇴임하는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검찰 직원들로부터 환송을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채 총장은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이 거짓임을 거듭 강조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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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55·사법연수원 14기)은 30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고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이 거짓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후배들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을 지키는 것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 가치이고,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검찰 개혁을 당부했다.

동료 선후배 검사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웃으며 퇴임식장에 들어선 채 총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퇴임사를 시작했다. 그는 "6달 전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이 자리에 섰고,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저 스스로 방파제가 되어 외부 압력과 유혹을 막아내겠다는 약속도 했다"며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 모든 것을 걸고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여분 동안 그는 줄곧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원칙 수사를 강조했다. 채 총장은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하는 데에 일관하는 게 검찰이 살 길이고, 검찰 개혁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임기 중 꼭 이루고자했던 꿈이 "불편부당, 정치적으로 중립된 검찰, 실력 있고 전문화한 검찰, 청렴하고 겸허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일이었다"며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혼외아들 의혹, 거듭 '사실무근' 강조

그는 "이 모든 성과가 가능하도록 검찰에 힘을 보태주신 국민 여러분과 여러모로 부족한 제게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검찰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충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어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혼외아들 의혹 관련,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의 부인과 딸은 이날 퇴임식에 함께 했다.

채동욱 총장은 지난 9월 6일, <조선일보>가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지 일주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당시 그의 혼의아들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문제 등이 얽혀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가 원세훈 전 국정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문제를 두고 채 총장과 대립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채 총장 역시 <조선일보> 보도 직후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에 대하여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13일 그를 감찰하겠다고 발표했고, 채 총장은 "조직 수장으로 단 하루라도 감찰조사를 받으면서 일선 검찰을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혼외아들 의혹은 사실무근'이란 태도는 변함없었다.

후배 검사들 "멋진 리더였다", "이렇게 빨리 이별할 줄 예상 못해"

퇴임식 장소인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은 좌석 300여개가 다 채워져 통로에 서 있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갑작스럽게 수장을 잃은 대검 관계자들은 퇴임식 내내 안타까워했다.

이창재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채동욱 총장의 약력을 소개하며 "담담하게 보내드리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멋진 리더였다,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원칙과 순리에 따르는 한결 같은 자세로 (검사생활) 25년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채 총장의 퇴임사를 듣던 몇몇 검사들은 계속 눈가를 만졌다.

대검은 그의 퇴임을 기념해 제작한 동영상에서도 "이렇게나 빨리 이별이 찾아올 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며 "그는 대한민국 검사의 표상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또 청사 중앙 현관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총장님 사랑합니다] 제39대 채동욱 검찰총장 퇴임식'이란 문구를 띄워 채 총장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드러냈다. 대검은 퇴임식에 참석 못한 직원들을 위해 내부 방송으로 생중계했다.

지난해 4월 박근혜 정부의 첫 검찰총장을 맡았던 채동욱 총장은 불과 6개월만에 이렇게 검찰을 떠났다.

 후임 총장, 인사청문회 거쳐 12월쯤 취임할 듯

정부는 곧 후임 검찰총장 인선 절차를 밞을 예정이다. 법무부 검찰국장 등 9명으로 이뤄진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3명 이상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장관은 이 가운데 1명을 최종 후보로 정한 다음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한다.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후 최종적으로 총장을 임명한다.

이 과정은 대개 2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차기 총장 취임식은 12월쯤 열릴 전망이다. 그때까진 길태기 대검 차장이 총장 권한을 대행한다. 현재 총장 후보로는 사법연수원 14기인 김진태 전 대검 차장과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 15기인 길태기 대검 차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채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 가치이고,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검찰 개혁을 당부했다.
▲ 씁씁한 표정짓는 채동욱 총장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채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 가치이고,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검찰 개혁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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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채동욱 검찰총장 퇴임사  전문.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이제 검찰총장 채동욱으로서 여러분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지난 25년여 동안, 숱한 시련도 겪었지만, 불의에 맞서 싸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보람 속에서 의연하게 검사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여섯 달 전,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저 스스로 방파제가 되어 외부의 모든 압력과 유혹을 막아내겠다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어떤 사건에서든 수사검사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했으며, 옳다고 믿는 의견은 반드시 지켜주는 것이 저의 역할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 길이며,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검사 채동욱은 행복했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내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범죄척결과 인권보호에 헌신한다는 긍지를 가졌고, 서민을 위하고 약자를 배려한다는 보람을 느껴왔습니다.

모든 사건에서 정답을 찾아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지만, 법과 원칙을 버리고 불의와 타협한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 밤새워 고민하기도 했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정의를 향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 왔습니다.

검찰총장의 막중한 소임을 부여받아, 반드시 이루고자 했던 꿈이 있었습니다.

불편부당하고 공정한 검찰, 정치적으로 중립된 검찰, 실력 있고 전문화된 검찰, 청렴하고 겸허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고자 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라고 확신했고,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확립된 대한민국, 부정과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나라를 앞당기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검찰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개혁'도 순조롭게 추진되었습니다.

검찰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냉철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기존의 제도와 문화, 의식을 바꾸어나갔습니다.

많은 국민들도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한동안 거두었던 믿음을 조금씩 되돌려주셨습니다.

이 모든 성과가 가능하도록 검찰에 힘을 보태주신 국민 여러분과, 여러 모로 부족한 제게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검찰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거운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으며,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전국의 검찰가족 여러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가치이며,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약자에게는 더욱 배려하고 겸손하면서도, 강자에게는 태산같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직무를 수행하면서 역지사지를 생활화하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자기헌신적 용기를 발휘하여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국민들께서 검찰을 믿어주고 박수를 보내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지난 4월, 저는 이 자리에서 충무공의 비장한 심경을 언급하였고, 검찰총장의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는 이 순간 공(公)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립니다. 검사 채동욱은 비록 여러분 곁을 떠나가지만, 우리의 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검찰의 용기, 검찰가족의 단합과 긍지는 변함없이 지속되리라 믿습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의연하게 나아가면, 반드시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검찰가족 여러분! 검찰총장 채동욱은 여기서 인사를 고하지만, 이제 인간 채동욱으로서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 하겠습니다. 새로운 검찰을 꿈꾸며 여러분과 함께 걸어왔던 시간들을 가슴 벅찬 기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검찰가족 모두의 끊임없는 정진을 기대하며, 언제 어디서든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할 것입니다.

"낙엽귀근(落葉歸根)"

떨어질 낙(落), 잎사귀 엽(葉), 돌아갈 귀(歸), 뿌리 근(根)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승강기에 올라타고 있다.
▲ 퇴임식 참석하는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으로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검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승강기에 올라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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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채동욱, #조선일보,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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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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