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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5일 '내곡동 사저' 의혹을 규명할 특별검사로 부장판사 출신 이광범(53)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광범 특검은 이날 부담감을 내비치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논란을 종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왜 '이광범 카드'를 선택했는지 진단해 본다.

당초 민주통합당은 특검 후보로 재야 출신 김형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이광범 변호사를 추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여야 '협의' 불이행을 문제삼아 사실상 거부하며 정치권에 '재추천'을 요구해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특검법에는 민주당이 추천하면 3일 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어, 이 대통령이 거부하면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정신으로 특검을 임명한다"며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청와대가 특검 후보 재추천을 요구한 것은, 두 변호사 모두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특검 후보로 추천하면서 "두 분 모두 훌륭한 인품과 덕망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다양한 활동 경력을 쌓아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혹을 파헤칠 수사검사로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변호사의 경우 제2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3기)에 합격해 군법무관을 거쳐 1986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1988년부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창립 회원으로 활동한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변호사다.

또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민변 회장을 역임한 이석태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덕수의 공동대표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천주교인권위원장을 역임할 정도로 시국사건 변론을 도맡아 했던 인권변호사 중 한명이다. 그가 변호한 굵직한 사건으로는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사건, 2007년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재심, 특히 이명박 정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용산참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김 변호사에게는 우리나라 첫 번째 특검인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특별검사보를 맡아 수사한 경력도 있다. 김 변호사의 이런 심상치 않은 배경은 특별검사로 임명하기에 청와대로서는 큰 부담이 된 듯싶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왜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을까.

먼저 이광범 특별검사는 광주제일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제2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3기)해 군법무관을 거쳐 1986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복을 입었다.

이후 광주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서울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건설국장ㆍ송무국장, 최종영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인사실장ㆍ사법정책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으며, 작년 2월17일자로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한 마디로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파 판사다. 사법부는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조직인데다가, 이 변호사는 판사 생활을 25년이나 해 김형태 변호사와 같은 '야전 스타일'보다 수사영역 측면에선 점잖은 '양반 스타일'일 가능성이 커 청와대로선 심리적 부담이 적은 측면도 있다.

게다가 이광범 변호사의 친형이 이상훈 대법관이다. 이 대법관은 2011년 2월28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법관인 대법관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다. 우격다짐 격으로 넓게 보면 친형을 대법관으로 임명해 준 이 대통령과 이 변호사는 조그만 '인연'도 중시하는 한국정서상 조금의 인연이라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특별검사라는 자리는 또 어떤가. 특별검사는 고등검찰청 검사장(고검장)의 예우를 받는다. 그가 추천하는 특별검사보 2명은 지방검찰청 검사장 예우를 받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영예로운 자리다. 그렇기에 그동안 대법원장이나,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추천을 받아 특검에 임명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외형만 보면 청와대로선 김형태 변호사보다 이광범 변호사의 특검 임명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친형을 대법관에 임명해 주고, 자신을 특별검사에 임명해 준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로 청와대로선 이 변호사가 특검 후보로 손색이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재추천' 요구가 혹시 '표정관리 한 게 아니냐'라는 조심스런 억측(?)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이명박 대통령도 이광범 변호사와 조금은 불편한 관계도 없지 않아 보인다.

먼저 이력이 범상치 않다.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대법원장 비서실장이던 이광범 변호사는 법원행정처의 핵심요직인 인사실장과 사법정책실장을 거치며 노무현 정부 시절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정책의 밑그림을 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판사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우리나라 첫 여성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강금실 전 장관, 박시환 전 대법관, 고 한기택 부장판사 등과 함께 진보성향 판사들의 학술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장을 맡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는 이명박 정부 들어 새누리당으로부터 '좌파 판사들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줄곧 해체 논란에 시달려 왔다.

우리법연구회의 정신적 지주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다. 작년 9월 퇴임 후 고려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1일 로스쿨생들을 대상으로 한 '헌법과 법치주의' 강연에서 최근 논란이 된 유신헌법에 대해 "헌법의 이름으로 일당독재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긴급조치 재판은 우리 사법역사의 큰 오점이다. 긴급조치 1호에 대한 2010년 대법원의 위헌판결은 사법부의 원죄를 씻는 것"이라고 논란을 정리한 바 있다.

이렇게 이광범 변호사가 진보성향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청와대로선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불편한 관계는 따로 있다.

2010년 1월 '용산참사' 재판부를 맡았던 서울고법 제7형사부 이광범 재판장은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를 결정했고, 그러자 검찰은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우려가 있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기피신청을 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부에겐 줄곧 부담스런 짐이 돼 왔던 사건이다.

그런데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결정 후 한 달 뒤에 있은 2010년 2월 인사에서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석연치 않은 인사발령이 난다. 이광범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 것.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자리는 통상 지방법원 최고참 부장판사에게 맡기는 것이 관례였다. 때문에 당시 사법연수원 16기 후배인 이내주 부장판사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을 맡고 있어 3기수나 선배인 연수원 13기 이광범 부장판사가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부장판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하위보직으로 인사발령을 낸 것이어서 '징계성 좌천'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당시 이 부장판사의 2기수 선배들은 승진해 신규로 법원장에 이름을 올려 이 부장판사도 머지 않아 법원장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대감도 있었다.

더욱이 이 부장판사는 앞서 언급했듯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건설국장ㆍ송무국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인사실장ㆍ사법정책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최고 엘리트 판사들도 부러워할만한 사법부 요직을 두루 거치고 있어 탄탄대로가 보였기 때문에 의문은 더욱 남았었다.

결국 이광범 부장판사는 외부적 시각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인사발령이 있은 2주 뒤인 2010년 2월17일 법복을 벗고 사법부를 떠났다. 물론 이광범 부장판사가 법복을 벗고 변호사 길을 걷게 된 것과 용산참사 재판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라는 반론에 명확히 답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석연치 않은 납득하기 힘든 인사발령이 찜찜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억측해 보자면 청와대가 이번에 김형태 변호사뿐만 아니라 이광범 변호사에 대해서도 '재추천'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의문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비단 당시 인사발령 의문 때문만이 아니라 검찰과 정부가 드러내 놓고 밝히기를 꺼려한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이광범 재판장이 청와대로선 특별검사가 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청와대가 왜 '재추천'을 요구하고, 나아가 왜 '이광범 카드'를 선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추측만 할 뿐이다. 혹시 '야전 스타일'의 김형태 변호사보다는 한국정서에 기대어 친형을 대법관에 임명해 주고, 자신도 고등검사장 예우를 받는 특별검사에 임명해 준 것에 대한 '반사 기대치'를 조금이라도 노리고 임명한 건 아닐까.

어쨌든 청와대 입장에서 '이광범 카드'의 선택이 옳아 '약'이 될지, 아니면 판단 착오로 '독'이 될지는 이광범 특검의 수사결과가 말해 줄 뿐이다.

한편, 이광범 특검은 이날 특검 임명 통보 직후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이 특검은 먼저 "사실 수사경험이 거의 없는 제가 갑자기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를 맡게 돼 이루 말할 수 없는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라고 이번 사안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국민의 지엄한 명을 받아 헌법과 법률이라는 권한과 책임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향후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특별검사보와 특별수사관 임명 등 후속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특검은 특히 "그 어떤 수사보다도 선입견과 예단이 없는 수사, 법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며 "제가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열과 성을 다해 수사에 임함으로써 수사 대상사안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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